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가 땡 하면 모든 이들이 장난꾸러기가 되는 날이 있다. 4월 1일, 바로 만우절이다. 간단한 거짓말부터 반 전체가 뒤바뀌는 장난까지. "무슨 이런 장난을 치는 거야?"라는 투정에 "오늘은 만우절이잖아."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다. 너도나도 함께한 귀여운 거짓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까지 이어진다. 대학생이 되면 조금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살아 가리라 다짐했지만, 만우절 앞에서 고등학생 때 함께한 장난이 다시 고개를 든다. 4월 1일, 학내는 만우절을 즐기는 국민*인의 귀여운 장난으로 가득하다.
▲경영대학 KIS학부는 다 함께 만우절을 즐기고 있다.
정말 입을 거야? 다 같이 입자! 고등학교가 지나면 다시는 안 입을 줄 알았는데, 주섬주섬 교복을 꺼낸다. 그런데 우리만 입는 거 아냐? 아니야, 교복 입으면 상품도 주고 이벤트도 한대! 국민*인의 만우절은 수많은 이벤트와 재미로 가득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만우절을 즐기는 국민*인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집에서 발길이 안 떨어졌어요. 모든 사람이 쳐다볼 것 같고 불안했는데, 학교 가는 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교복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매번 타는 버스의 덜컹거림이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로 들리고, 꽃이 핀 길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강의 시간에는 마치 반장이 일어나서 차렷 경례를 할 것만 같은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등학생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더라도, 어느 노래 가사처럼 추억만이 남아 있는 날이다.
“집 앞의 목욕탕이 있는데, 목욕 가운을 입고 오면 무료라고 했어요. 때밀이까지 공짜로 해준대요.” 1년 중 365일 이런 이벤트를 하더라도 만우절 말고는 목욕가운을 입고 걸어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4월 1일은 우리에게 재미를 비롯해 용기마저 주는 날이다.
“처음에는 객기로 입고 온다고 말했는데, 등 떠밀려서 정말 이렇게 됐어요. 실제로 제가 입는 잠옷이라 자고 일어나서 그대로 학교로 오게 됐어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자신의 잠옷이 거울에 비칠 때마다 스스로 부끄럽지만,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당당하게 걷는 걸음걸이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Q. 만우절 이벤트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현준: 저희 과가 신설된 과이다 보니 작년까지 학생회가 없었어요. 각종 행사에 참여를 하고 싶어도 주도하는 학생회가 없어서 많은 부분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이 많았어요. 올해가 1대 학생회로 작년과는 달리 각종 행사에 많은 학우가 참여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경영대학 파이낸스 금융학과 학생회 '비상'은 이렇게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실천했다.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은 고등학교에 다시 돌아온 기분을 느끼게 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학창시절의 순수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교복에도 각자 학교만의 개성이 있다. 단조로운 남색에서 짙은 회색까지. 얼룩덜룩한 무늬와 보드게임을 연상하는 체크무늬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최신 교복은 짙은 붉은색으로 봄날의 화려함을 더하기도 한다. 반면에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 교복 디자인도 있다. 울창한 녹음이 떠오르는 짙은 녹색에 단정함의 완성인 하얀 카라를 합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학교에 오자마자 인민군이라고 놀림을 받았어요. 고등학생 때 같은 교복을 입은 친구들과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다른 학교 교복이랑 모이니깐 너무 눈에 띄는 거 같아요.” 울먹이는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주위의 친구들은 하하하 크게 웃고 있었다.
만우절 이벤트는 단발성으로 그치기 쉽다. 학생회는 매년 바뀌고 만우절이 특별한 전통을 내포하는 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대학에서는 만우절을 맞이하여 유례 깊은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Q. 체육대학만의 만우절 전통이 무엇인가요?
김백진: 체육대학의 만우절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선배와 후배가 뒤바뀌는 날이에요. 십 년 넘게 이어지는 행사로 이를 계기로 선배와 후배가 서로 더욱 알아가길 바라는 취지가 담겨 있어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홀하지 않게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는 마음을 배우는 하루에요. 저녁 6시가 지나면 다시 본래의 관계로 돌아가고 하루 동안의 추억을 되새기며 더욱 돈독해져요.
선배와 후배가 바뀌는 놀이를 일명 ‘야자타임’이라고 한다. 야자타임의 짧은 시간에 선을 넘기는 행동은 선배를 울컥하게 하기도 하고 지지부진한 장난에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도 하다. 하지만 체육대학의 야자타임은 연일 유쾌하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후배와 이를 포용할 줄 아는 선배는 365일 중 하루 있는 전통을 멋지게 완성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장난을 치며 성장한다. 별명을 지어 친구를 놀리기도 하고 물건을 빼앗아 달아나기도 한다. 짓궂은 언행에도 결국 우리는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찡그린 얼굴을 풀고 서로를 용서하며 웃어버린다. 일 년에 하루, 장난과 거짓말을 웃어넘길 수 있는 만우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가장 유쾌할 수 있는 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