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 네버 인 - 생체리듬과 아침·저녁형 골퍼
작년 US오픈 막판까지 박빙
오후에 잘 치는 피츠패트릭
오전에 강한 셰플러 등 제쳐
생체시계 따라 몸 상태 변화
집중력·정서기능 등 달라져
라운드 시간 맞추면 도움돼
지난해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의 마지막 라운드는 스코티 셰플러와 윌 잴러토리스(이상 미국), 그리고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의 피 튀기는 3파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피츠패트릭과 잴러토리스는 4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했고, 셰플러가 2타 차이로 두 선수를 바싹 뒤쫓고 있었다.
당시 피츠패트릭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때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었던 데다, 경쟁 상대들이 워낙에 막강했기 때문이다. 셰플러는 2020년 PGA투어 신인왕 출신에다 2022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 무려 4승을 쓸어 담으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타 선수였다. 셰플러에는 좀 못 미치지만, 잴러토리스 역시 2021년 신인왕 출신으로 한 달 앞서 열린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1위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 졌을 정도로 호조였다.
경기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가 여러 차례 바뀌는 등 박빙의 승부가 계속됐다. 누구도 경기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려웠지만, 하늘의 태양은 이미 우승의 향배를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셰플러와 잴러토리스는 모두 오후에 약한 아침형 골퍼였고, 피츠패트릭은 반대로 오후에 강한 저녁형 골퍼였기 때문이다.
골프대회에는 보통 150명 내외의 골퍼가 참가하는데, 선수가 많다 보니 불가피하게 오전에 경기하는 선수와 오후에 경기하는 선수로 나뉜다. 특히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큰 챔피언 조는 가장 늦게 출발한다.
2022년 PGA투어 통계에 따르면 셰플러와 잴러토리스는 오전보다 오후 라운드에서 각각 평균 0.86타, 1.17타 더 많은 타수를 기록했지만, 피츠패트릭은 오히려 오후 라운드에서 평균 0.21타 더 낮은 타수를 기록했다. 이날 우승자가 단 1타 차이로 갈렸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피츠패트릭은 오후에 치른 1라운드에서 68타 공동 7위, 오전에 진행한 2라운드에서 이븐파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선 오후 늦게 출발했고 68타를 작성하며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오후 2시 25분 시작한 최종 라운드에선 68타로 정상에 올랐다.
태양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근원이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서 태양에너지를 영양소로 바꾸어 사용하거나 뿌리나 줄기, 잎 그리고 열매 등에 저장한다. 초식동물은 이런 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또 이 초식동물을 먹이로 잡아먹고 살아가므로 결국 모든 생물은 태양에너지를 먹고 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낮과 밤의 주기에 적응해 살고 있다.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덕택에 생명체에는 24시간 주기로 자기 몸을 적절히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체시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시계는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들을 통해 밤사이 세포 내에 특정 단백질이 쌓이고, 낮 동안에 이들이 점차 분해되어 사라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힌 세 사람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생체시계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수면 패턴을 조절하고,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거나 혈압이나 체온을 유지하는 등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생리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이것이 곧 생체리듬이다. 생체리듬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우리 몸의 생리 기능은 물론 집중력, 기억력 같은 인지 능력이나 기분, 감정 조절 같은 정서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업무성과와 경기력의 차이를 만든다. 골퍼가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나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골퍼뿐 아니라 일반 아마추어 주말골퍼도 자신의 생체리듬을 파악해 여기에 맞게 라운드 시간을 잡는다면 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체리듬은 타고나지만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고 수면시간, 식사시간, 신체활동 등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기사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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