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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AI생태계 기본은 SW인데...SW개발자 10만~20만명 부족" / 이민석(소프트웨어학부) 교수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초대 학장>
3년내 SW 교육시스템 만들어 기업·대학 확산시킬 것
대학선 정원 확대 어려워..중소·중견기업 인력난 심화
과기정통부, 佛 SW사관학교 '에꼴42' 벤치마킹 설립
AI 온전히 동작하려면 데이터 3법도 조속히 통과돼야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초대 학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생태계의 기본은 소프트웨어 파워”라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와 SW 인력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이노베이션아카데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연말에 인공지능 국가전략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파워가 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에 비해서도 SW 인력 양성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이나 금융사 등으로만 SW 인력이 몰려 SW 개발자를 구할 수 없다”며 아우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사관학교인 프랑스 에꼴42를 벤치마킹해 설립한 재단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이민석(56·사진) 초대 학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최근 서울 선릉역 인근의 공유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나라는 10만~20만명의 SW 인력이 모자라는데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서 내년 초부터 2년 과정으로 매년 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3년 계획으로 새로운 SW 교육 시스템을 완성해 기업과 대학·교육기관에 무료로 공개해 SW 교육 생태계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AI 시대 SW 인력 양성과 빅데이터 활성화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AI, 즉 머신러닝이 온전히 동작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속한 영역의 데이터가 중요하고 그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와 수단인 SW 파워를 키워야 한다. 우리가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야에서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사업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정기국회에 제출됐던 데이터 3법이 아직도 통과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AI 국가전략에서 원천기술과 응용·개발기술 R&D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다 해야 한다. 머신러닝 핵심기술과 툴키트(toolkit), 데이터를 다루는 주변 SW와 인프라, 응용·개발도구, 기존 기술과의 융합, 교육 콘텐츠까지 어느 것 하나 핵심기술이 아닌 것이 없다. AI 툴키트에는 구글의 텐서플로라든지 케라스, 파이토치(페이스북), 카페 등이 있는데 이를 개방해 각각 자신들의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네이버와 삼성도 각각 NSML과 벨로스라는 툴키트를 개방했다. AI를 키우려면 모든 영역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AI와 SW를 가르쳐야 한다. AI 생태계를 둘러싼 다양한 SW 인력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에서 SW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W 전문회사나 게임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 전문회사, 웹 또는 애플리케이션 기반 서비스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 서비스업도 빠르게 데이터 중심, SW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 회사 정체성까지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중견기업에서 SW 인력난을 호소하는데.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화두인 제조업이라든지 중소·중견 SW 개발사 등의 SW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개발자를 뽑으려면 임금과 복지뿐 아니라 업무환경이나 평가 시스템, 개발자에게 맞는 문화, SW 커뮤니티와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에 그 부분이 부족하다. 중견·중소기업도 SW 중심 회사로 외부에 비쳐야 개발자를 모을 수 있고 그들이 혁신을 이끌 수 있다. 
 
-SW 인력 양성이 제대로 안 된 이유는. 
 
△이전에 SW 개발자는 고생한다는 시스템통합(SI) 중심 시절의 인식이 남아 있다. SW 개발자가 크게 부족한데도 대학에서는 관련 전공의 정원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도 SW 인력 양성에 많이 나서지 않았다.  
 
-파견·용역업체에 속한 SI 인력을 SW 인재로 키울 수는 없나. 
 
△이들은 단기교육을 받고 SI 파견업체에 들어가 역량이 부족해도 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SI 인력 양성 분야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단기교육의 질을 높이고 기존 인력의 재교육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
 
-SW 중심대학이나 AI대학 등도 세계 흐름에 비춰보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AI대학원 사업은 시작 단계라 평가하기가 어렵지만 SW 중심대학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학에서 SW 인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현장과 연계된 교육을 강화하고 비전공 학생에 대한 기회 제공에 나서고 있다.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학생들이 SW 생태계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기업 취업을 염두에 둔 학습에 집중하는 게 한계다. 
 
-재벌 SI사들이 SW 시장을 장악하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SI 영역의 문제는 SW 개발을 지적·창의적 활동으로 보지 않고 노동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활동으로 본다는 것이다. SW 용역단가 산정 방식이 문제다. 갑·을·병·정 기업 간 상생이 이뤄지지 않는다. 노동이 아닌 기술(솔루션)을 사는 방식으로 계약을 바꾸고 모든 다단계 하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규칙을 원계약에 명확하게 담아야 한다. 계약 내용에 을·병·정을 위한 내용을 많이 추가해야 한다. 사실 재벌 SI사들이 공공 SW 시장을 장악한다든지 그동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SW 인력을 키워도 현재로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이 외국계 SW사에 비해 국내 SW사를 차별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는 외국 SW를 선택하면 혹시 모를 미래의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과거의 믿음이 작용해서다. 요즘은 이 부분도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공공기관에서 SW를 구매할 때 오픈소스 SW를 먼저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로열티가 없거나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유지·보수 과정에서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미국· 중국·일본 등이 AI 교육 확대 등 SW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중국은 이전 코딩교육을 포장한 듯한 느낌도 있지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교육 방향을 정하고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AI를 경험하고 만들어보는 식으로 교육한다. 미국은 AI에 대한 인식을 공교육에서 중시한다. AI4K12 등에서 교사들 주도로 AI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본도 AI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도 최근 여러 정책을 펴고 있으나 공교육에서는 빠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등학교에서는 AI가 뭘 할 수 있나, 중·고등학교에서는 AI로 자신과 주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등을 교육해야 한다. AI의 윤리 문제도 같이 배워야 한다.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에꼴42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하고 회의실에서 팀 단위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진=에꼴42
 
-이노베이션아카데미와 에꼴42의 관계는. 
 
△에꼴42 교육 시스템을 가져와 소정의 라이선스료를 내고 42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교육하는데 학생 간 국제교류가 기대된다. 에꼴42는 교수의 강의 없이 동료 학습, 동료 평가에 의해 학생이 성장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다양한 SW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학생이 원하는 프로젝트나 산업체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가능하다. 해커톤·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다. 42 시스템은 확장성이 좋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운영할 뿐 일본 등 세계 10여곳에서 로열티를 받고 교육 내용을 전수하고 있다. 내년에는 20곳 정도로 늘어날 예정인데 운영은 주로 민간이 한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 지원자가 몰렸는데. 
 
△11월에만 1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지금은 대기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온라인테스트로 기본적인 역량을 검증해 통과하면 선착순으로 4주 집중교육(라피신) 신청을 받는 대로 뽑는다. 라피신 과정에서는 열정과 성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SW 개발 실력보다 성장 역량을 본다. 여기서 선발되면 서울시가 제공한 개포동의 디지털파크에서 2년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SW 산업 생태계와 호흡하게 된다.  
 
-연 500명을 배출해도 턱없이 부족한데 해결책은.  
 
△지금은 네이버나 카카오, 대기업, 금융사 등의 수요도 못 채우는 실정이다. 연 5,000명, 나아가 연 5만명의 SW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완성까지 3년을 목표로 ‘프로젝트-X’라는 SW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개발해 민간·공공기업, 교육기관과 대학이 SW 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공개할 것이다. SW 개발자 교육을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교수 없이도 데이터 기반으로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모든 교육 콘텐츠와 시스템, 데이터까지 100% 공개할 것이다. 기업과 교육기관·대학이 같이 참여했으면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원문보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VS07OFN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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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경제|2019-12-09 0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