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ㅣ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프랑스 IT교육 혁신한 ‘에콜42’
국내도입해 연 500명 무료교육
1주만에 수천명 지원 인기몰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강남씨어터에서 진행된 ‘42서울’ 교육생 모집설명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제공
프랑스에서 일대 혁신을 가져온 협력 기반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2018년 12월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집중 양성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7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재단을 설립했다.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네이버의 교육기관 넥스트 학장을 지낸 이민석 박사가 재단 초대 학장을 맡았다. 프랑스의 ‘에콜42’를 라이선스한 ‘서울42’ 프로그램을 내년 1월20일 시작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 프로그램의 1기 교육생 250여명 선발을 위한 지원이 이달 1일 시작돼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접수 며칠 만에 수천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이미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개원 준비에 분주한 이민석 학장을 지난 8일 서울 대치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에콜42는 프랑스 통신재벌 자비에 니엘이 사재 7800만달러를 들여 2013년 설립한 비학위 2년 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으로, 학비·교사·교재가 없는 3무 교육프로그램이 특징이다. 학생 40%는 고교 졸업장도 없지만, 에콜42에서 동료학습 위주로 코딩을 배운 뒤 숱한 성공신화을 만들어내며 정보기술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채용하는 소프트웨어 인재로 길러졌다.
2019년 10월11일 오후 서울 강남씨어터에서 진행된 ‘42서울’ 교육생 모집설명회에서 이민석 학장이 향후 일정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제공
-왜 프랑스의 ‘에콜42’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나.
“교육의 효율성 때문이다. 교사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은 교육비 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절감한 채로 많은 학생에게 교육을 베풀 수 있다는 얘기다. 에콜42 출신 한국 학생들을 여럿 만났는데, 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교사와 교재 없는 코딩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문제에 대한 토론부터 시작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스스로 해결법을 찾아가며 학습한다. 사람마다 다른 해결법이 있을텐데 답을 찾은 뒤 서로 평가를 해준다. 평가를 받을 때는 반드시 한 공간에 모여서 동료 기반으로 진행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는 결과에 대해 다른 개발자가 코멘트해주는 코드 리뷰다. 에콜42의 시스템은 이를 데이터화해서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도와준다.”
-협업을 통한 동료 학습은 강조되지만, 대학생들이 협업과제를 기피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결과 위주의 줄세우기 교육 때문이다. 서울42에선 결과물의 우위를 평가하는 줄세우기와 경쟁이 없다.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교과 이외의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큰 성장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결과 비교와 경쟁 없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서다. 개포동에 현재 마련되고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캠퍼스는 날마다 학생들이 온다고 생각하고 1000여명이 학습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으로 준비되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책상 배치와 회의실, 휴식공간 등도 동료학습을 고려해 설계된다.”
-‘서울42’ 프로그램으로 배출되는 인력 규모는?
“해마다 500명 정도에 불과한 만큼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4차산업혁명 인재 양성을 위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3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해마다 500명 규모로 2년 과정의 개발자를 배출하는 ‘서울42’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는 확장 가능한 교육 시스템 개발이다. 현재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넘쳐나지만 대학과 기업 등 오프라인 위주의 교육시스템으로는 공급 인력에 한계가 있다. 대학내 비전공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오픈소스로 온라인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프로젝트 기반의 코딩 역량 학습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 말 선보일 계획이다. 세 번째는 생태계 활성화이다.”
-생태계 활성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과거엔 정보기술 기업만 소프트웨어를 했지만, 이젠 모든 기업이 소프트웨어로 돌아가는데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과거 닷컴 버블 붕괴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줄어들었고 대학의 비인기 전공이 됐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중견 전문가층이 허약해졌고 자연히 신입 개발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기업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지만 크게 부족한 상태다. 국내에서 1년에 대략 10만명 정도 개발자 수요가 있는데 대학 공급은 1만7000명 수준이다. 다양한 중견 기업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재를 연결하는 일을 재단이 담당할 계획이다.”
-코딩 기술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것이라는 무용론도 있는데.
“초·중등 학교의 코딩 교육은 이제 시작단계다. 부작용을 말하기 어려운 아주 초기 단계다. 지금은 강화와 확대가 필요한 단계다. 인공지능이 기계적 코딩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필요를 생각해, 이를 문제로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데는 인공지능으론 한계가 있다. 자동화한 코딩 개발 도구를 활용해서 전에 없던 필요를 서비스로 개발하는 과정은 여전히 전망이 밝다. 새 기술을 보면 가슴이 뛰는 호기심과 강한 학습 동기가 뛰어난 개발자들의 공통점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16478.html#csidx432cbaf7723b33a8a5475b504942bd1
※ 이 기사는 '뉴스컨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한겨레|등록 :2019-11-10 18:29 /수정 :2019-11-1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