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구역으로 알려진 여대에 남자가 나타났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고 있다. 예전엔 남학생들이 여대에 들어가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낯설어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남학생들은 적극적이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관심과 적성, 전공 등 교수진을
따라서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장 우리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국민*인 중에서도 여대로 학점 교환을 다녀온 남학생이 있다.
지난여름, 덕성여자대학교의 유일한 '오빠'로 행복한 학점교류를 하고 온 박현우(경영 4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국민대학교는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의 3개의 여자대학과 학점교환을 시행하고 있으며, 학부생중 2학기 이상 이수한 자(졸업예정자는
지원불가)로서 지원하기 이전 학기까지 성적이 평점평균 3.00 이상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Q. 덕성여대로 학점교환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남자가 여대로 학점교환을 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뭔가 계기가 있었나요?
물론, 처음에는 많이 망설여졌어요. 여대에 남자가 들어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여대에서 남자를 달갑게 생각할까도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지인의 얘기로, 덕성여대에 학점교환을 간 남학생들이 꽤나 많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낼 수 있었죠.
덕성여대에 학점교환을 간 게, 막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우선 집이 덕성여대와 정말 가까워요. 걸어서 15분? 덕분에 고등학생시절부터 늘 상 덕성여대를 보면서
자랐죠. 그래서 그런지 뭔가 환상이 있었다고 할까. 한 번 쯤 저도 저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비용면에서도 많이
매력적이었죠. 국민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계절학기 비용이 더 저렴한 것도 있고요. 아무래도 집에서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 처지이다 보니,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죠! 결국 환상과 비용과 그리고 거리에 메리트가 있었던 거네요.
Q. 여대에 남자가 가다니! 여대의 학생들에게도 정말 핫 이슈였을 것 같아요! 처음 수업에 들어간 날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고 싶어요!
아~ 그때를 생각하니 또 식은땀이 나네요(웃음). 정말 일단 질러 놓긴 했지만, 처음 여대에 등교하던 날 아침은 공포 그 자체였어요. 일단,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싶은 생각에 옷차림부터 걱정이었죠. 최대한 눈에 안 띄도록 평범하고 일상적인 옷을 골라 입고 집을 나섰었어요. 첫 수업은 영어 회화였는데, 정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오른쪽 맨 앞자리에 가서 앉았죠.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교수님들이 앞자리에 앉은 저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덕분에 그 교실의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저를 알릴 수 있었어요. 다만, 처음엔 정말 뻘쭘(?) 했다는 거! 그날 흘린 식은땀을 모아보면, 정말 1L는 더 나올 것 같아요. (웃음)
Q. 여대로 학점교환을 다니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덕성여대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 일이 있었어요. 제가 수업시간에 좀 일찍 가서, 컴퓨터를 켜두고, 칠판도 지워놓는 등 수업준비를 좀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사람들이 늦게 오더라고요~ 혹시 휴강인가 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한 여성분이 들어왔어요. 와. 정말 어찌나 반갑던지! 한 참을 둘이 있다가, 그냥 있기 어색하기도 해서 먼저 말을 걸어봤어요. 그 뒤로 정말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죠. 나중에는 함께 덕성여대 앞 맛 집도 찾아가고, 그 친구들 주변의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소개팅도 시켜주고 그랬어요.(웃음) 학점교환이 끝난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고요. 학교 간의 정보 교류도 하고, 여러 가지 의견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요.
Q. 덕성여대로 학점 교환을 다니면서 느낀 좋은 점? 또는 나쁜 점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좋은 점은 국민대와는 다른 풍경, 분위기 속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뭔가 신입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고 학년이다 보니, 오래 전에 사라졌던, 두근거림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무역관련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국민대에는 많지 않거든요. 반면에 덕성여대에는 비교적 많아서 정말 좋았어요. 아, 학식이 뷔페식으로 나온다는 것도 정말 큰 장점이에요! 자기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먹을 수 있고, 반찬마다 가격이 붙어 있는 식이죠.
나쁜 점이라기 보단 불편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대다 보니 여학생들이 편하게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때가 가끔 있었어요. 예를 들어 짧은 치마를 입고 소파에서 다리 올리고 자는 모습이라 던지 좀 민망할 때가 있었죠. 나중에 친구 사귀고 나서는 괜찮았지만, 밥 먹을 때 굉장히 민망해요. 원래 어디 가서 잘 주눅 들지 않는 성격인데, 여자들 사이에서, 그 관심의 중심에서 밥을 먹자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때가 많았죠(하하). 그리고 아무래도 여대다 보니 학점 경쟁이 좀 치열한 것 같아요. 혼자서도 좋지만 여대로 학점 교환 신청하시는 분들은 친구와 같이 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덕성여대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무역 실무랑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어요. 무역 실무라는 과목은 이론이 아닌 실제 무역현장에서 하는 일을 배우는 과목인 만큼, 실무에 밝은 교수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덕성여대의 제가 배운 교수님은 실무에 밝은 분이라, 강의가 탄탄 했어요. 또 젊은 교수님이시라 현재 무역의 흐름도 잘 알고 계셨고, 재치 있는 농담도 잘하셔서 강의가 지루하지도 않았습니다. 영어회화의 경우, 독해와 회화 두 가지로 나누어 수업을 했는데, 독해의 경우 한국인 교수님이 가르쳐 주시고, 회화의 경우 외국인 교수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Q. 남자라서 특히 적응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덕성여대에서 남자로 살아남는 법! 전수해 주세요.~
우선 친구 사귀기를 추천해요! 저 역시 친구를 사귀고 나서야 여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무래도 다른 학교다 보니, 건물, 화장실, 식당 등 위치 장소도 그렇고, 식당 이용방법이나, 전산실 이용법 같은 기본적인 시설 이용 방법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헤매게 될 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친구를 사귄 것이 정말 크게 도움이 됐어요. 어떻게 친구를 사귀었냐고요? 우선, 여자들이 막 몰려다니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말 걸기도 힘들죠. 그러니까 아침9시 수업을 노려보세요! 아침에 좀 일찍 가서 혼자 있는 여대생에게 말을 걸기! 이때 거절당할까 걱정하지 말고 용기 있게 말 거는 게 중요해요. 아마 친절하게 잘 대해 줄 거예요.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아마 여대에 가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고, 뭔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 같았어요. 이때 저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혼자서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했어요. 일단 수업을 들으러 온 건데, 사람들 신경 쓰여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너무 아깝잖아요.
Q. 덕성여대의 학교 분위기는 어땠나요?? 학점교환을 온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잘 되어있는지 궁금해요~
학점 교환 온 학생이라고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닌, 그냥 덕성여대 학생들과 다 똑같이 대해줬어요. 오히려 그 편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았어요. 전산실이나, 인쇄소, 와이파이 등등 덕성여대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은 모두 사용할 수 있었어요.
아 그리고, 교수님들이 정말 살갑게 맞이해주셨어요. 무역실무 교수님은, 여대생들 밖에 없어서 말을 편하게 못했다면서 군대얘기도 자연스레 할 수 있겠다며 정말 좋아하시고, 일부러 수업 중에도 계속 말을 걸어주셔서 자연스럽게 그 교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더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를 계기로 덕성여대 학생 분들과 뭔가 좀 친밀해 졌달 까요. 그런 게 있었어요! 그 뒤로 말 걸어주시는 여대생 분들도 많이 생겼고요
*
찾아가는 길 : 서울시 도봉구 쌍문1동 422-80 (02-997-6595), 음식점 소개 페이지 (클릭)
Q. 학점교류를 가려는 국민*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세요. 준비할 것 체크해 볼 것 등이요
저는 덕성여대 공식홈페이지를 많이 활용했어요. 그 사이트 안에 덕성여대생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곳을 활용하면, 강의정보나 교수님 정보, 덕성여대 생활의 팁들을 많이 알 수 있죠. 예를 들면, 남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던 지, 덕성여대에 학점교환을 온 남학생들의 이야기들이요! 아, 그리고 듈립(http://www.dwulip.net/)이라고 국민인 처럼 덕성여대만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이건 덕성여대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가 되었다는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듈립에 제 얘기도 떴다던데 궁금해요(웃음) 학점교환을 가는데 가장 필요한 건 방대한 양의 정보가 아닌, 그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려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자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지금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두려움이란, 그저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라고 한다.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문득 국민대 트윗에서 본 명언이 떠올랐다.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의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 후라이가 된다. 인생은 언제나 스스로 부딪쳐 경험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준다." 만일 여대라는 곳이 어떤 곳일지 몰라, 혹은 남자로서 여대에 가면 주위의 시선이 이상하진 않을까 망설이고 있는 국민인이 있다면, 지금 당장, 주저 말고 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