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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다시 점령하려면… ‘파워 장타자’ 키워야[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위기의 한국女골프 생존 전략

올 19개 대회에서 단 2승 그쳐

기존 선수 부진에 젊은피 없어

신인상, 2021년부터 泰에 내줘

세계 흐름에 맞는 유망주 지원

페어웨이 러프길이·폭 조정 등

국내 투어 코스 재정비도 필요

 

 

 


한때 세계 골프계를 호령하던 한국 여자골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힘이 빠진 모습이다. 지난 1988년 구옥희의 첫 우승 이후 한국 여자골프는 지금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총 207승(메이저대회 35승 포함)을 챙겼다. 이른바 ‘세리 키즈’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했던 2010년대에는 전체 대회의 절반에 가까운 15승 이상을 거둔 해도 무려 3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는 올 시즌 들어 8월 초까지 치러진 총 19개 대회에서 단 2승에 그치는 등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4승에 그쳤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면모를 보였던 메이저대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개최된 14차례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은 2022년 전인지의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이 유일하다.


한국은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으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에 밀려 노메달에 그쳤다. 올해 열린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전 대회 우승국 한국은 태국, 호주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기존 선수들의 부진이 문제로 꼽힌다. 그런데 이를 메꿀 수 있는 ‘젊은 피’의 수혈도 부족하다. 해외 투어에 진출하는 유망주의 수는 계속 줄고 있고, 2015년 이후 내리 5년 동안 한국 선수들이 가져갔던 LPGA투어 신인상도 2021년부터 연속으로 태국 선수들 차지가 됐다.


현재 한국 여자골프가 처한 신세를 보면 전통적인 골프 강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과 새롭게 강자로 부상한 중국, 태국, 스웨덴 등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전 미국의 한 컨설팅회사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넛크래커(호두까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의 상황이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에서 뒤지고, 중국, 동남아 등 후발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뒤져, 마치 넛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 같다는 의미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여자골프의 눈부신 성공은 아시아 골퍼도 세계 무대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 골퍼들에게 큰 자신감과 함께 희망을 제시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모방한 전략으로 급부상한 일본, 태국, 중국 등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때 넛크래커 신세였던 한국경제가 기존의 노동력 등 생산요소 투입 중심에서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최첨단 산업국가로 변모했듯이, 이제 한국 여자골프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파워 골프’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장타자를 육성해야 한다. 과거 한국 여자골프는 똑바로 치는 것 하나로 투어를 평정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장타자라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장타를 치지 않고는 세계 무대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비 말뚝을 제거하고 러프의 길이와 폭을 조정하는 등 국내 투어의 코스 세팅을 장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투어에서 장타력이 뛰어난 신인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유소년 골프에 대한 골프장들의 지원도 중요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골퍼들이 초기에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린 주변 러프에서의 다양한 쇼트게임 능력이다. 연습장 인조 매트 위에서는 결코 길러질 수 없는 기술이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저렴한 연회비를 받고 무제한 라운드를 할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었던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이런 제도의 대표적인 수혜자들이다. 현재 한국의 라운드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골프장경영협회, 대중골프장협회 등 유관 단체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100개 남짓이던 국내 골프장 수는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골프 붐에 힘입어 500개를 넘어섰고, 내장객 수도 1000만 명에서 5000만 명대로 성장했다. 골프 산업의 성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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