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땅에도 온기가 깃들면 봄이 온다. 차가운 금속도 마찬가지다. 깊은 이해와 수많은 손길이 보태지면서 어느새 따뜻한 무엇이 되고 슬그머니 입을 연다.
저지리 예술인마을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관장 양재심)에서 진행 중인 김승희 금속공예가(국민대 명예교수)의 '금속으로 그린 풍경'이 그리 말한다.
김 작가의 작업은 전통식기로 시작해 조금씩 삶에 가까이 스며들며 회화의 조형과 회화의 영역을 넘나든다.
재료 특유의 금속성 대신 숲을 스치는 바람이나 나선형 궤적을 만드는 새벽별의 움직임, 가늘게 떨리는 곤충의 날갯짓 소리가 전시장을 휘감는다.
적.황동과 철 등의 색감을 한국적 정서로 연결해 펼쳐낸 작품들은 날카롭거나 또는 차갑다는 금속의 속성을 뒤집는다. 봉우리 사이 금방이라도 툭 숨을 뱉어낼 것 같은 4월의 모란이 벌과 나비를 부른다.
탄탄하게 기둥을 세운 소나무의 기세가 발을 붙든다. 소슬바람이 머물다 간 듯 은근한 곡선 언저리에 그리움 비슷한 감정이 묻어나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
예술장신구(Art Jewelry)라는 영역을 만들며 장신구브랜드 '소연'의 대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소개되고 있다.
벽면작품 9점과, 오브제 6점, 그동안 개인전을 통하여 발표해온 장신구 등 금속공예30년 역사가 오롯하다. 전시는 다음달 31일까지 진행된다. 문의=772-4280.
원문보기 :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42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