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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역법 개정, 푸틴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동원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9월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징집 대상자가 입대를 앞두고 친척과 친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러시아, 징집 대상 30세까지 확대
작년 ‘부분 동원령’ 땐 탈출자 속출
푸틴, ‘병력’ ‘지지율’ 모두 잡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장기화될 전망이다. 올해 초 한 전문가 회의에서는 ‘2024년엔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까지 대선이 몰려있는 만큼, 해당 국가 중 어느 국가도 올해 안에 이 전쟁에서 양보, 혹은 물러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바흐무트 전투를 제외하고는 러시아의 겨울 공세도, 우크라이나의 여름 대반격도 뚜렷한 성과 없이 진행되고 있고, 전쟁은 끝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도 분명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은 기존 18세~27세였던 러시아의 징집 연령을 18세~30세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동시에 병력 동원 소집 통지서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하고, 통지서가 발부된 모든 징집 대상자는 그 즉시 해외 출국이 금지되는 법안도 마련되었다. 러시아의 1차 부분 동원령(2022년 9월) 당시에 많은 젊은이들이 징집을 피하기 위해 인접 국가로 ‘탈출 러시’를 했던 것은 뉴스에도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이번 법안 개정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나, 전쟁으로의 동원은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러시아에서도 기꺼이 전쟁에 동원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전쟁 동원령은 늘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법안 정비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각에서는 푸틴 지도부가 징집 연령을 넓히는 것을 저어했다는 말도 나온다. 내년 3월 대선을 생각하면 이런 인기 없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불편한 결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인명 손실을 메우고, 더 나아가 러시아군의 규모를 현 115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푸틴에 대한 지지도는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을까? 추정컨대 크렘린은 이것이 푸틴의 대선 승리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미 계산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서방 언론들은 오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내부 결속이 훼손되고 푸틴에 대한 반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러시아 내부 사정은 이러한 기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것은 지난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 대한 러시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바다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반란은 푸틴의 지지도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 푸틴의 지지도는 지난 7월에도 82%에 달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감히 국가에 도전한’ 프리고진의 지지도는 크게 하락하였고, 프리고진이 문제 삼았던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의 지지도도 하락하였다. 물론 텔레그램과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정보를 주로 접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프리고진에 대한 동정 여론도 있지만, TV 등 전통적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55세 이상 세대들은 프리고진을 비난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편 1,000명에 달하는 응답자 중 3분의 1은 반란의 결과로 ‘푸틴 정부를 중심으로 한 권력 공고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답하였고,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반란과 상관없이 ‘모든 것이 그전과 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반란군의 ‘모스크바로의 행진’이 중앙 정부의 권위를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했다는 6월 말 레바다센터의 여론조사 및 포커스 그룹 토론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참고로 레바다센터는, 러시아 국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여론조사 기관 ‘전 러시아 여론조사센터’와 달리, 정부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적인 비정부 여론조사 기관이다. 푸틴 치하의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도 레바다센터처럼 독립여론조사기관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인의 생각을 꼭 서방의 렌즈를 통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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