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한 바퀴 돌아 어느덧 다시 봄이 돌아왔다. 매서웠던 바람은 봄바람이 되어 학내를 잊었던 따스함으로 가득 채우고 뒤이어 피어난 꽃 또한 얼어붙었던 땅을 녹이는 듯하다. 특히나 일상에 치인 힘겨운 도시 생활에서 곳곳에 피어난 작은 자연들은 우리로 하여금 봄나들이를 떠올리게끔 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서울과는 멀리 떨어진 넓고 풍부한 자연 경관을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서울 내에서 즐길 수는 없을까?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 서서히 깨어나는 꽃과 나무,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자연경관에 매료된 국민*인들을 위해 준비했다. 도심 속의 자연 “홍릉수목원“으로 떠나보자.
1922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현재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부속 전문 식물원으로 이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외의 다양하고 중요한 식물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관련된 학술 연구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 및 수집하고 있다. 면적은 44ha 나무의 종류는 1,224종(국내종:836종, 외국종:388종), 풀의 종류는 811종(국내종:799종,외국종:12종)이 있다. 홍릉수목원에서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평일에는 과학원의 연구 목적으로만 쓰이기 떄문에 일반인들에겐 주말에만 개방을 한다는 것이 있다. 또 기본적으로 애완동물이나 돗자리 및 음식물의 반입이 불가능하며 촬영도구인 삼각대 및 외발대 또한 반입이 불가능하다. 이는 식물의 보존을 위함인데 식물의 채집 및 훼손 시에는 산림법에 의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눈으로만 관찰해야 한다. 개방 시간은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이다.
국민대학교 정문에서 7211 혹은 1213을 타고 약 20분가량을 달려 숭례초등학교 앞에서 하차한 후 10~15분 정도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금세 홍릉수목원이 시야에 나타난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고려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삼거리에서 꺾어 정릉천이 흐르는 종암대교를 지나 걸어 나가면 점차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맞이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길을 따라 연인끼리 오붓하게 걷거나 친구들끼리 가벼운 담화를 하며 걷고 혹은 혼자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걷다보면 금방 도착할만한 거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의 축소판과 같은 침엽수원의 산책로를 볼 수가 있다. 수목원에 들어서는 어린 아이, 연인, 어르신들 남녀노소 이 산책로를 꼭 한 번씩 걷고 가는 듯 했다. 침엽수림의 큰 특징으로 몸집이 큰 나무가 많고 수가 많아 울창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을 댈 수가 있는데 거대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그늘에 시원하게 감싸여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독 새들이 많았는데 아마 새들도 포근함을 느끼고 나무를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듯 했다.
침엽수원에서 건너편으로 건너가면 많은 낙우송을 볼 수가 있다. 아직 개화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4~5월중으로 자주빛 개화를 시작하며 9월에는 점차 무르익어 회갈색을 띈다고 한다. 개화를 시작한 다른 나무들에 비해 혼자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낙우송을 보며 여름이 오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나고 생각했다. 침엽수원을 지나 주차장 뒷편으로 가면 벚꽃나무가 사람들을 반긴다. 이 맘때쯤 가장 인기가 많은 나무이기에 사람들이 벚꽃나무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시기를 놓치면 볼 수 없는 특별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침엽수원을 지나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 곳곳에 숨어있는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화사한 색감과 아름다움으로 조심스레 모습을 보인 꽃들을 보면 정말 봄이 시작되었구나 생각하게끔 한다. 위쪽에 있는 꽃은 장미과의 일종인 풀또기라는 꽃인데 4~5월중으로 연분홍빛 꽃이 풀보다도 먼저 피며 8월에 빨간 빛 열매를 열린다고 한다. 밑으로는 다들 익숙한 개나리이며 오른 쪽의 꽃은 침엽수원을 지나 활엽수원에 들어가면 가운데 즈음에서 볼 수 있는 장미과의 문배나무 꽃으로 우리나라 특산종이자 1966년 이창복선생님에 의해 이름 지어진 문배나무에 피어난 꽃이다.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꽃이 피어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4월의 홍릉수목원의 색감은 불은 꽃과 하얀 꽃의 향연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러한 두 가지 종류의 색을 지닌 꽃들이 많고 다양하다. 활엽수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나란히 펴있는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매력을 지닌 연분홍빛 진달래와 흰 진달래를 보니 같은 외양에 다른 성격을 지닌 쌍둥이를 보는 듯했다. 진달래를 지나 활엽수원에 들어서면 바로 좌측으로 앙상한 나무에 씩씩하게 피어난 목련을 볼 수 있다. 숭고한 정신이라는 꽃말을 가진 만큼 고귀한 자태를 지닌 목련은 비교적 금방 피고 금방 지는 꽃인 만큼 이렇게 맞이했다는 것이 다른 꽃보다도 더욱 반가웠다.
꽃이 아름다운 활엽수원을 지나 길을 따라 초본식물원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는 신기한 이름과 모습을 지닌 조금은 낯선 식물들을 볼 수가 있다. 먼저 초본식물원에 들어서기 전 침엽수림 옆에 위치한 약초원에서는 하트 모양의 특별한 외양을 가진 식물을 볼 수가 있다.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아름다운 외양과는 다르게 독성을 지니고 있어 함부로 식용으로 사용할 순 없지만 한방의 중요한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다음의 식물은 초본식물원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홀아비꽃대이다. 다른 식물들에 비해 풍성하고 아름답게 자란 홀아비꽃대는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멈춰서 감상하게끔 하는 매력을 지니었다.
첫 번째 식물은 외양이 꼭 우산같이 생겨 이름 붙여진 우산나물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배고플 때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한 구황식품인 만큼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다량의 아미노선을 지니고 있어 영양적인 면에서 우수하며 생것으로 샐러드나 비빔밥을 해먹거나 데쳐서 먹기도 하며 또 국이나 탕에 들어가는 채소처럼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플 때에는 약재로도 쓰이는 만큼 다용도로 쓰이는 만능식물이다. 밑의 식물은 대극으로 주로 들이나 바닷가에서 자라며 꼿꼿이 선 줄기에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그 끝에 잎이 빽빽하게 모인 모양을 자랑한다. 보통 여름에 녹황색의 꽃을 피우지만 좋은 날씨 탓에 조금은 이른 등장을 한 대극의 꽃이 더욱 반가웠다.
유용한 식물이 가득한 약초원과 낙우송과 메타세콰이어 나무의 침엽수원을 지나고 꽃들이 아름다운 활엽수원을 지니 또 벚꽃나무가 반기는 길을 지나고 신기한 식물들이 함께하는 초본식물원을 지난 후 약간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 명성황후의 릉이었던 홍릉터가 있는 관목원을 기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리의 길은 맑고 소소하며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거리를 걷노라면 절로 콧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저 자연 안에 있는 양 초록빛 가벼운 발걸음을 하게 된다.
각 주어진 나무와 꽃, 식물들을 모두 유심히 관찰하며 천천히 산책을 하려면 2시간에서 2시간 반이면 충분할 듯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비교적 큰 식목원은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부담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점 또한 홍릉수목원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편한 운동화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길로 만들어진 부분 이외에는 모두 식물을 위한 자리이므로 절대적으로 포장 혹은 울타리로 만든 길로만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