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608팩토리의 류소라 대표와 홍윤정 대표)
608팩토리의 모바일게임 '자취생키우기'는 소름 돋는 현실반영과 기발한 '드립'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돈 벌려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대학을 다니려면 끊임없이 알바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처지를 젊고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풀어냈다. 이 게임은 실제로 자취를 하는 여성 개발자 2명이 만들어냈다.
9일 개막한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페스티벌)에서 '자취생키우기'를 만든 608팩토리의 두 개발자를 만났다. 608팩토리는 류소라, 홍윤정 대표 2명으로 이뤄진 회사다. 류소라 대표는 90년생, 홍윤정 대표는 91년생이다.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함께 다니던 둘은 의기투합, 지난해 졸업 이후 취업준비가 아닌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모자란 지식은 독학으로 배워나갔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열린 BIC 페스티벌에도 놀러왔었다고 한다. 출품작들을 보며 "우리도 열심히 해서 다음에 나가보자"라고 다짐했다. 목표는 1년 만에 이뤄졌다. '자취생키우기'가 BIC 출품작으로 선정되자 그녀들은 자취방에서 부둥켜안고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은 "이번 BIC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첫 게임은 '전설의 만보로'라는 러닝 게임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해 독립투사들을 모으는 콘셉트였다. 류 대표는 "당시에 개발 실력도 미흡했고, 부담 없이 만든 게임이었는데 그 작품으로 서울의 강남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번째 게임으로 '자취생키우기' 개발에 돌입했다.
'자취생키우기'는 고향이 진주인 류소라 대표의 실제 자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당시 자취방에 자주 들렀던 사람이 홍윤정 대표였다. 608팩토리라는 회사 이름은 그녀의 자취방이 608호였기 때문에 지어졌다. '자취생키우기'는 그녀들의 초심을 되돌아보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이 게임이 유저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실제 그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둘은 각자의 파트를 나누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기획부터 그래픽, 프로그램까지. 게임에 등장하는 대사가 1000여개 정도인데, 한 사람이 쓰다 지치면 교대로 써내려갔다고 한다. 개발기간은 총 4개월이 걸렸고, 지난 7월 8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먼저 출시됐다.
'자취생키우기'는 기본적으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방에 살다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한 자취생의 이야기다. '무사히 졸업하기'가 유저에게 주어진 목표다. 졸업을 하기위해선 학점을 받아야 하며, 알바를 해 월세를 내야한다. 주인공 캐릭터의 상태는 체력, 허기, 재미, 위생, 고통 등의 게이지로 나타난다. 알바와 공부를 하면 고통이 상승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좌절사'한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처럼 좌절하는 이유도 각양각생이다.
게임은 현실을 꼬집는 기발한 대사와 설정으로 채워져 있다. 시작하자마자 받게 되는 450만원 짜리 등록금 고지서에는 "딱히 가르쳐 주는건 없겠지만 등록금은 제때 납부해주길 바람"이라고 적혀있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시키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 손님 빼고는 무난한 하루였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강의실에는 '보노보노'가 등장하는 등 곳곳에 깨알 같은 유머 요소들도 집어넣었다.
홍 대표는 "유저 분들이 그런 '병맛' 멘트들을 상당히 좋아하신다"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표현이나 단어, 그림 등을 많이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취생키우기'는 클리커 장르, 방치형 장르,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요소를 한 게임에 모두 녹여냈다. 유저가 클릭을 좋아하면 클릭을 하고, 방치를 하고 싶으면 내버려 두면 된다. 그래도 게임은 플레이된다. 모든 '좌절사' 엔딩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공략을 하는 유저들도 있다고 한다.
유저들 중에는 의외로 중고등학생들이 많다. 류소라 대표는 "대학생들은 자신의 현실이니까 게임이 너무 슬프다고 느낄 수 있다"며 "중고등학생들은 본인들에게 다가올 미래니까, 게임에서라도 좋은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온갖 좌절 요소가 들어있지만, '자취생키우기'는 현실보다 잔혹하지는 않다. 비록 태생이 흙수저라도 알바로 자동차를 살 수도 있고, 재벌이 될 수도 있다. 엔딩은 졸업엔딩 42개, 좌절엔딩이 90개다.
올해 BIC에서 이들은 스폰서인 유니티애즈가 주는 상도 받았다. 상품은 자취생들의 로망인 호텔 숙박권이었다. 홍 대표는 "BIC에 참가해 많은 개발자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며 "아직 개발을 배워가는 저희에게는 이런 기회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두 번째 게임이라 아직 최적화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다음 게임부터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작품에서 복셀 그래픽을 시도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기획 초기 단계라 엎어질 수도 있다"며 웃었다. 이어 "화려한 그래픽이나 3D로도 만들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금은 도트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608팩토리의 목표를 묻자 류 대표는 "일단은 둘이서 계속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욕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대박보다는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최종목표는 제주도에서 사무실을 내는 것이다. 류 대표는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작고 예쁜 집에서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며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전했다. 홍 대표는 "정말 작은 사무실이어도 상관없다"며 "시멘트벽만 세워져 있어도 기쁠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자취생키우기'는 향후 자동차 기능을 추가하고 의상과 헤어 등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9114863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