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동체’. 재선인 황명선(50) 충남 논산시장의 핵심 정책이다. 신자유주의의 살벌한 생존경쟁으로 대도시의 젊은이들도 추풍낙엽처럼 낙오하는 터에 자신을 희생하며 그들을 키워 도시로 보낸 농촌의 늙은 부모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황 시장은 “나를 아들처럼 생각하던 어르신이 숨진 뒤 2주일 만에 발견됐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회가 됐다”며 “어릴 적 전기도 안 들어와 호야등(남포등)으로 밤을 밝히며 찢어지게 살았어도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 이런 공동체를 되살리지 않으면 사람이고 마을이고 다 망가진다”고 했다.
논산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황 시장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 4·13 총선에서 6선의 이인제 대신 김종민 후보를 당선시켰다. 셋 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86세대’ 젊은 정치인이다. 줄곧 보수를 선택한 시민들이 개혁적인 인물로 바꾸고 새바람을 기대하는 것이다.
황 시장은 이에 답했다. 미래 인재를 키우는 ‘글로벌 인재양성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올해 처음 도입했다. 대부분 제주도로 떠나는 고교 수학여행을 모든 학생이 중국 상하이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전국 처음이다. 황 시장은 “상하이는 우리 조상이 독립운동을 한 곳이고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해 학생들이 느끼고 배울 게 많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를 있게 한 노·장년 세대를 보살피고 청소년들이 빛나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30분 강경상고 ‘글로벌 현장체험 안전교육’으로 가는 시장 관용차에 동승했다. 황 시장은 학생을 마주칠 때마다 하이파이브했다. 2학년생 80여명이 지난달 30일부터 3박 4일 해외여행을 떠날 마음에 들떠 강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황 시장은 인사말에서 “상하이에 가서 윤봉길의사기념관을 보면 울림이 있다. 나도 갔었는데, 우리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우리 역사를 배우고,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른 상하이를 통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을 거다”고 격려했다. 2학년 2반 윤채영(17)양은 “태어나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다. 다른 나라를 볼 수 있다니 벌써 설렌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이 단상을 내려오자 기호엽(58) 교장은 “우리 학생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을 못 갈 형편인데 시장 덕분에 다 가게 됐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황 시장이 전국 강경상고 동문회 등과 일일이 연락해 지원을 끌어낸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비용의 3분의1은 시가 지원한다. 국내로 갈 경우 드는 40만원은 자부담하고, 1인당 20만원씩 예산을 지원해 해외로 바꾼 것이다. 12개 고교 2년생 1567명에 인솔 교사, 119구급대 등 1700여명이 지난달 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학교별로 상하이로 3박 4일간 수학여행을 떠난다. 모두 3억여원의 시비를 들였다. 황 시장은 단 한 명도 못 가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회와 동창회 등을 만나 자부담 몫을 지원하게 했다. 황 시장은 이날도 새벽 3시와 5시에 각각 상하이로 떠나는 연무대기계공고와 논산고 학생을 배웅했다.
각 학교는 연합 카톡방과 학교별 카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한다. 여행을 앞둔 기대와 여행 중 사진, 귀국 후 감상문이 넘쳐난다. 학부모가 들어와 격려도 한다. 각 학교는 단순 여행에 그치지 않도록 현지에서 토론회를 열고 귀국한 뒤 소감문을 받는다.
황 시장은 “많은 국·도비 확보로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었다”며 “내가 시장이 된 2010년 3800억원이던 세외수입이 지난해 6200억원으로 늘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세일즈맨이 될 것을 주문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황 시장은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19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논산 대건고를 졸업하고 해병대를 제대한 뒤 삼수 끝에 국민대 토목환경공학과에 합격했다.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박사도 땄다. 그는 “1995년 서울시장에 출마한 조순 후보의 공약을 만들면서 정치에 입문했다”며 “서울시의원 등을 하다 논산시장에 출마해 한 번 실패한 뒤 당선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강경상고 방문 후 곧바로 오후 4시 20분 ‘동고동락 공동체’ 현판식이 열리는 노성면 송당리로 떠났다. 독거노인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살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건강도 살피고 한글도 가르친다. 509개 마을 중 19곳이 우선 선정됐다.
황 시장은 마을회관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할머니와 손잡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반갑구만~’ 인사법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다과상 앞에 둘러앉아 박수로 맞는 주민들에게 “요즘 ‘시장님 땅 좀 사줘요. 외지인이 땅을 사 길을 막는다’는 주민들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면서 “힘이 들어도 같이, 즐거워도 같이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자”고 말을 뗐다. 이어 “혼자 된 지 15년이 됐는데 울며불며 살았다. 여기서 이웃과 함께 살겠다”는 할머니 손을 잡아줬다. 또 건강체조를 선보인 황 시장은 “논산시에 65세 이상이 2만 7000명 사는데 8500명이 독거노인”이라며 식단까지 관리해 장수마을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글학교 참여도 독려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복숭아와 딸기 농사를 지어 2남 3녀를 기르신 어머니가 올해 90세다. 몇 년 전 평생 한이었던 한글을 깨우치고 펑펑 우시더라.” 황 시장은 “어머니가 글을 배워 첫 편지를 보내면서 ‘막내야, 초심을 잃지 말고 시장 일을 잘해라’고 써 이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배움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설명회가 끝나자 그는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공동체 동고동락’이라고 새겨진 원형 동판을 마을회관 벽에 부착했다.
황 시장은 “올해 안에 동고동락 공동체 마을을 300곳으로 늘려 예전처럼 이웃이 큰 힘이 되는 지역 사회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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