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씬 짜오, 베트남 유학생을 만나다

 

국민대학교는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아시아의 대학들 중 국제화 순위 44위에 오를 만큼 외국대학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캠퍼스 내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경영대 건물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다양한 언어가 들려온다. 흔히들 중국어와 영어가 우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주 들리는 언어가 있으니 다름 아닌 베트남어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활발히 토의하는 베트남 학생들. 그 가운데 한 학기만 있다 가는 교환학생이 아닌 전 학년을 국민대학교에서 보내는 유학생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지금부터 동글동글한 웃음이 귀여운 Thu Phuong Le의 유쾌한 한국 유학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Chào chị, rất vui được gặp chị.(짜오 찌, 젓 부이 드억 갑 찌) 베트남어로 만나서 반갑다는 말이에요. 저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에 다니고 있는 Thu Phuong Le입니다. 한국 발음으로는 ‘프옹’이라고 부르면 돼요. 한국 친구들은 제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25살이고, 한국이 좋아서 왔습니다.

Q. 유학할 나라로 한국을, 국민대학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베트남에 있을 때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국을 자주 접했었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베트남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생활양식 같은 문화들이 낯설지 않았어요. 게다가 현재 베트남과 한국의 무역 교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에요. 이런 상황들을 보니 제가 공부하고 싶던 경영학을 배우기에 한국만큼 적합한 나라가 없더라고요. 나라를 정한 뒤, 학교를 알아보는 중에 국민대학교를 졸업한 지인의 추천을 받았어요. 국민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시설과 경치가 무척 좋아서 바로 결정했지요.

Q. 국민대학교와 국민대 학생들의 첫인상은 어땠고, 현재 그 생각은 변화되었나요?
A. 처음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높은 산 위에 학교가 있어서요. 베트남에도 산은 많지만 건물은 주로 평지에 짓거든요. 이렇게 경사진 곳에 튼튼하고 큰 건물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학생들은 참 친절했어요. 건물의 위치가 익숙하지 않아 자주 헤매었는데 한국 학생들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고, 수업 시간에도 종종 도움을 받았어요. 통계처리론 수업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했는데 유빈이라는 친구가 서투른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바쁜데도 따로 시간을 내서 알려주기도 했고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한국 친구들이 베푸는 친절에 고마울 때가 많아요.

 

 

Q.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을 소개해 주겠어요?
A. 저는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고 직접 체험하는 활동을 좋아해요. 그래서 교양으로 들었던 댄스스포츠 수업이 매우 재밌었어요.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매 수업마다 즐겁게 춤추고 왔어요.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또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늘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공부가 지겹다면 추천할게요. 꼭 들어보세요.

Q. 베트남과 한국의 차이점(학교/학생/학업)은 무엇인가요?
A.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굉장히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베트남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교에 가지만, 최근에는 바로 사회에 나가서 일하거나 전문대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대학교를 졸업해도 보수나 대우 등이 큰 차이가 없을 때가 있어서요. 그리고 국립대의 수가 사립대보다 훨씬 많아요. 또, 차이라고 볼 순 없지만 베트남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 특히 더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노는 것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Q. 국민대에서 만든 가장 즐거운 추억을 말해주겠어요?
A. 지난 학기에 학과 친구들과 함께 우이동으로 1박2일 MT를 갔던 게 제일 먼저 떠올라요. 큰 행사도 아니었고 그냥 친한 친구들과 가까운 곳으로 잠깐 놀러갔다 온 것뿐인데 무척 재밌었어요. 작년에는 봉사활동을 할 기회도 많았어요. 학교 근처의 마을에 연탄을 나르러 가기도 하고 시청에서 김장을 하기도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해보는 일들이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남을 돕는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고 보람찼어요. 한국에 들어와 있는 베트남과 그 밖의 여러 나라 사람들하고 만나는 시간도 많았어요. 친목을 위한 자리였는데 다양한 문화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무언가를 배우는 느낌이 들었어요.   

 

 

Q. 반면 한국생활에 적응하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날씨, 추운 겨울이요. 베트남은 1년 내내 따뜻해요. 오히려 더울 때가 많죠. 그런데 한국에 오니 가을이 있고 겨울이 있더라고요. 바로 적응하진 못했어요.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춥더라고요. 저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눈을 맞아보았어요.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 땐 추위도 잠시 잊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비보다 눈이 좋아요. 베트남에 돌아가면 이 추위와 하얀 눈이 그립겠죠.

Q.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요?
A. 서울을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제주도를 가보긴 했는데 비가 와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어요. 아쉬움이 없도록 여러 곳을 다니며 한국의 구석구석을 모두 보고 싶어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생기는 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Q. Thu Phuong Le의 꿈은 무엇인가요?
A. 제 꿈은 국민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봉사단체를 만드는 거예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규모가 작더라도 남을 돕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어려운 일인걸 알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제 뜻을 향해 계속 노력해간다면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 내내 뜨거운 열정과 능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Phuong을 보고 있자니 이전까지 '베트남 여자'하면 떠오르던 얌전하거나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이미지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녀 역시 글로벌한 시대를 당차게 살아가는 젊은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모인 여러 명의 베트남 학생들 역시도 생기 넘치는 눈빛들을 가진 또 하나의 국민*인들이었다. 이들이 국민대를 딛고 도약해 펼쳐갈 또 하나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