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나만의 프리샷 루틴 만들기
‘300야드 괴력’ 쭈타누깐 선수
부정적 생각탓 매번 우승 좌절
‘미소루틴’ 적용후 잇따라 승리
소렌스탐 ‘24초 루틴’ 꼭 지켜
클럽선택부터 스윙까지 일정
루틴, 필요한 것 위주 구성하고
실제상황 상상하며 틈틈이 연습
앞선 칼럼에서 골프 라운드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인 첫 홀에서의 첫 번째 티샷을 긴장하지 않고 잘 치는 요령의 하나로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맞게 나만의 프리샷 루틴을 만드는 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프리샷 루틴이란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플레이 직전에 골퍼의 심리와 신체를 적절히 준비시키는 일련의 반복적인 절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프리샷 루틴은 플레이와 직접 관련이 있거나 도움이 되는 생각, 행동으로 구성된다. 비단 스포츠 영역에서뿐 아니라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나 위인들은 대개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다.
예컨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오후에는 10㎞를 달리거나 1.5㎞를 수영한다. 그러고 나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저녁 9시면 잠이 드는 생활을 30년 넘게 해오고 있다.
프리샷 루틴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퍼의 기술 수준이나 성격, 선호 등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과거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였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의 ‘미소 루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쭈타누깐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300야드를 훌쩍 넘길 수 있는 괴력의 장타자였지만 타고난 ‘새가슴’으로 데뷔 이후 여러 차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곤 했다.
문제를 진단한 멘털코치는 쭈타누깐이 스윙 전에 항상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지나치게 긴장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스윙 직전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미소를 짓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연습하도록 했다.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웃음에 가까운 미소였지만 이후 쭈타누깐은 감격스러운 생애 첫 승은 물론 그해에만 내리 5차례나 우승하며 단박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비록 가짜 웃음이라도 웃는 표정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춰 긴장과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주말골퍼 중에는 일정한 루틴 없이 그때그때 다르게 플레이하는 골퍼가 많다. 쭈타누깐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통 루틴은 인지 영역과 행동 영역 즉, 플레이에 도움이 되거나 관련이 있는 생각과 동작으로 구성된다. 통산 72승의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루틴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소렌스탐은 티잉구역에 올라가면 먼저 자신이 하려는 샷에 대해 캐디와 상의한 후 적절한 클럽을 선택한다. 그런 다음 공 뒤로 곧장 가서 공을 보낼 목표선을 결정한다. 연습 스윙을 몇 차례 하면서 원하는 샷의 탄도와 모양을 머릿속으로 그린 후, 다시 공 뒤쪽으로 걸어가서 목표선을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공 쪽으로 걸어가서 가장 먼저 클럽페이스를 목표선에 수직으로 정확히 맞춘다. 다음 자세를 정렬하고 팔과 어깨의 긴장을 풀면서 마지막으로 목표를 한번 쳐다본 후 곧바로 자신 있게 스윙한다.
이처럼 루틴은 정보수집 및 판단, 플레이 계획 결정, 신체적·심리적 예행연습(연습 스윙과 샷 시각화), 준비 자세, 표적 응시 및 집중, 실행 등의 순서로 구성된다. 소렌스탐의 루틴은 매번 똑같이 24초 정도가 걸린다. 그의 루틴을 참조해 여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적절히 추가하거나 빼면 된다. 자신감이 없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골퍼라면 긍정적인 혼잣말을, 긴장을 많이 하는 골퍼라면 심호흡이나 어깨에 힘을 줬다 빼는 이완 동작을 추가하는 식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루틴에 필요한 시간은 긴 것보다는 짧은 게 더 좋다. 따라서 가능한 한 꼭 필요한 것 위주로 간결하게 만든다. 또 평소에 틈나는 대로 머릿속으로 실제 상황을 상상하며 연습하면 루틴의 효과가 더 커진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