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받으며 성장한다. 운동에 소질이 있거나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지 않는 한, 부모님의 설득과 논리 속에서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서의 삶과 진로를 택하게 된다. 대학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또래, 같은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전공 분야가 달라서, 생활 양상이 달라서 서로 가까워지기 힘들고 다가서기 힘든 관계가 있다. '문과와 이과' 이분법적 사고로 구분되어지고 자라온 우리들 마음 속 '보이지 않는 벽'이 지금까지도 우리 스스로를 판단해버리는 무언의 잣대가 되었음이다.
그러나 여기, 그러한 틀을 깨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이 있다. 서로의 마음 속 구분된 '선'을 지우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보기 위해 열정을 불사지리는 젊음들이 있다. '문과 vs 이과'라는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돌아볼 법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어울려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축제의 장. '사자대면' 체육대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Q. '사자대면'이라는 행사의 이름부터가 무척 독특하네요!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회과학대학 (이후 '사') : '사자대면'이라는 제목은 처음 학생 위원단 내부에서 진행되었던 회의에서 "사회과학대과 자연과학대학의 경기이니 앞 글자를 따서 사자라고 해보자!"라는 의견에서 출발했어요. 여기에 추가적으로 부제를 어떻게 정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두 단과대학의 학부 수를 모두 합쳐보니 총 10개였고, 이 10개 학부를 모아서 팀 대결 방식으로 사회과학대의 A팀,B팀. 그리고 자연과학대의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총 4개 팀의 격돌, 즉 사자대면(四者對面)으로 부르자고 정하게 되었죠.
자연과학대학 (이후 '자') :처음 모티브로 잡았던 행사는 '연고전(고연전)'이었어요. 그것과 비슷한 형식의 행사를 기획해보고 싶었는데 반갑게도 사회과학대 측에서 먼저 연락을 오게 되서 '제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진행하게 되었죠. 체육대회의 본연의 특성에 독특한 컨셉이 맞물려 많은 학생들이 '신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일 것 같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어요.
▲ 행사 당일 복지관에 걸린 플랜카드. 상대를 도발하는 문구가 무척 재치 있다.
Q. 많은 학생들이 흔히 알고 있는 대학교 대항전 '연고전(고연전)'처럼 이번 행사도 비슷한 형태를 갖춘 '단과대학 대항전'이라는 기획 의도가 매력적인데, 준비하면서 어떠한 점을 신경 쓰셨나요?
자 : 처음에는 두 개의 단과대학의 대항전으로 행사가 운영되는 방식 때문에 혹시라도 체육대회 진행 도중 경기 의욕이 너무 과열되어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행사들의 진행 방식을 참고해서 행사 진행 분위기를 보다 부드럽고 재미있게 하고자 많은 준비를 했어요. 행사 당일 복지관을 절반으로 나누어 유머 섞인 현수막을 내건 이유도 어떻게 보면 조금 유치하고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말 그대로 '문과와 이과'의 싸움처럼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죠. SNS를 통해 홍보했던 '사자戰'과 대회 홍보 영상들처럼 시각적인 홍보 자료들도 준비하여 더욱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사자대면 홍보 영상. SNS를 통해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사 : 이번 사자대면은 언뜻 보면 다른 대학교 대항전 방식의 행사들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내용과 실제 취지는 많이 달라요. 행사 기획 초기 당시, 마침 온라인상에서 '문과가 바라본 이과', '이과가 바라본 문과'처럼 '문과 vs 이과' 컨셉의 재미있는 컨텐츠들이 많이 올라왔었어요. 그런 걸 보고 '아 이런 컨셉을 대학교 체육대회에 접목시켜 진행해보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죠. 더불어 이러한 행사가 국민대학교를 대표하는 연례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위해 자연과학대 회장님의 말씀대로 학생들이 좀 더 즐겁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진행 분위기를 조금 유치하면서도 유머스럽게 진행하여 학생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많이 신경 썼습니다.
▲학생 위원단의 행사 진행 모습. 행사의 안전을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Q. 대학교 대항전들은 해당 대학의 모든 학생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는데 반해, '사자대면'은 '문과 vs 이과'가 중심이기 때문에 혹시 교내 타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기에는 한계점이 있지 않을까요?
사 : 맞아요. 사실 그동안 총학생회에서 교내의 모든 학생들의 참여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체육대회들을 많이 개최했었지만 참여율이 조금 저조한 부분이 있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때문에 보다 많은 학생들의 이목을 끌고 커다란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제의 체육 대회를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저희 임기 이후에 차후 학생 위원단이 이 행사를 어떤 방식으로 인계를 받아 진행할 것인지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학교를 대표하는 큰 행사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사회과학대와 자연과학대의 '줄다리기' 경기
자 : 저희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대학교를 대표하는 전통 행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저희가 시작 단계이고, 이번 행사가 연례행사로 자리 잡히기까지는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먼저 두 단과대학 학생들의 참여율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발 야구(상)와 짝 피구 경기(하)의 진행 모습
Q. '사자대면'이 학교 대표의 큰 연례행사로서 자리잡기위한 지속 가능성과, 그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요?
자 : 저희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는 기간 내내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준비를 했고, 연례행사로 꼭 발전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내년 학생 위원단에게 '사자대면' 진행에 관한 인수인계를 하기로 계획은 해놓은 상태입니다.
사 : 한 행사가 정기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확실한 피드백과 검증'입니다. 이번 행사 기획 단계동안 10차에 걸친 모든 회의 동안 작성되고 준비되었던 모든 예산과 관리안에 대하여 문서화를 시켜놓고 준비해 놓았습니다. 다만 인수인계를 하되 이 '사자대면'을 지속시킬지에 대한 여부는 이후 학생 위원단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연례행사로서 당연히 이어진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추후 학생 위원단에게 지워질 '짐'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축구시합과 농구시합의 진행 모습. 각 단과대학간의 열띤 응원전이 함께했다.
Q. 이번 '사자대면' 체육대회를 통해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바라는 기대효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 : 사회과학대학 같은 경우에는 단과대학 내부적으로 '소속감'과 '일체감'을 조금 더 높여주고 싶었습니다. 단과대학 내부에서도 '해오름제'나 '농활'같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각 학과 별로 진행되는 행사였기 때문에 보다 큰 틀에서 하나의 '사회과학대학이라는 단과대학으로서의 융합'을 기대하며 진행했습니다. 저희 이번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느낌표'의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이런 점이었죠. 단과대학 내의 각 과의 경계를 허물고 조금 더 친밀하게 만들어서 조금 더 단합되고 하나 된 북악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민대학교에 새로 입학하게 되는 신입생들이 '우리 학과끼리만 친해지면 되지!'가 아니라 '나는 사회과학대학 학생이야!'라는 생각을 가져서 단합력을 높여주고 싶었고, 나중에도 이러한 생각을 지닌 학생이 사회과학대학을 이끌어주는 학생회로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했어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효과를 본 것 같아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 : 사실 사회과학대나 저희 자연과학대는 예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정말 많이 기획하고 진행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2014년 상반기에 국가 내부적으로 여러 우환들이 생기면서, 학교 내에서도 자숙의 의미로 행사와 축제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계획들이 무산되었죠.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새롭게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자연과학대학의 학생회 이름은 '나온'입니다. '즐겁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저희 학생회의 이름처럼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며 이번 행사를 준비했어요. 1학기 때 진행하지 못했던 학교 행사에 대한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주고, 학교생활에 활력과 흥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라면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즐겁게, 그러나 분명하고 명확한 포부를 밝히던 두 단과대학 회장의 모습
Q.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준 학생 위원단과, 앞으로 계속해서 '사자대면' 체육대회에 참여하게 될 많은 국민*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감이 있다면?
자 :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걱정을 해주신 분도 있고 응원을 해주신 분도 많았는데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노력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행사 당일 구령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데, 그 순간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이렇게 행사가 실제로 열리기까지 고생했던 많은 노력들과 어려움들은 당일 행사에 즐겁게 참여해주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눈 녹듯 사라지고, 큰 보람과 뿌듯함만이 남은 것 같아요.
사 : 저도 물론 너무 감사드려요!(웃음) 이번 체육대회를 통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같은 꿈'을 꾸었다는 점이 너무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단순히 두 단과대학의 회장 두 명의 의지로만 준비되었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을 행사였습니다. 100명이 넘는 학생 위원단 모두가 함께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고 준비해준 까닭에 이런 기회가 만들어 질 수 있었어요. 저희 뿐 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국민*인들이 앞으로 이어질 '사자대면' 행사를 통해,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꿈을 꾸게 되는 그 멋진 희열과 중독감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현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학생들은 학창시절부터 문과와 이과라는 지극히 편협하고 고리타분한 양분법에 의해 나눠지고 구분되어 살아가게 된다. 개인의 특성이나 성격, 취향에 상관없이 학문적인 이분법에 의해 갈라지게 되면서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의 인생에서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인연들까지도 놓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그러한 벽을 허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뜨거운 열정을 뿌리고 다니는 가슴 벅찬 청춘들이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같은 시간과 장소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그들의 젊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속 깊은 유대와 하나 된 진심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며. 서로간의 닫힌 마음을 열어줄 소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