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스릴 있고 긴장되는 스포츠다. 6살 때부터 6년간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한 이유진(입체미술 10) 학생은 당시 대전광역시 1등으로 전국 쇼트트랙 경기에 나갈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쇼트트랙 선수로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의 선수 시절 생활과 현재는 취미가 되어버린 그녀의 쇼트트랙 인생에 대해 낱낱이 들어보았다.
Q. 쇼트트랙을 배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적 저희 친오빠를 따라서 운동을 많이 했어요.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검도, 태권도 등등 운동이란 운동은 다 하면서 자랐어요. 딱히 이유가 있다고 하기엔 잘 모르겠고, 그냥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체육 관련 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도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셔서 저희 가족은 자연스레 스포츠와 친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오빠를 따라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6살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선수라기엔 너무 어린 나이죠? (웃음) 그땐 어려서인지 단지 얼음 위를 달리는 것이 좋았고 또 최고로 잘 타서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타다 보니 선수 생활도 하고 또 지금까지 취미로 타고 있습니다.
Q. 쇼트트랙이 취미라는 부분이 낯설어요. 주변에서의 반응이 어떤가요?
주변에서 쇼트트랙 선수를 했었다고 하면 처음엔 신기해하죠. 여자아이가 하기엔 좀 격한 운동이잖아요. 하지만 제 성격이 워낙 쾌활하고 또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사람들이 막 놀라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쇼트트랙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친구들이 "그래서 너 허벅지가 그렇게 단단한 거냐"며 놀리기도 해요.
Q. 경기를 하다 보면 다친 적도 있겠어요.
어린 나이에 무슨 승부욕이 그렇게 많았는지 저는 매일 쉬지 않고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죠. 지금도 그때 다쳤던 흉터가 몇 군데 있어요. 경기 연습을 하다가 경기 전날 크게 다쳤던 적이 있고 다쳤던 에피소드를 말하려면 너무 많아요. 코너를 돌다가 잠깐 발 스텝이 휘청해서 주르륵 얼음 위를 미끄러진 적도 많았어요. 그때 정말 아팠었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가장 크게 다친 적은 경기 연습을 할 때 였는데 6명이서 한 줄로 서서 달리고 있었어요. 왜,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주르륵 한 줄로 서서 달리잖아요. 제가 거기 세 번째에 있었는데 두 번째, 네 번째에 있던 오빠 두 명이 넘어지면서 스케이트 날로 제 얼굴을 스쳤어요. 다행히 발에 힘을 주지 않고 스쳐서 흉이 크게 지지는 않았죠.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다쳐서 아팠던 것 보다 다음날 경기에 지장이 있을까봐 부모님이 경기에 나가지 말라고 하실까봐 엉엉 울곤 했었어요. 그 당시에 쇼트트랙은 저에게 전부였으니까요.
Q. 남자 선수와도 겨뤄 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 남자선수 였어요. (웃음) 오히려 여자 선수들이랑 겨뤄본 적이 거의 없죠. 여자 아이들은 피겨같이 예쁜 분홍색 옷을 입고 스케이트 장에서 연습했었는데 저는 남자애들이랑 쫄쫄이 옷을 입고 쇼트를 탔어요. 어려서부터 남자아이들과 많이 어울려서 그런지 아직도 여자 친구들보다 남자친구들이 훨씬 많아요.(웃음) 그런데 한 가지 뿌듯했던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아이들을 모두 제치고 항상 1등을 했어요. 사람들은 타고난 쇼트트랙 선수다, 몸이 쇼트트랙을 잘하게 타고난 거다 라며 신기해했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악바리같은 성격이 항상 1등을 유지하게 해줬던 게 아닐까 싶어요.
Q. 대회에도 출전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대회였나요?
6년간의 선수생활을 하면서 13번정도 대회에 나갔어요. 전국동계체육대회, 대전광역시장배 쇼트트랙 대회, 쇼트트랙 월드컵 등등 출전했었는데 대전광역시 대회에서 1등을 해서 대전 대표로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출전했었어요.
Q. 앞으로 대회에 나가거나 해 볼 계획은 없나요?
집에 전시해놓은 12개의 메달과 1개의 트로피를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경기를 나가보고는 싶지만 예전보다 현저히 적은 연습량 때문에 걱정이 되요. 그래도 대학 졸업 전에 진짜 열심히 연습해서 꼭 한번은 다시 나가보고 싶어요. 쇼트트랙 경기 일정을 거의 매일 확인하는 편인데 정말 용기가 너무 안나는 거 있죠. 얼음 위를 달리면서 느끼는 그 초조함과 짜릿함,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다시 경험해보고 싶어요.
Q. 6년이나 쇼트트랙을 하고 또 상도 받았었는데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미술도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패션 쪽 일을 해보고 싶었죠. 어렸을 적부터 옷 입는 거에 되게 관심이 많았고 집에서 맨날 한다는 놀이가 오빠랑 패션쇼 놀이였거든요.(웃음) 그런데 꾸준히 미술을 하다보니까 뭔가 만들고 칠하고 하는 게 저와 더 맞다는 걸 느꼈고, 그렇게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약간 늦은 감이 있게 정한 전공이라 '조소'라는 전공 자체는 입시생으로서 늦게 시작했어요. 제가 힘도 세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꼼꼼한 디자인보다는 화끈한 조소랑 더욱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조소'도 남자애들이 많이 하는 미술 전공인데, 저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나봐요.
Q. 쇼트트랙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면서 후회해본 적은 없나요?
후회해본 적 없어요. 막상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관둘 적에는 정말 괴로웠죠. 제가 연습하다 다치고 들어오면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셨어요. 친오빠도 운동을 전공해서 항상 다치는 일이 많았는데 저까지 다치고 들어오는 건 엄마아빠한테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공으로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또 미술이 워낙 저와 잘 맞기도 했고요. 지금도 방학인데도 매일 학교에 나가 뚝딱뚝딱 무언갈 계속 만들고 있어요. 그냥 제 두 맨손으로 하나의 작품이 나온 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쇼트트랙을 전공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취미로 실컷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매일매일 쉬지 않고 운동하는 저로선 쇼트트랙을 관뒀다고 볼 순 없거든요. 단지 전공이 아닐 뿐이에요.
Q. 쇼트트랙의 어떤 매력을 국민*인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가요?
쇼트트랙은 티비에서 많이 보셨듯이 스피드 함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에요. 샥샥 하고 얼음 위를 달릴 때는 균형을 잠깐이라도 잃으면 큰일 나는 거고 속도 조절을 잘 못해도 안 되는 종목이거든요. 얼음 위를 달리는 그 시간만큼은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게 되요. 차분히 두근두근, 쇼트트랙만 한 아찔한 스포츠는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두발로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가 쇼트트랙을 타고 있을 때가 아닐까요.
Q. 쇼트트랙이 남겨준 장점이 있다면
쇼트트랙을 하면서 일단 몸이 탄탄하고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 된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서 인지 몸 자체가 지방보다는 근육이 많아요. 그런 게 꾸준해져서 너무 고맙죠. 대학 와서 잦은 술자리에도 저는 살이 잘 찌지 않아요. 그리고 웬만한 운동도 남들보다 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 얻은 장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생각 때문인지 입시를 할 때도 또 편입해서 합격할 때까지도 '목표'가 있자면 일등으로 골인하리라 하는 생각이 늘 있습니다. 무엇을 하던 항상 그 목표를 이루고 마는 성격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요?
제 꿈은 저의 전공인 미술을 살려 최고의 미술작가가 되는 것이 일단 일순위입니다. 그 다음에 제가 사랑하는 운동 스포츠 부분에서도 전공 못지않게 인정받고 싶어요. 경기 있을 때마다 나가고 또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며 살고 싶어요. 비록 운동자체가 취미이지만 취미를 넘어선 취미로 간직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대해준 이유진 학생. 어쩌면 그녀의 밝은 에너지가 운동에서도 미술에서도 그녀를 최고로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시 경기 상황을 생중계하듯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가 얼마나 쇼트트랙을 사랑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인터뷰 후 그녀처럼 어렸을 적부터 지켜온 '나만의 취미', 나에게 그런 취미는 무엇일까 새삼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