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시작된 지 20여년
국세ㆍ지방세 8:2 구조 여전
비정상적 재정구조 개편 촉구
프랑스는 헌법에 재정ㆍ조직 명시
한국도 헌법으로 자치 보장을
“지금의 지방자치는 재정과 정치가 중앙에 예속돼 ‘반쪽 자치’에 불과합니다.”
조충훈(사진·전남 순천시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한 발짝도 나아진 게 없다”며 “20년이 넘도록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지나친 통제 때문으로 법 개정 없이는 당면 과제 개선도,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도 기대할 수 없다”며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 시장은 민선 6기가 시작된 지난 2014년 7월부터 대표회장을 맡아 2년간 활동을 끝내고 이달 말 물러난다.
지난 2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입법과제와 실천방안 토론회를 끝으로 대표회장으로서 공식일정을 모두 마쳤다.
조 시장은 2005년 이후 호남권 기초단체장 중에서 처음으로 2002년 출범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 회장에 임명됐다.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 등을 지내면서 폭넓은 인맥을 형성한 그는 민선 3·5기 순천시장을 지냈으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6기 시장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뛰어난 친화력과 강한 추진력을 갖춘 그는 국내 최초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순천만정원의 국가정원 1호 지정을 이끌어냈으며 226개 지방자치단체장 대표를 맡으면서 순천시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대표회장 임기 중에는 자치단체 복지비부담 완화 대책을 비롯해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 대응,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 지방분권형 개헌 운동, 지방자치 4·13 총선 공약화 등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분주하게 달려왔다.
지방자치가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서 밀려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책을 맡아 지방자치에 대한 정부 인식의 변화를 주도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위상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시장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시대정신임을 느꼈다”며 “그러나 자주재정권 확보와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정치의 자치권 확대 등 현안 문제가 정부와 시각 차로 발전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임기 초부터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4년 7월 대표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치단체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 대책 촉구 공동기자회견이었다. 이를 계기로 자치단체의 복지비 부담 문제를 공론화해 지방의 어려운 살림을 부각시켰으며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해 전국 시ㆍ군ㆍ구를 대상으로 자치분권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 등 70여개 기초단체에서 자치분권조례를 제정했고 경기 수원시 등 6개 지역에서 지방분권협의회가 설치됐다.
침체됐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발판을 마련한 점은 큰 성과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 4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설치 법안 발의를 주도했다. 그는 “재원분담 갈등 등 여러 문제들이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로 가장 시급한 법안”이라며 헌법 보장을 주문했다.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도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전국 15개 시도를 순회하며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4·13총선에서 여야 주요 3당은 지방자치 과제를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조 시장은 “지금의 헌법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의회를 둔다는 조항은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법률이 없어 중앙집권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프랑스처럼 헌법 전문에‘대한민국은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천명하고 재정, 조직, 사무 등 기본적 사항을 명시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 지방재정 확충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시군구 기초단위는 풀뿌리 민생 자치의 근간으로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철저하게 정당공천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 지방정치가 실종됐다”며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충돌하고 있는 지방재정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이후 국세와 지방세비 8:2 수준의 비정상적인 재정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며 “예산철만 되면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지자체 간 경쟁은 사라져야 한다”며 재정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임기 동안 많은 성과와 노력도 있었지만 추진 과제들이 대부분 미완성에 그쳐 아쉬움과 정부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는 “전반적인 판은 깔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했다”며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임으로 철저한 중앙정부 통제 속에 있는 재정과 정치가 개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역할을 하면서 순천시정을 이끌어가는데 전념할 계획이다. 조 시장은 “전국의 기초단체와 협력해 지방의 재원 확충과 분권형 헌법 개정 등 완성하지 못한 지방자치 과제를 실천해 자치분권을 실현하겠다”며 “대표회장 퇴임 후에는 순천시의 시정 목표인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하는 사업 추진과 에너지 자립도시 완성 등을 통해 시민 누구나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충훈 순천시장 ▲64세 ▲국민대 졸업 ▲순천대 행정학 명예박사 ▲제40대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민선3·5기 순천시장 ▲전남 시장·군수협의회장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
원문보기 : http://www.hankookilbo.com/v/95e0a1923e264a3a888c5f7fafc645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