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
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면접 보는 날! 최대한 예쁘게 하고 가야지!’ 그녀는 옷장에서 화려한 색상의 미니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날씨가 더워 스타킹은 생략하기로 했다. 헤어드라이어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세미 롱 헤어는 공들여 세팅 했다.
‘메이크업은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블루 계열의 아이섀도를 발랐다.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렸으며 눈 두덩에 반짝이 펄을 바르고 인조
속눈썹을 붙였다. 입술은 채도 높은 핑크 컬러 립스틱을 바른 다음 그 위에 촉촉한 립글로스를 덧발랐다. 얼굴이 작아 보이기 위해 볼터치를
강조했다. 어떤 신발을 신을지 잠시 망설였다. ‘이거야!’ 원피스에 어울리는 반짝이 장식이 달린 오픈 토 힐을 골랐다. 이대로 집을 나서자니
뭔가 아쉬웠다. 액세서리 함에서 블링블링한 비즈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생일 선물 받은 빅백을 들었다. 시은 씨는 생각한다.
‘이쯤 되면 완벽하겠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성들은 쉽게 시은 씨의 잘못을 알아챌 것이다. “에이, 이렇게 개념 없는 지원자가 어디 있겠어?”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은 씨 같은 지원자는 생각보다 꽤 있다. 10명 중 1~2명 꼴로 그렇다. 인사담당자를 만나 보거나 인터뷰를 읽거나 설문조사를 보면
거의 비슷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은 씨만 이런 게 아니다. 시은 씨는 ‘종합세트’라 그렇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다른
여성들도 몇 가지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다 좋은데 치마 길이가 너무 짧거나, 다 좋은데 액세서리가 화려하거나, 다 좋은데
스타킹을 안 신고 오거나, 다 좋은데 메이크업을 너무 진하게 하거나 혹은 아예 하지 않는 경우다.
자, 그렇다면 시은 씨는 어떤
실수를 한 걸까? 면접복장은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당신도 한 번 생각해보라. 시은 씨는 마음가짐부터가
실수다. 면접을 보러 가는 수진 씨는 ‘예쁘게’가 아니라 ‘프로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은 씨가 꺼내 들어야 할 옷은 미니 원피스가
아니라 재킷과 블라우스, H라인 스커트다. 한 마디로 '정장'이다.
다음은
동혁 씨다. 동혁 씨는 어떤 모습으로 면접장에 도착했을까?
동혁 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면접 보는
날! 최대한 편하게 하고 가야지’ 그는 옷장에서 잘 말려놓은 하얀색 순면 티셔츠와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헤어 젤을 바를까? 잠깐 고민하다가
손바닥에 대충 덜어 슥슥 만져줬다. 이발을 한지 꽤 되어 길이가 애매했으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머리를 대충 올려 붙이고 보니 면접시간에 늦을까
조바심이 났다. 처음 보는 면접을 앞두고 긴장해 잠을 설친 탓에 피부가 다소 거칠고 여드름도 올라왔지만, 평소에도 잘 바르지 않는 스킨을 바르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검정색 뿔테를 얼른 쓰고 흰색 양말에 검정색 운동화를 신은 다음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의 두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민호 씨는 생각한다. ‘내가 편하면, 면접관도 편하지 않겠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들도 쉽게 동혁 씨의 잘못을 알아챌 것이다. 동혁 씨 같은 유형도 꽤 있다. 여성의 일부가 시은 씨처럼 ‘블링블링’하다면,
남성의 일부는 동혁 씨처럼 과도하게 ‘털털’하다.
그런데 동혁 씨만 이런 게 아니다. 다른 남성들도 몇 가지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다 좋은데 헤어가 덥수룩하거나, 다 좋은데 검정색 넥타이를 매거나, 다 좋은데 양말을 안 신거나, 다 좋은데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거나 등이다.
자, 그렇다면 동혁 씨는 어떤 실수를 한 걸까? 면접을 보러 가는 동혁 씨는 ‘편하게’가 아니라 ‘프로처럼’
보여야 한다. 동혁 씨가 꺼내 들어야 할 옷은 면 티셔츠와 청바지가 아니라 재킷과 와이셔츠, 넥타이, 정장
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