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재 일성여중고 교장
올해만 213명 대학 입학… “못배운 한 푸는 場 만들 것”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의 뜨거운 학업열과 성심껏 지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2815명이라는 만학도 대학 합격자를 만들어냈죠.”
이선재(81·사진) 일성여중고 교장은 11일 이같이 밝히며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중고의 설립 배경과, 적지 않은 수의 만학도 대입 합격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소개했다.
일성여중고는 이준 열사의 고향인 함경북도 북청 출신 실향민들에 의해 지난 1952년 설립됐으며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에 힘쓴 이 열사의 뜻을 기려 학교 이름도 이 열사의 호 ‘일성(一醒)’에서 따왔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공부할 곳이 없어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야학으로 시작, 1985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을 받는 학력인정 학교로 지정됐다. 이후 학업 기회를 놓친 성인 여성을 주된 교육 대상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이 교장은 1935년 황해도 개풍군 출생으로 6·25 전쟁 때 내려와 1963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학업에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야학이던 일성여중고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그는 교편을 잡던 1963년엔 수업할 곳이 없어 노천에 천막을 치고 몰려든 학생을 맞아야 했지만 사재를 출연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1964년부터는 현재의 장소에 터를 잡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교장은 전임 교장이 사망한 1972년부터 교장을 맡아 올해로 44년째 일하고 있다.
이 교장에 따르면 이달 24일 졸업하는 박종영(77) 씨 등 213명을 포함, 최근 10년간 졸업한 학생 2815명 전원이 대학에 진학했다. 올해 졸업생 213명 중 4년제 대학엔 42명, 2년제 대학에는 171명이 진학한다. 수시모집 전형에 응시해 합격한 이도 있고, 여러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 입학해 뜻하는 공부를 하려는 학생도 있다. 졸업생 중 50대 90명, 60대 78명, 70대 19명 등 장년층 이상 비율이 압도적이다. 80대 할머니도 2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배움’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일성여중고를 만학도들의 광범위한 배움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가난한 이들이 배움마저 놓아버리면 저학력과 가난이 그대로 대물림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만학의 꿈을 지닌 분들이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요. 일성여중고는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이 배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가 될 겁니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211010729030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