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녹색여름전 GREEN SUMMER
‘올해 유난히 덥습니다.’
올해 여름, ‘폭염’과 더불어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오늘의 기온은 날이 갈수록 올라가기만 하고 도대체 내려올 줄을 모른다. 연이은 폭염으로 더위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국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연일 35와 36를 육박하는 기온 심지어 지방에선 4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니 이제까지의 우리가 만난 폭염을 더 이상 폭염이라 부를 수 없을 지경이다. 폭염 뿐 아니라 올 여름 초에는 폭염에 앞서 긴 가뭄이 우리를 괴롭혔다. 사람들은 원인 모를 폭염이라지만 사실 지구가 이렇게 뜨거워진데에는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상후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나타난다.
계속 높아만 가는 기온에, 뭐든지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릴 것 같은 이 더위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 ‘에어컨’이라는 기기에 의존하곤 한다. 에어컨을 튼 순간, 사람들 적응을 하게 된다. 이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에어컨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고, 이는 결국 더 높아지는 기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높아져가는 기온을 비롯한 환경에 대한 우리의 고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전시회가 있다. 올해로 벌써 5번째를 맞이한 녹색여름전(GREEN SUMMER)이다. 국민대 그린디자인대학원을 비롯한 다양한 이들이 참가한 전시다. 전시를 총괄하는 윤호섭 교수는 인사말에서 ‘아이, 어른, 작가, 아마추어 구분없는 이 세상의 누구나 작가가 되는 특별한 자리’임을 말했다.
아쿠아리움이라는 장소적 특성상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 녹색여름전 은 늘 다음 세대를 걱정해왔다. 전시장에 들어온 아이들은 테입공을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며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한땀 한땀 만들어진 작품들을 그 다음세대들이 만나고 있었다.
2012 녹색여름전이 열린 장소는 의미가 깊다. 코엑스 아쿠리움 바로 옆에 위치한 코엑스 갤러리 아쿠아는 비영리활동을 전개하고자 마련한 열린 미술 전시공간이다. 그곳에서 벌써 다섯 번째 녹색여름전이 펼쳐졌다. 코엑스라는 유동인구가 많은 장점을 가진 장소에서 녹색여름전이 열리는 것은 초록의 기운이 더 멀리 퍼질 수 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윤호섭 교수는 “5년이 쏜살같이 흐른 듯이 느껴진다. 앞으로 계속해서 전시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가 미지수다. 지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이 자리가 곧 지하철 9호선 출구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의미가 담긴 전시를 할 수 있어 보람 있고 기뻤다. 그러나 녹색여름전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다. 어디선가 또 해야하기에 길에서라도 여섯번째 녹색여름전을 펼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김은지 학우(정치외교학과 10학번) 는 “한 공모전에서 환경을 주제로 하게 되면서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다. 전시장에서 설명을 들으니 디자인이 나와 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은 우리 문제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생활 속에서도 쉽게 할 수 있음을 느꼈다. 환경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실천들에 대해 영감을 많이 얻는다.”라고 녹색여름전의 가치창출의 의미를 깊게 새기고 있었다.
지난 전시에서 만난 낯익은 작품들과 더불어 새로운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은 75명의 어린이들의 환경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아이들이 그린 환경은 전부가 지구가 앓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어린이들이 바라본 환경은 우리가 물려준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녹색여름전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테잎볼이었다. 지난 그린디자인 2003-2012 전에서 만났던 테잎공이 더 이상 하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테잎공이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공’이라고 하기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사람들에게 만들기를 권한다는 사람도, 가족작업으로 ‘지구를 살리는 볼’이라는 이름으로 테잎공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가 각자의 테잎공을 만들고 있지만 하나가 되어 이 작은 실천이 지구에게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나날이 지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많은 징후들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도 그러했다. 일본의 유명 캐릭터의 머리 한쪽이 흘러내리고 있는 작품인 ‘hellokitty’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사를,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의도의 작품이다.
지난해 후쿠시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한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심각성과 위험성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 꼭 일이 터져야만 사람들은 그 중요함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새로운 원전 건설 반대, 원전 폐쇄 등 원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했다. 도시에서 전력을 감소하면 지방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되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전력감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온도는 높아졌다.
그린디자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윤호섭 교수는 재능기부로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 포스터를 디자인 했다. 버스나 길거리에서 그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디자인에게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에너지 소모원을 줄일 수 있는 의식주 모든 씀씀이를 되돌아보길 원한다.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소, 돼지가 땅에 묻혔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까지 매몰 또는 살 처분된 소와 돼지는 350마리에 육박했다. 어떤 생명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것이 우리 발 밑으로 기어가고 있는 조그마한 이름 모를 벌레라 할지라도. 사람의 손으로 막을 수 있던 일도 사소한 문제를 가벼이 여겨 비극이 부른 것이 바로 구제역 사태다. 이런 모습은 우리들이 환경에 대하는 태도에 역시 베여있다. 이렇게 사람들에 의해 목숨을 거둬야만 했던 동물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게 <페트병 물뿌리개>였다. 페트병에 동물얼굴을 그리고 눈 밑에 눈물모양의 구멍을 뚫은 물뿌리개다. 물뿌리개를 사용하면 동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 작품의 디자이너인 김성라씨는 “원래는 북극곰의 눈물을 하려고 했으나, 우리와 더 가까이 있는 동물들로 하게 됐다. 최근에는 4대강으로 고립된 수달 이야기를 들어 수달로도 물뿌리개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구제역 때 생매장 당하는 영상을 보고나서 결심했다. 숫자로는 와 닿지 않겠지만 지난 구제역 파동 때 부산인구 만큼의 동물들이 죽었다. 2년전 이야기이긴 하나 상징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육식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를 고민하게 해보고 싶었다. 또”
‘우리’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범위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우리’라고 했을 때 누군가는 너와 나를, ‘우리’라고 했을 때 누군가는 가족을 혹은 국가, 민족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린의 영역에서 ‘우리’란 지금 이 순간 함께 산소를 들이쉬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 그린디자인의 그린은 우리 모두를 지향한다. 모시에 천연염색을 더해 녹색을 바탕으로 나무와 동물을 아기자기하게, 그러나 큰 생태계를 담은 ‘나+우리+생태+생명=지구마을’을 나타는 <생태국기>가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그와 더불어 일회용 컵 사용량 역시 엄청난 수로 불어났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 일회용 컵엔 적잖은 불편한 진실들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 양이 한해 120억 개 이상이며 1년 동안 일회용 컵을 만드는데 자그마치 1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종이컵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13만 2000톤, 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1년에 심어야할 나무만 4725만 그루다. 이 일회용 컵에는 인체에도 유해한 폴리에틸렌이이 내부 코팅소재로 쓰인다. 높은 온도의 액체에서 녹아 환경 호르몬과 발암물질이 음료에 섞여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또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많은 카페들이 개인용 컵 사용시에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오리지널 그린 컵>은 탐나는 작품이었다. 오리지널 그린컵은 커피 원두 찌꺼기를 결합하여 열가소성수지의 함량을 줄였다. 때문에 대량제작 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량과 CO2의 배출량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그야말로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컵이다. 환경을 지향하는 작품인 동시에 디자인 역시 세련돼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그린디자인엔 역시 입을 쩍 벌어지게 할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한 때 ‘나 하나쯤이야’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더불어 ‘나 하나라도’라는 의식을 사람들이 가져야함을 역설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다'란 말을 두 카피 모두에 해당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시작된 쓰레기 버리기가 티끌들이 모여 한 도시를 쓰레기 산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수도 있고,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이 티끌처럼 모여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쾌적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손 하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