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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리 대학 해외 현장 취재 2] 실리콘밸리서 프로젝트… "현지 기업 인턴 취업해요"

[IT교육 혁신 현장 가다] [하] 국민대 첫 도입 '글로벌 프로젝트'


“자기 기분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말할 데가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모르는 사람도 많죠.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엔 비용이 부담되고요. 저희가 개발한 ‘무디토키’ 앱은 이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공유 사무실 19층. 대학생들이 사람들 앞에서 직접 개발한 ‘앱’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들이 매일 자기 기분을 간단히 기록하면 AI(인공지능)가 감정을 분석해주고, 채팅을 하면서 위로도 해주는 앱이다. 학생들은 지난 4개월간 미국 시장조사, 앱 디자인, 로고 개발 등을 직접 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한 공유 사무실에서 국민대 3학년 황윤재씨가 팀원들과 개발한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대

 


이 학생들은 국민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글로벌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6개월간 IT와 영어를 배우면서 프로젝트를 하고, 이후 실리콘밸리 IT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해 6개월간 일하는 게 목표다. 학생들에겐 등록금과 체재비 500만원이 지원되고, 최대 12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 17명을 시작으로, 매년 30~40명씩 보낼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코업’(co-op)’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코업은 한 학기 공부하고 한 학기 인턴십 활동을 하는 걸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취업률이 워낙 높아 성공한 교육 모델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신입 사원으로 워털루대 출신을 가장 많이 뽑는다고 밝힌 적도 있다. 대학 교육도 과거처럼 지식 주입만 할 게 아니라 현장 경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학생들은 실제 미국 구글, 아마존, 트위터 등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멘토들에게 수업을 듣는다. 멘토들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프로젝트를 주면 팀을 이뤄 결과물을 3~4개월 만에 내야 한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웹 기반 서비스를 만들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라’ 등이다.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낸 건 임성수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다. 임 교수는 2015년부터 본인이 가르친 학생들을 실리콘밸리 인턴으로 취업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지난해 정승렬 총장이 취임하면서 대학 본부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대학에 부임한 임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면서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다”면서 “그때 애들을 실리콘밸리에 보내 큰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임 교수가 아는 실리콘밸리 회사 대표들에게 전화해 “우리 애들 인턴으로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이후엔 국민대 출신들 실력이 알려져 “올해도 학생 보내 달라”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10년간 90여 명이 실리콘밸리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했고, 12명은 현지에 정착했다.


임 교수는 “실리콘밸리 IT 인력 중 중국인과 인도인이 25만명씩 있는데, 한국인은 6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 국력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지 않으냐”면서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인 실리콘밸리에 더 많은 우리나라 학생이 진출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개발자 교육·평가 플랫폼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는 ‘그렙’ 대표도 맡고 있다.


현지 정착한 이 중 월마트의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안영미씨는 올해 후배들의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안씨는 “한국과 다른 미국 회사의 문화와 이력서 쓰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중 1명은 지난달 휴대전화 액세서리 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다른 학생들도 기업에서 인턴 제안을 받고 있다. 손동석(소프트웨어융합학부 4년)씨는 “미국이 한국보다 개발자들의 취업 기회가 더 많다”며 “미국 프로젝트를 진행해 앞으로 현지 취업에 더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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