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출신 애널리스트 부쑤언토
“한국금융 배우러 9년전 유학… 모국 첨단기술-교육에 투자를”
“요즘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늘어 무척 기뻐요. ‘코리안 머니’로 베트남이 발전하고 ‘한강의 기적’ 같은 ‘송홍(홍 강·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흐르는 강)의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부쑤언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35·사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수줍게 말했다. 부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베트남 출신 증권맨이다. “7년 전 일을 시작할 때 한국어가 서툴러 민영화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던 그는 요즘 증권업계에서 베트남에 대해 가장 생생한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에선 2000년대 초까지 흑백TV를 봤어요. 그때 가전제품 매장의 한국산 컬러TV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베트남에도 한국처럼 ‘한강의 기적’이 얼른 일어나길 빌었죠.”
한국인과 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베트남 명문대인 하노이국립대에 진학해 법학과 한국어를 공부했다. 2007년 국민대 대학원 금융보험학 석사 과정에 진학하며 한국 땅을 밟았고, 2년 뒤 한국투자증권에 취직했다.
그는 “한국에서 증권맨으로 일하면서 베트남 출신이라고 무시받은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여전히 낯설다.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보기 드문 ‘화이트칼라’ 직장인인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기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식이나 기술을 갖추면 국적과 상관없이 세계 어디를 가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자본이 첨단 기술, 금융, 교육 같은 곳에 투자해 베트남 출신 고급 인재를 많이 키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 연구원의 ‘코리안 드림’은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금융 투자인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한국과 베트남 등을 오가며 유망한 사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싶다”며 “금융 선진국인 한국에서 더 많이 배워, 베트남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