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가 박희자·한솔
시각예술 전시 대부분 취소
`나`를 소진한 듯 무기력해져
그 지점서 새롭게 출발할것
작품전시 7~8월에나 재개
주어진 것의 소중함 알게돼
문예위 `청년예술가` 지원에
올 3배 폭증…뜨거운 관심
◆ 파워업! 청년예술가 ⑥ ◆
지난 2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박희자(왼쪽)·한솔 작가.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지난 2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박희자(왼쪽)·한솔 작가. [한주형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 홈페이지는 올해 3월 전례없이 뜨거웠다. `아르코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에 응모하려는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서다. 작년 562명에게 신청받아 110명의 청년 예술가를 지원했는데 올해 신청자는 3배인 1500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활동이 끊기자 청년 예술가들이 말없이 위기감을 호소한 셈이다.
다급해진 문예위 시각예술부는 정부 부처를 설득해 예산을 작년의 2배로 증액했다. 올해 2년차인 지원사업의 전례없는 흥행의 기저에는 이처럼 `소리 없는 불안`이 흐른다.
어느 정도일까.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작년 아르코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 시각예술 분야 수혜자로 선정됐던 박희자(38)·한솔(30) 작가를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면 대다수 전시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열리더라도 `오프닝은 없다`와 같은 문구가 보이는데, 관람객 없는 전시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박희자)
"예술의 정의, 예술인의 정의, 작업 과정에서의 `관계`를 고민해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전시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하니 고민은 더 깊어진다."(한솔)
박희자 작가는 작년 11월 서울 마포구 `온수공간`에서 김박현정·박동준·이나현 작가와 함께 `매체` 자체를 고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을 하나의 재료로 인식해 회화로 만들거나 실재를 3D 이미지로 재현한 뒤 VR로 경험케 하는 작업들이었다. 한솔 작가는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남민오·안근영·윤재일·정아사란·황선정 작가와 전시 그 자체를 하나의 가정(假定)으로 만드는 전시를 열었다.
둘 다 아르코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의 수혜 전시였다. 면밀히 살피면 `작가`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의 질문이란 공통분모가 감지된다.
한솔 작가는 "개인전보다 단체전 협업 방식을 선호하는 편인데 아르코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은 개인이 아닌 단체를 지원하기에 차별화돼 있다"고 상찬했다. 개인이 아닌 전시 그 자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몰려든다는 얘기다. 박희자 작가도 "작년에 기획과 전시를 동시에 진행했는데, 실질적인 전시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변화를 바라는 지점은 없을까. 박희자 작가는 "해외 작가들이 `아르코 컨설팅 지원센터`를 보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일원화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을 상당히 호평한다"며 "다만 작업 과정에 대한 지원, 특히 기획자와 단체전 지원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한솔 작가는 "같은 지원을 받은 분들이 서로 어떤 작업을 진행했는지 궁금해진다. 전시가 끝나고 서로 모르던 분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왜 오감의 영역 가운데 시각이었을까. 박희자 작가의 경우 예술가로서의 선택 대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란 고민이 선행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학생 무렵, 사진을 좋아했고 다큐멘터리에서 작가의 삶을 보며 예술에 근접한 작가로서의 삶을 원했다. 성과를 빠르게 내야 만족하는 성격임을 알게 돼 결과물을 빠르게 얻는 사진을 자연스레 택했다"고 털어놨다.
예술의 `개념(槪念)`에 관한 자문은 한솔 작가를 시각예술로 향하게 만들었다. 한솔 작가는 "개념적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주제에 매료됐다. `포스터를 전시하는 전시의 포스터`와 같은, 개념의 본질을 파고드는 질문에 빠져들어 이 길을 택했다"며 "특히 영상은 시간을 토대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그 시간 위에 내가 의도한 내러티브를 구축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한솔 작가의 오랜 화두는 `예술이란 무엇이고, 전시라는 제도란 무엇인가`로 응축된다. 한솔 작가는 "예술과 예술가를 작업적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어떤 수준에 이르러서야 `나`를 작가로 볼 수 있을까, 언제부터 예술가이고, 또 예술가가 아닌 것일까란 생각을 해왔다"며 "예술을 동시대인으로서 정의해보려는 모색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만 주목하지 않던 사물에의 관심이 박희자 작가의 화두다. "집에 머무르다 보니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일회용품에 집중한다. 물감을 칠해 정물화처럼 찍고 있다. 점점 관심이 인물에서 정물로 향한다"는 박희자 작가는 "한 번의 전시가 끝나면 나를 소진했다고 느끼고 무기력해졌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코로나 시대인 지금이 그런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두 예술인의 전시는 7~8월 재개된다. 한솔 작가는 7월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에 참여하고, 박희자 작가는 8월에 강남역 스페이스22에서 평면 전시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전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계획 중이다. 박희자 작가는 "코로나가 더 확산되지 않는다면 다시 관람객을 만나게 될 듯하다. 주어진 것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게 되는 요즘"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자 작가는 서울예대 사진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했다. 제15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했고 KT&G SKOPF 올해의 작가,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작품지원 등으로 선정됐다. 한솔 작가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와 동 대학원 사진영상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사업 창의교육생, 서교예술실험센터 홍대앞 공간 교류사업 `같이, 가치` 참여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뉴미디어페스티벌(NEMAF)과 `부재중 전시 BLANK OF BLANK` 기획·전시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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