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라틴음악과 EDM, 트로트를 혼합한 신곡 ‘레디 큐’를 내고 활동 중인 가수 조정민.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트로트의 봄날이 찾아왔다. 원래 ‘전통가요’라 명명됐던 트로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요가 태동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서민의 애환을 담아 가장 오랜기간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장르였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댄스와 발라드 등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춘 장르들이 유행하고, 대중문화의 핵심 항유계층 역시 젊은 층으로 내려오면서 트로트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몇몇 이름있는 가수들 외에 트로트는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진입도 못하고 전국 각지의 행사 위주로만 소비되던 장르였다.
하지만 트로트는 변신했다. 장윤정으로 대표되는 ‘세미 트로트’의 시대를 최근에는 홍진영이 이어받았고 다양한 장르와의 이종교합을 통해서 젊은층에도 소구하는 장르로 거듭났다. 또한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으로 트로트는 ‘정통 트로트’ ‘세미 트로트’ 등 하위장르를 가리지 않고 요즘 가장 뜨거운 장르가 됐다. 여기 소개할 또 한 명의 얼굴이 있다. 그는 <내일은 미스트롯> 출신도 아니고, 선배가수의 후광을 입은 것도 아니다. 오직 자신의 실력과 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레디 큐’로 활동 중인 가수 조정민이다.
그가 지난 4월 발표한 새 앨범 <드라마(DRAMA)>의 타이틀곡 ‘레디 큐’는 트로트의 현재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라틴장르를 바탕에 깔고 유려하게 진행해 나가다가 갑자기 곡 빠르기가 빨라지면서 후렴구에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정수를 선보인다. 그 역시 흔히 정장차림에 얌전히 서서 부른다고 여겨지는 트로트 가수의 전형적인 무대를 벗어나 격렬하면서도 신나는 춤을 선보인다.
지난 4월 라틴음악과 EDM, 트로트를 혼합한 신곡 ‘레디 큐’를 내고 활동 중인 가수 조정민.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몸매가 예뻐지는 춤이에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죠. 이번 노래는 원래 라틴음악을 콘셉트로 잡았는데 딱 듣자마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죠. ‘안 나오면 안 되는 음악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용은 ‘자신이 스스로의 인생을 연출하는 감독이다’는 내용이죠.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부르는 노래에요. 박주희 선배나 한혜진 선배님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관객을 사로잡아라’하면서 응원해주세요.”
앨범에는 ‘레디 큐’와 ‘차올라’ 등의 신나는 노래도 있지만 ‘사랑 꽃’ 등 발라드의 정서를 담은 곡도 있다. 2014년 12월 타이틀곡 ‘곰탱이’를 담은 데뷔 앨범을 낸 이후 트로트의 현재와 한계를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다. 그의 뮤직 비디오는 라틴계열의 장르를 다룬 이유로 남미 팬을 비롯한 해외 팬들의 댓글로 넘쳐난다. 그는 실제로 일본에서도 활동을 시작해 계은숙, 김연자에 이어 ‘엔카’를 부르는 한국의 차세대 가수로 알려져 있다.
“제가 KBS1 <열린음악회>에서 심수봉 선배님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피아노와 함께 부르는 걸 보시고 일본의 유명 작곡가 나카무라 타이지 선생님께서 곡을 주시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일본에서도 비슷해요. ‘엔카’라고 하지만 더 다채로운 느낌을 넣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본에서도 정통 ‘엔카’라기 보다는 ‘K팝’으로 여겨주시는 듯해요.”
지난 4월 라틴음악과 EDM, 트로트를 혼합한 신곡 ‘레디 큐’를 내고 활동 중인 가수 조정민.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활동만 6년째, 최근은 더욱 활동이 활발해졌다. 물론 노래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것도 있지만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방송 이후 트로트의 인기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소속사로 연락이 오지 않고, 공지를 보지 못해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조정민은 그래도 이렇게 ‘트로트 붐’이 일어나는 것이 반갑다.
“전 국민들의 결핍된 부분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아요. 요즘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로트 가수로서 그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희는 자주 노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이렇게 무대를 만들어주시면 더욱 색다른 무대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색다른 것은 바로 조정민이 일궈온 지금까지의 경력이다. 국민대학교 피아노 학사를 졸업해 가수로 한 번 데뷔했지만 실패를 맛보고 피아노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기, 그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커버곡이 영상을 꾸준히 올렸고 이 영상이 2014년 당시 방송을 기획하던 엠넷 <트로트엑스> 작가의 눈에 들어 TV에 나오게 됐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설운도의 눈에 들었고 그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지역 행사로 돈을 모으기 보다는, TV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길 원했던 소속사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한 길을 팠다.
지난 4월 라틴음악과 EDM, 트로트를 혼합한 신곡 ‘레디 큐’를 내고 활동 중인 가수 조정민.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사실 어렸을 때는 누구 앞에 나서지도 못 했던 성격이었거든요. 그렇게 가수가 되고 좌절을 맛본 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겸손해지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많이 차분해지고 오르락내리락 했던 성격도 많이 평정을 찾게 됐고요. 물론 고민을 하고 트로트의 길로 들어섰지만 트로트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고, 끊임없이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오래 활동할 수 있고요. 짧은 가사와 노래지만 인생이 담긴 깊이있는 음악을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최근 영화 <요가학원>의 두 번째 시리즈에서 격투기 선수 역에 캐스팅돼 연기도 준비하고 있다. 굳이 자신의 음악적 틀을 ‘트로트’로 한정하지 않고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불리는 성인가요의 전반적인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다. 예능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지적인 외모에 빼어난 몸매로 도도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털털한 내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동생이 직접 매니저를 맡고 있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가면 ‘현실 남매’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조정민만의 노래는 바로 ‘경계를 없애는 노래’인 것 같아요. 홍진영 선배님의 ‘따르릉’, 김연자 선배님의 ‘아모르 파티’ 역시 그런 노래잖아요. 트로트 가수로서는 정말 어리니까 앞으로 춤추며 재밌는 노래도 하면서 즐겁게 활동하고 싶어요. 한국의 ‘레이디 가가’로 불리면 어떨까요?(웃음)”
출처: http://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1906080000033&sec_id=5401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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