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우크라이나 여름 대공세와 러시아의 전황 인식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벼르던 대공세 나선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실패 은폐 목적 농후
전황 따라 나토 고심도 깊어져


우크라이나 대공세가 시작됐거나, 곧 시작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를 위시한 미국 언론은 대공세 임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측은 대공세 관련 예고편 홍보물까지 제작해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이처럼 전쟁 중에 자국의 다음 행보를 미리 예고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황상 대공세, 혹은 후퇴가 일어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왜 이렇게 유례없는 일을 무리해서 할까?


첫째, 바흐무트의 실패를 감추고, 대중의 시선을 이로부터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서방 전문가들은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바흐무트 전투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그러나 바흐무트 전투가 이번 전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군 스스로가 증명했다. 즉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의 결기가 바흐무트를 구하지는 못했다. 바흐무트 전투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의 큰 희생이 따랐을 뿐이다. 더 중요한 다른 전투에 투입될 수도 있었을 귀중한 병력을 잃은 것이다.


러시아가 바흐무트 함락을 공식 인정한 것은 5월 20일이다. 그러나 언론은 러시아의 승보를 전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바흐무트 함락을 사실상 인정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뒤집기도 했다. 전세가 완전히 기운 마당에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군인 한 명, 두 명, 혹은 백 명이 남아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군이 남아있다고 주장하면서 함락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둘째, 대공세는 바흐무트 패배로 큰 부담을 안게 된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에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흐무트 패배로 인해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의 전략·전술적 판단 능력,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전반적인 전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바흐무트의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는 주장이 주로 서방 전문가를 통해 나온 것을 감안한다면, 나토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 몰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전술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바흐무트 사수를 결정한 것은 분명 우크라이나 군 내부의 강경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바흐무트 패배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대공세'를 내세워 바흐무트 따위는 언제든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용맹한지, 그리고 얼마나 전투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를 끊임없이 영상물로 만들어 보여준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나토의 입장에서도 바흐무트 패배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초래했다. 올 초부터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자국의 주력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것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6월 초 현시점까지 게임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서방 최정예 탱크가 바흐무트 전투에 실제 투입되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절실히 요청되던 최신 무기가 격전지에 신속히 보급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이고, 이미 보급했는데도 졌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다. 따라서 나토 측에도 '대공세' 카드는 매우 유용하다.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말은 아직 서방 첨단무기를 활용한 진짜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보도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벨고로트 침입, 모스크바 및 벨고로트 드론 공격 등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봄철도 거의 다 지나가고 여름에 접어들고 있으니 '여름 대공세'를 시작할 때가 되긴 했다. 특히나 우크라이나에 무기 및 재정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작년 9월 이후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성과를 거두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될 것이고, 얼마나 오래 물을 계속 부어야 하는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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