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walking holic] 서울, 걷기 좋은 길 -서울성곽길 편-

  서울 걷기 좋은 길. 점점 사람들이 건강해지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또, KBS 한 오락프로그램으로 인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걷기 좋은 길을 이곳저곳 찾아 헤맨다.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서울, 여자가 걷기 좋은 길’ 등 서울지역 예쁜 길에 대한 정보를 다룬 많은 책을 낳기도 했다. 그 중 유명하고 또 쾌적하며 본교와 가까운 길을 소개해보려 한다. 겨울이 채 다 가기 전에 혹은 개강 후 공강시간을 이용해 도심 속 걷기 좋은 길을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걷기 좋은 길 ‘서울성곽길-창의문, 윤동주 시인의 언덕’ 편을 소개한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학교 앞 정류장에서 1020 버스를 타고 약 10분-15분가량 가다가 ‘자하문고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학교 바로 앞에서 버스 한번이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 입구 앞에 내려주니 교통편이 아주 쉽게 되어있는 편이다. 이 곳은 서울 성곽 길을 다니는 관광객 혹은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이 곳은 다른 곳에 비하여 많이 높지 않고 또한 걷기가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볼거리는 아주 많은, 쉬면서 둘러보기 제격인 곳이다. 올라가는 도중에 바라보는 풍경도 꽤 아름답다. 서울 한복판에서 보던 높은 건물들 대신 이 곳에서는 밀집한 주택가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삭막했던 아파트들을 보다가 옹기종이 모여 있는 주택가들을 보니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풍족해진다. 그렇게 올라가다보면 큰 호랑이 돌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보인다. 늠름한 호랑이 조각상 밑에 ‘문화강국 호랑이, 인왕상에 호랑이가 돌아왔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언덕을 오르면서 왼쪽 편 담을 넘어선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보다보면 어느 덧 큰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큰 바위는 많은 사람들이 돌 하나씩 얹어서 만든 것이라면 놀라움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공공의 기억 살리기 프로젝트’이다. ‘공공의 기억 살리기 프로젝트’란,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라는 이름의 조형물이다. 작은 돌멩이들을 감싸고 있는 쇠로 된 받침대에는 돌을 쌓으면 바위가 소원을 이루어준다던가, 기뻐한다던가의 문구들이 서 있다. 그렇게 한명씩 돌을 주어다 올리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우람한 큰 바위가 되었다.

 

 


  바위를 지나면 오른 쪽으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르는 길이 있다. 바위에 환영하듯 깊고 정확하게 적혀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보일 것이다. 조금 더 오르면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고 그 옆에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인 서시가 적혀있다. 조금 더 올라왔을 뿐인데 내려다보는 풍경은 마치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 더 아름다워 보인다. 가운데에는 무대 같은 쉼터가 있다. 이 곳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봐보자. 나무 하나하나에 울타리 하나하나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적혀있으며 시가 적히지 않은 곳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고 적혀있다. 별 헤는 밤, 서시, 자화상, 십자가, 길 등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가득 적혀있다. 한 문장 한 문장씩 읽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 덧 언덕 한 바퀴를 다 돌게 된다. 이 곳에서 ‘윤동주’ 세 글자를 찾아 세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위에 아래 밑에 이곳저곳 술래가 되어 찾아보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한참 둘러본 뒤 다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 본다. 그렇다면 혹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수 있다. 한 남자가 손을 허리에 얹고 멋있게 서있는 동상은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다. 최규식 경무관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했을 때 종로경찰서장으로 그들과 교전하다 전사한 분이다. 최규식 경무관 동상을 지나가면 돌로 만든 계단이 어느 곳을 향하며 길게 서있다. 그 길은 바로 서울성곽길 코스 중 ‘창의문’ 길이다. 서울성곽길 창의문을 보러 돌계단을 한 계단씩 올라가보면 양옆에 나무가 쫙 서있는 아름다운 길이 나타난다. 곳곳에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점점 창의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돌계단부터 10분가량 걷다보면 크고 멋있는 창의문이 우뚝 서있다. 창의문에 올라가 사진도 찍고 풍경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서울성곽에는 동서남북에 4대문과 그 사이에 4소문을 두었는데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으로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한다.’는 뜻이다. 창의문은 서울의 4대문 사이에 있는 4개의 소문 중 하나로 그 중 서북쪽 문이다. 그 때에는 이 곳이 양주와 북한으로 가는 길과 이어져 있었다. 창의문은 근처 계곡의 이름을 따서 ‘자하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396년에 지어졌으며 1413년에 풍수학자 최양선이 창의문과 숙정문이 경복궁의 양팔과 같아 길을 내면 지맥이 손상된다고 주장하여 닫혔다. 창의문은 4소문 중 가장 원 모습을 잘 유지한 문이다. 학교 다니는 길에 버스에서 줄곧 듣던 ‘자하문’, 혹은 ‘자하문 고개’가 바로 이 곳 창의문이다. 창의문 오른쪽에 나무로 된 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 때부터 아름다운 성곽 길을 볼 수 있다. 그 곳에 창의문 안내소가 있으며 입산신고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받으면 입산할 수 있다. 입산 도중에는 백악마루와 숙정문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며 곳곳에 군초소와 위병들이 있어 등산객을 안내한다. 그렇게 구경하며 걸어가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면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북악산 성곽길을 전부 보려면 창의문에서 말바위 쉼터까지 걸으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에서 2시간30분. 당연히 모든 성곽 길에서 사진 촬영은 허용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긴 시간이 부담되는 사람이라면 백악마루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약 1.6KM로 다소 가파른 곳이라 힘들지만 백악마루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니 힘듦따윈 감안해야한다. 출입증을 목에 걸고 등산을 시작한다. 하지만 창의문~백악마루까지 가는 등산은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 해발 342M까지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하지만 오르는 내내 성곽 너머로 서울이 보인다. 그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이것저것 자신이 아는 것들을 찾는 재미 또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