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삼림과학대학 학생들의 푸른 열정, IFSS에 다녀오다

 

방학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개강시즌. 시험기간 지나는 속도가 2G라면 방학 지나가는 속도는 LTE라는 우스갯소리가 절실히 공감되는 요즘이다. 반가운 얼굴들에게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한 것 하나 없는데 방학이 끝나버렸다' 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을 남달리 특별하게 보낸 국민*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삼림과학대학 학생들이 '산림'이라는 공통분모로 갖는 전 세계적 학생들과 함께 보름간 터키에서 뜻 깊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한다. 항상 푸르른 산림만큼이나 식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한 박근영(임산생명공학11), 배호경(산림환경12), 이수진(산림환경12)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로 떠나다.

터키는 전 국토의 25%에 해당하는 2000만ha가 산림면적으로 목재 수요 대부분이 자국에서 공급 가능한 최대의 산림지대로 손꼽혀 산림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을 갖춘 국가이다. 이번에 우리가 참가한 IFSS는 IFSA(International Forestry Students Association)라고 하는 국제 산림 학생 연합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으로 매 해 여름마다 약 보름간의 일정으로 치러지는 큰 행사이다. 이번 2012년도에는 터키에서 개최되었으며 30여 개국에서 온 약 100여명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리를 빛냈다. 지난 2010년 개최지였던 한국의 경우 국민대학교를 포함해 충남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도 참가해 지금까지 3개의 LC가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 팀은 저렴한 경유 항공을 이용했는데 이스탄불에 새벽녘에 도착하는 바람에 원치 않게 공항노숙을 하면서도 현지 스태프들을 기다리는 내내 설레고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학생에 의한 그리고 학생을 위해 준비된 일정

 

 

Workshop // 지역별로 혹은 사전에 지정한 테마를 가지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개별적으로 모여서 아이디어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관심이 있는 주제를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14박 15일이라는 시간동안 영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린 기분이랄까? 영어의 압박 때문에 처음엔 두렵기도 했지만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기에 이야기를 조금은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전공분야에 흠뻑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 많은 자극이 된 것 같다.

LC Presentation // 각 LC 별로 간단한 논문 소주제를 선택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시간이다. 우리 팀은 '기후변화와 산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문을 준비했다. 국내에서 모두 작성하고 내용을 정리해갔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많이 쏟아져 곤혹스럽기도 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친구가 국내 탄소배출량 규제 관련 법규에 대한 내용을 집요하게 물어볼 때에는 모두가 진땀을 빼며 고생한 기억이 난다.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웠지만 좋은 평가와 기분 좋은 칭찬도 많이 듣고, 고생한 만큼 지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General Assembly // 국제 연합이라는 특성상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정 틈틈이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공식 회의가 이어졌다. 차 후년 개최 국가를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내년 임원진들 역시 선거를 통해 선발하는데 모든 투표는 가입 대학 별 한 표씩 투표가 가능했다. 아무래도 운영에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재미가 덜한 편이어서 처음에는 회의 시간이 느릿느릿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아쉬움이 더해져 회의 시간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International night // 30여개의 참가국들이 각자 전통주나 전통음식, 전통의상을 준비해서 한 자리에서 함께 즐기는 의미 있는 자리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시간이다. 한국에서는 유과와 한과, 김과 김치, 그리고 막걸리와 소주를 선보였는데 다들 신기해했다. 한 자리에서 수십 국가의 문화를 조금씩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스위스에서 준비해온 초콜릿을 술에 한번 담았다가 불을 붙여서 바로 먹는 게 있었는데 불붙은 초콜릿을 입에 넣던 순간의 짜릿했던 기분이 잊히질 않는다.

Tour // 주로 국립공원이나 산을 방문하는 일이 많았는데 최대의 산림지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장 체험의 기회였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을 헤쳐 나가면서 광활한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수 있었다. 터키의 넓은 대지 덕분에 이틀이나 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노래를 크게 틀고 다 같이 춤추며 노는 일명 '파티버스'에 당첨되는 날이면 아무리 피곤해도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워야 했다.

모든 숙박은 터키의 대학 기숙사에서 이루어졌는데 대학 캠퍼스 탐방의 기회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직접 자연스럽게 만나 볼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지 친구들이 우리를 기숙사 방으로 초대해 함께 밤늦도록 수다도 떨고 기념사진도 찍고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헤어져야 했지만 소통이라는 것이 다만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30여개의 대학, 100여명의 학생들과의 만남

IFSS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산림'이라는 하나의 전공을 하는 학생들끼리 한 자리에서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외국인 친구들뿐만 아니라 국내 학생들과도 친해져서 정이 많이 들었다. 지역적 특성이 특히 부각되는 '산림'인 만큼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우리 학교는 인도네시아의 보고르 농대와는 파트너십을 맺어 앞으로 SNS를 포함한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고 돌아왔다.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끈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우리에게 버팀목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고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용기 내어 참가하길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이들의 15일간의 여정을 기사로 담아내면서 아직도 터키에서의 열정과 설렘이 식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방학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면 누구든 그 소중한 시간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힘들이 이번 학기를 버틸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원이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뉴스에서 대학생의 65%가 계절학기나 각종 시험 공부 등을 이유로 방학 때에도 등교를 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그들의 땀방울이야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 밀려드는 씁쓸함만큼은 숨길 수가 없다. 우연히 서점에서 보았던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 청춘들에게 타이밍이란 연애에서만큼이나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