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전세계 금융상품을 파는 금융계 아마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상품을 제일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마존이듯, 키움증권도 지구상에 있는 모든 금융상품을 가장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취임 이후 잇따른 신사업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현 키움증권 사장의 목표는 뚜렷하다. 단순한 증권사가 아닌 종합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제3인터넷은행 진출부터 자산운용사 인수, 프로야구 구단 메인 스폰서십 계약 체결까지 보폭을 넓히게 된 건 그 때문이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에서 만난 이 사장은 “주식시장 자체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특화 정체성에만 머물 수 없다”며 “키움증권이 성장하려면 브로커리지 지배력은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증권업 하나로만 시장서 살아남기 힘들어
키움증권은 하나금융그룹·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또 지난 18일엔 하이자산운용 인수의향서를 DGB금융지주에 제출하며 자산운용사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에는 프로야구 구단 히어로즈(현 키움 키어로즈)와 5년 동안 연간 100억원 규모의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증권사가 프로야구 구단의 메인스폰서십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광폭 신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키움증권. 이렇게 키움증권이 신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주식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사장은 “업계에 들어서 30년 넘게 주식시장을 보고 있는데 최근 거래대금이 일평균 13조원대에서 좀처럼 늘지 않고 확실히 과거에 비해 주식투자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게 보인다”며 “키움증권도 벌써 20년이 됐는데 이제 증권사도 단일 아이템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아 오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금융에 대한 올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증권업으로만 성장하려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든 파이 내에서 점유율을 더 차지하든 해야하는데, 파이가 커지기도 쉽지 않고 한정된 파이 안에서만 점유율 싸움을 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금융지주 자회사들은 은행, 증권, 보험상품 등을 모두 교차 판매하지 않느냐”며 “키움증권도 한단계 레벨업 하려면 종합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해야한다는 생각에 은산분리가 되지 않았던 3년 전부터 인터넷은행 진출을 숙원사업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 “인터넷銀, 먹거리 많이 남은 시장…경쟁력은 충분”
이렇듯 절박한 심정으로 신사업에 나선 키움증권이지만, 키움증권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두고 시장 안팎의 시선은 우려 일색이다. 키움증권이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2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뛰어드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맞냐는 의구심에서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등 선두주자들이 이미 인터넷은행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요인이다.
이 사장은 내실을 챙기지 못하고 신사업에만 뛰어든다는 지적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실적을 다들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만 보다 보니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일 뿐 개별로 보면 계속 흑자체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같은 경우 시황이 안 좋았던 탓에 수익의 변동성이 큰 자기자본투자(PI)부분에서 실적이 악화되긴 했지만 리테일이나 IB부문 등에서는 전년 대비 큰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진출은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이 사장은 “카카오뱅크가 가입자수와 자산을 급격히 늘리면서 지난해 총자산 10조원을 넘겼지만 10조원은 전체시장 자산규모의 10분의 1정도”라며 “아직 인터넷은행 산업이 초기단계이고 시중은행과 거래해온 소비자를 가격·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새로 인터넷은행으로 끌어들일 계획이어서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키움증권이 속해있는 컨소시엄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하나금융그룹, AI·빅데이터 등 새로운 ICT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SK텔레콤, 창립 이후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키움증권이 함께하면 단지 제도권이라 구현을 못했던 파워풀한 핀테크 기술을 인터넷은행을 통해 구현할 수 있게될 것”이라며 “은행은 유동성공급도 굉장히 중요한데 세 회사의 경우 영업이익도 건실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한 이후의 재무적인 여건도 충분히 확보해 놨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세계 모든 금융상품 파는 ‘금융계 아마존’ 될 것
키움증권의 최종 목표는 금융업계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진출은 키움증권을 아마존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내딛은 첫 발이라는 것이다.
이 사장은 “고객은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한 공간에서 모든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미래에 ‘키움증권’하면 예금이든, 대출이든, 주가연계증권(ELS)든, 해외채권이든 전세계의 모든 금융상품을 제일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아마존 같은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구단과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것 역시 키움증권을 아마존으로 성장시키는 발판 중 하나다. 이 사장은 “우리가 증권이라는 특수재에서 은행이라는 일반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브랜드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 야구를 통한 광고만큼 효과가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주식은 선택이지만 은행업무는 필수인데 이 점에서 키움히어로즈가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기간에만 TV광고를 하는 데 40억원을 썼는데 아무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광고효과가 미미했다”며 “야구 경기를 해도 ‘키움 대 두산’이라고 하지않냐. 연간 100억원으로 이 정도의 기업 브랜드 광고효과를 누리긴 어렵다”고도 웃으며 말했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는…△1957년생 △1975년 숭일고 졸업 △1982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6년 국민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83 ~ 1987 조흥은행 △1987~1989 동원경제연구소 △1989~1999 동원증권 △2000~2002 키움닷컴증권 이사 △2002~2006 키움닷컴증권 상무 △2007~2009 키움증권 전무 △2009~2012 키움증권 부사장 △2013~2015 키움저축은행 대표이사 △2016~2017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18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현 키움증권 사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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