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분립을 주창한 계몽주의자 몽테스키외가 "판사는 '법의 입'에 불과하다" 고 하였듯이, 법관이란 법에 따라 판단할 것을 국민 앞에서 맹세하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재판권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법관이 재판을 주도하고, 국민이 법 앞에 무기력해 지는 현실. 과연 실제로도 그런 것인지 우리대학 사법학전공 이동기 교수님을 만나 여쭈어 보았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줄거리는 이렇다. 대학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 교수가 교수 직위 확인소송을 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연이은 패소와 기각에 불만을 가진 김경호 교수는 급기야 석궁으로 판사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김교수는 재판에 오르게 되고, 사법부는 이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라고 규정. 김경호 교수에게 불리하게 재판을 진행한다. 이 영화는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제작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주제를 담은 영화이기에 흥행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영화는 346만이 넘는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흥행하였다.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나타낸 결과는 아닐까.
Q. 실제로 증거가 불충분 한데도 판사가 독단적으로 판결할 수
있나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증거 재판주의에 위반하거나, 채증법칙(재판상 다툼에 있어서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타당한 증거를 채택해야 한다는 법칙)에 위반하여 자의적으로 판사가 판결한다면, 그는
항소나, 상고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피의자는 항소를 하거나, 상고를 하여, 상급 법원에게 다시 한 번 판결을
받으면 된다.
Q. 판사가 부당하게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불리하게 재판을 진행해도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는지
헌법 106조 에 의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고 정해져 있다. 이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여, 법관이
독립적, 중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이에 따르지 않고, 법관이 판결로 인해 제재를 받게 된다면, 오히려 법관이 편향된
판결을 내릴 위험이 있지 않겠는가. 이는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만일, 피의자가 판사가 부당하게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라고 생각하면, 항소나 상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법관에게 다시 판결을 구하면 된다.
Q. 만일 경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기거나, 사법부에서 이를 앎에도 불구하고
묵인해 준다면,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나요?
만일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숨겼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이는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반면 사법부는 증거를 찾는 곳이 아니라, 증거를 보고 판단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증거가 없는 그 상황만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묵인 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서
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만일 유리한 증거인데, 상대편에서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변호인이 찾아내서 재판에 제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경찰이나 사법부가 그 증거를 찾아서 내어줄 것을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
Q. 피의자가 수감 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지, 그런 상황 발생시, 어떻게 인권이 보호되며, 성폭행 상대방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아무래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어떤 일이든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 이런 경우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성폭행의 경우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범죄이기 때문에, 고소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을 한다. 또한 수감자라고 해서 가중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도관이 수감자를
상대로 성폭행한 경우라면 이는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 발생시, 당연히 교도소장에 의해 피해자는 격리되고 가해자로부터 보호받게 된다.
Q. 영화에서 보면 여론을 몰아 재판의 결과를 바꿔보려 애쓰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요즘은 재판부가 좀 더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자꾸 가고 있다. 나중에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의 법관이 되고 나면 고위 법관의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해온 판결의
정치적 성향을 들어서 '지금까지 이런 쪽에 유리하게 판단을 했다.' 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다. 때문에 평생 법관으로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은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사법부 안에서 본 사법부의 모습은, 항상 공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는 이동기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법학도 임에도 이 영화만을 보고 사법부에 대해 불신하게 되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물론 판사 역시 사람이기에 모든 재판이 정 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이 적어도 판사의 양심까지 의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의심이 시작된 순간, 우리 국민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로 인해 사법부의 권위적인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로 부터 멀어지게 하고, 그로써 불신이 싹텄다 는걸 사법부가 반성할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걸러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국민들이 가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