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서울시 브랜드개발전문자문단 위원장,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서울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전임 시장이 도입한 ‘I SEOUL U’ 브랜드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슬로건과 로고 디자인 개발이 핵심이다. 이들 요소는 서울시만의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경쟁력과 매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서울시만의 차별적 특징을 찾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왜 그럴까?
‘I SEOUL U’ 대체할 브랜드 모색
뉴욕시의 ‘I ♥ New York’처럼
각광 받는 서울 브랜드 나오길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첫째, 도시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정체성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 네덜란드 컨설팅 기업 아카디스가 2022년에 발표한 ‘지속가능 도시 지표’에 따르면 노르웨이 오슬로가 1위, 스웨덴 스톡홀름이 2위, 덴마크 코펜하겐이 4위를 차지했다. 이들 도시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인정받기 위해 지표 평가 기준이 되는 자전거 도로 개선, 재생 에너지 사용 증가, 녹색 공간 확충 등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지속가능한 도시로서 평판 향상에는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각자 고유한 특색의 이미지 구축에는 실패했다. 표준화된 평가 기준에 맞추어 발전하려는 도시들의 노력은 결국 도시 브랜딩의 궁극적 목표인 차별적 이미지 구축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이상적 정체성과 실제(현실)를 반영하는 정체성 간에는 괴리가 있다. 이상적 정체성이 도시가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과 가치를 반영한다면, 실제 정체성은 도시의 현재 상황과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은 과거 동서 분단, 재건과 통일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역사적인 유산과 관련된 많은 명소와 건축물이 있다. 베를린의 실제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최근 베를린을 창의적 도시로 재정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베를린의 혁신과 창조성을 강조하며, 스타트업과 창업 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베를린의 실제 이미지는 역사적인 유산과 문화적인 중심지를 강조하지만, 새로운 창의적인 도시 이미지는 이상적인 이미지로서 실제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베를린의 이상적 정체성과 실제 정체성 사이의 괴리를 일으켜 인식의 차이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셋째, 목표 집단(타깃 오디언스)을 내국인과 외국인 어디에 맞춰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브랜드의 매력과 진실성 추구 사이의 긴장 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외국인을 겨냥한 메시지는 내국인에게 지나치게 단순하고 상업적으로 느껴져 진실성 훼손의 위험이 있다. 반면, 내국인을 위해 정교하게 구성된 메시지는 외국인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져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김밥은 한국의 독특한 음식으로, 밥과 다양한 속 재료를 김으로 싸서 만든 것으로, 일본의 초밥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김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단순화시켜 초밥과 유사한 음식으로 브랜딩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진실성이 손상되어 우리 국민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차별적 요소나 특정 상황에서 더는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브랜드와의 관계 짓기’를 제안할 수 있다. 사람들과 브랜드 사이에 신뢰를 토대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관계 짓기가 성공하면 브랜드와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관계 짓기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개인이 경험하게 되는 좋은 추억을 충분히 쌓게 하여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브랜드 관계 짓기 전략의 성공 사례로 뉴욕시의 ‘I ♥ New York’을 꼽을 수 있다. 뉴욕시의 브랜딩 전략에는 자유의 여신상, 브로드웨이, 월스트리트 같은 구체적인 차별적 요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간결한 메시지와 유명한 하트 모양 로고가 등장해 사람들이 지속해서 뉴욕시에 대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브랜드가 당신의 연인이라면 일시적인 결함이나 실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원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도 이번 브랜드 리뉴얼 과정에서 관계 짓기 전략을 활용하여 사람들로부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원과 지지를 얻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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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서울시 브랜드개발전문자문단 위원장,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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