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의 높다란 언덕을 오르면 하얀 외관의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낮이면 발코니의 앙증맞은 꽃들이 봄을 알리고 어둑해진 밤엔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운치를 더하는 이곳은, 한정식집 '그린하우스'. 언뜻 봐선 바다 건너에 있을법한 이국적인 건물 모양새가 우리 고유의 음식인 한식과 잘 어우러질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그린하우스를 방문한 홍보대사와 촬영팀 모두가 분위기에 한 번 반하고 음식맛에 두 번 반했다는 후문이다. 이토록 기막힌 반전 매력을 뽐내는 그린하우스를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린하우스는 200석의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1층은 카페로, 2층과 3층은 음식점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3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체 손님을 모시고 있다. 벽화나 대리석 바닥, 샹들리에 등 외부와 같이 내부에도 유럽풍의 인테리어가 곳곳에 보인다. 그러나 식탁 위에 곱게 깔린 전통 색감의 식탁보나 건강한 자태로 서 있는 난에서는 우리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건물 전체에 흐르는 음악은 찾아온 이로 하여금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린하우스가 위치한 평창동의 지리 특성이 가파르고 높은데다 건물의 층수가 더해지니 식사를 하며 창밖으로 계절에 따라 바뀌는 뛰어난 풍광을 볼 수 있다.
그린하우스에는 여느 음식점과는 다르게 색다른 볼거리들이 많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노란색 쪽지가 우수수 달린 나무는 '소원 트리'로, 방문객들이 자신의 소망을 종이에 적어 나무에 달고 가는 기념물이다. 1층의 카페는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거품키스를 하는 중요한 장면에 로맨틱한 무드를 책임진 장소다. 이 때문에 일부러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주인공들이 앉았던 자리는 항상 만원이다. 카페 옆으로는 옷가게가 있어 식사 전후에 쇼핑을 하며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금빛이 번쩍이는 커다란 새장이 있는데 그 안에서 귀여운 앵무새 두 마리가 포르르 날아다닌다. 또한 가게 전층에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의 닥종이 인형들이 놓여있다. 이 인형들은 모두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수익금의 전액이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된다.
그린하우스에는 선비 정식과 같은 정식과 단품으로 내놓은 몇 가지의 요리가 있는데, 이번에는 기존에 있던 요리들과 봄을 맞아 새로이 선보이는 요리들을 함께 맛보았다. 봄을 닮은, 봄을 담은 봄요리의 풍미를 글로나마 느껴보자.
1.갈비찜
토실토실 노랗게 여문 밤부터 잣, 당근 등 갖가지 재료가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듯 충실히 담겨있다. 양념이 잘 베어 달짝지근한 채소들을 먹은 뒤 맛보는 고기는 그야말로 일품. 한 입 베어 물면 야들야들한 육질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냄비 한가득 넉넉히 담아낸 고기 앞에서 젓가락은 쉴 새가 없다.
2. 표고버섯 탕수이
이전에 본 적 없던 생김새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요리는 돼지고기대신 버섯으로 만든 탕수이다. 말캉말캉 재미있는 씹는 맛에 한입에 쏙 들어가는 편리함까지 갖추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매콤한 첫 맛에 침이 고이고 달큰한 뒷맛에 여운이 남는다. 흔히 볼 수 없던, 그러나 낯설지만은 않은 이 요리, 꼭 한 번쯤 맛보길 권한다.
3. 생버섯 무침
갓 따온 듯 싱그러운 향이 그대로 남은 버섯이 샐러드로 상에 올랐다.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이 샐러드엔 산과 들에서 가져온 봄기운이 담뿍 들었다. 봄을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면 꼭 이럴법한, 마치 봄을 먹는 느낌을 갖게 한다.
4. 백김치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한식의 자랑, 김치. 당장 오늘 아침 식사에서도 보았을 김치가 그린하우스에선 꽃이 된다. 속이 뽀얀 백김치를 돌돌말아 놓고 고명을 얹은 뒤 빨간 국물을 채웠다. 물가에 핀 꽃처럼 만개한 김치는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눈과 입이 동시에 행복한 시간이다.
5. 장뇌삼
살결이 고운 장뇌삼 네 뿌리가 나란히 누워있다. 그리고 그 옆자리를 채우는 유자청 종지. 둘의 궁합이 어떨지를 상상하며 삼 한 뿌리를 들었다. 먼저 생긋한 잎을 뜯어 맛보고 뒤이어 뿌리 끝에 유자청을 새초롬히 찍는다. 달곰쌉쌀한 것이 오독오독하니 소리까지 맛있으니 삼을 즐기지 않는 이도 충분히 좋아하리라 싶다.
6. 단호박 감자 완자
동글동글 어여쁜 완자가 노란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었다. 차마 건드리기도 아까운 이 요리의 정체는 고구마와 감자로 만든 완자.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에 특제 소스가 감칠맛을 더하니 좀 전의 아까운 마음은 달아난 지 오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텅 빈 접시 위에 아쉬운 소스만 흩뿌려져 있다.
7. 산야초 효소 샐러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산야초 효소 샐러드. 산야초는 산이나 들에 자생(自生)하는 풀로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다. 양배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채소와 산야초를 효소가 들어있는 소스로 버무렸다. 싱싱한 산야초의 질감이 살아있는, 건강해지는 맛이다.
8. 청국장 소스 샐러드
익숙한 장 위로 푸릇한 줄기가 돋았다. 꼿꼿이 고개를 세우고 있는 이 풀의 이름은 청경채. 청경채는 시금치와 비슷한 외형에 비타민a와 철분이 함유된 채소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사근사근한 청경채의 잎 하나를 따서 정성으로 담근 장에 푹 찍어먹으면 입속으로 불쑥 봄이 찾아온다. 구수한 청국장과 향긋한 잎의 조화가 식탁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음식은 오직 맛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음식 본연의 맛과 더불어 음식이 지닌 영양가, 식사 장소의 분위기, 정성스런 상차림, 주인의 접대 태도 등 다양한 요소가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린하우스는 그 요소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채워나간다. 고객의 편안한 쉼터가 되길 자처하는 그린하우스. 그야말로 맛과 멋과 믿음을 고루 갖춘 음식점이라 하겠다. 햇살 좋은 날, 맛있는 쉼터 그린하우스에서 잠시 쉬었다 가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