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통합의료 산업화의 길이 열렸다"
손건익 -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진단·검사, 치료·처치·수술, 투약(신약개발) 이들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 간 현대의학을 돌이켜보면, 진단·검사 및 신약개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반면에 처지·수술을 비롯한 치료 행위는 발전이 늦은 편인데요.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손건익 (재)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은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전통의학, 중국의학, 대체의학을 가리지 않고 현대의학과 함께 공동협력 연구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유방암 분야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하버드대 의과대학 자킴센터의 경우 침·뜸 전문가 20여 명이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방의 과학적 근거 찾기 과제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양·한방 갈등 속에서도 양한방 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부인하는 의료인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합의료를 표방하는 병원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까지 나와 있는 양한방의 장점만 결합해도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손 이사장은 "양한방 협력치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양)의사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적 증거가 있냐?'라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한방 협진과 치료·연구를 확산시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적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 내는 험난한 과정에서 '한 알의 썩는 밀알'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재)통합의료진흥원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7월 자음강화탕이 미국 FDA로부터 NDI(신규 건강식품 원료)로 인증받은 것은 큰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FDA 인증은 각종 객관적 자료와 실험결과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근거 제시가 힘든 천연물의 경우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합성화학물질이 쉽죠. 때문에 매년 수백 건의 인증 신청이 들어오지만 그중 FDA의 최종 인증을 받는 천연 식품 첨가물은 2, 3건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천연물 신약 인증의 경우는 FDA 역사상 단 1건 뿐입니다."
◆ 통합의료 산업화, 첫 길이 열리다!
이미 FDA 인증을 받은 자음강화탕 이외에 보중익기탕과 육미지황탕 역시 조만간 NDI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홍삼을 비롯한 단미제제와 십전대보탕 등 복합제제 67개의 미국 FDA NDI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재)통합의료진흥원은 올해 9월 국회에서 '2018 글로벌 임상연구 정상회의: 통합의료- 연구에서 산업화로의 첫 길이 열리다!'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그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원, 대구한의대 의료원, 미국 조지타운대 의료원, 하버드대 다너파버 암병원-자킴센터,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오셔센터, 하버드대 MRCT(다국가다기관 통합약제연구 총괄기구) 등의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달(10월) 중순에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본격적인 임상연구를 위한 모임이 열릴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손기철 전인병원장과 신임희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등 3, 4명이 참석할 예정이데요. 임상실험 방법과 재원 문제, 임상실혐 결과물에 대한 국제학회 보고 및 상용화 전략 등이 논의될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갈 길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 명문 의과대학과 국제학회가 인정하는 실험결과를 우리 의료진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통합의료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손 이사장은 또 재단의 과제 중 하나로 산하기관인 전인병원의 재정적 자생력 확보를 강조했다. 정부 지원금의 경우 활용에 제한이 많은 만큼, 자유로운 연구를 통한 성과 제고를 위해서는 '자립'이 필수라는 것이다. 2015년 대구 남구 대구가톨릭대병원 인근(정문 앞)에 개원한 전인병원은 지하 2층, 지상 8층, 130여 병상 규모로, 양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근무하며 환자 중심의 최적의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면서 양한방 협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필] 손건익 이사장은?
1956년 경북 포항 출생. 국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과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각각 행정학 석사와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과장·복지정책과장·국민연금심의관·감사관·건강정책국장·사회복지정책실장·보건의료정책실장·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2013년 9월 제3대 (재)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17년 4월부터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을 겸하고 있다. 근정포장과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