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방문을 위해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첫째 날과 맞물려 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숙소로 이르는 모든 길이 통제돼 근처 골목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런데 자기 잘못도 아닌데 택시 기사가 미안하다면서 쪽지를 꺼내더니 뭔가를 한참 써서 줬다. 출발지와 도착지, 요금을 적은 일종의 계산서였다.퇴직 후 취업 신고 대상자에 지위의 고하가 없다는 점에서, 일정 직위 이상으로 취업 제한 대상자를 정해놓고, 그것도 직무 관련성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편법적 우회로를 놔두고 있는 한국의 법제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에 더해 모든 정책 입안이나 의사결정에 대한 청탁은 반드시 서면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부정한 청탁으로 간주하는 접근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EU라는 준국가조직이 민주성의 결핍이라는 끊임없는 비판 속에서도 적어도 공직 부패에 관한 한 스캔들 없이 굴러올 수 있었던 동인(動因) 하나를 브뤼셀의 택시 안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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