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서울에서 떠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

 

서울 속에서 우리 옛 문화와 정서가 묻어있는 장소들을 찾아가보는 색다른 여행을 국민*인에게 소개하려 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국민대에서 1711버스나 1020버스를 타고도 금방 갈 수 있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다. 우리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짧은 시간여행을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떤가. 지금부터 즐길 거리와 맛볼 거리가 가득하고 우리나라 고유의 향수가 느껴지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자.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화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은 서기 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연대가 확실치는 않으나 고려시대에 처음으로 엽전이 유통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사회·경제적 조건의 미숙 등으로 화폐 유통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초부터 상품 교환 경제가 일어나면서 다시 엽전의 주조와 통용이 활발해졌다. 이에 더불어 1678년(숙종 4년)에 상평통보(常平通寶)를 법으로 정하면서 부터 화폐 경제의 확대와 보급이 급격히 이루어졌다. 현재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사용하였던 엽전을 구경해보는 것조차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가까운 통인시장에서는 과거 엽전과 유사하게 만든 엽전을 가지고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교환하여 도시락을 만들어 먹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1개당 500원인 엽전을 10냥으로 바꾸면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 담아 도시락을 푸짐하게 채워 먹을 수 있다.

 

 

통인시장에서 엽전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다면 싱그러운 봄바람을 느끼며 삼청동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자. 삼청동 좁은 골목에 위치한 한옥건물의 전통찻집 ‘차 마시는 뜰’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긴다. 커피숍 체인점에 익숙해져 전통 차보다 커피 음료를 더욱 즐겨 마시던 국민*인들에게 한옥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며 우리 전통의 맛을 느껴보고 잠시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한 곳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전통 차를 주문하면 차에 대한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다도를 쉽게 배워 따라할 수도 있다. 우리의 전통 차는 대부분 여러 번에 나눠서 천천히 마시기 때문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담소를 나누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의 옛 문화와 정서를 느껴보는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인 만큼 한국의 음식과 문화의 중심인 ‘인사동 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종로2가에서 안국동 사거리에 이르는 길을 따라 전통한복, 그림, 도자기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인사동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어색한 듯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모두 한글로 적힌 간판’이다. 우리글인데도 외래어나 외국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는 한글로 적혀 있는 간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문화를 배우고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위치한 체험공방에서는 다양한 수공예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지공예 체험’을 추천해주고 싶다. 한국 고유의 기법으로 뜬 독특한 종이라고 일컫는 한지는 우리의 민족성처럼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존재하고, 깨끗하고 은은한 정감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지공예 체험을 하면서 우리나라 전통문양의 멋과 아름다움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서울에서 떠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 고유의 멋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쉽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내 마음대로 잠시 멈출 수 없다면 나의 발걸음을 늦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