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목요일, 6년간 긴 잠을 자고 있던 학생 주도의 문화 행사가 복지관 제 1공연장에서 다시 깨어났다. 바로 "국제학부 문화 행사 UNISON"의 이야기이다. 기획을 담당한 전병준 학생을 중심으로 학부내의 러시아학과, 중국학과, 일본학과의 각기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각 나라의 음식을 체험하고, 체험을 바탕으로 다과 행사를 준비하고, 공연을 위해 무대도 세우고, 공연도 직접 준비하고, 외부 공연도 섭외를 하는 등, 그들 스스로 그들의 행사를 차근차근 준비해 국민*인에게 선보였다. 열정 하나로 뭉친 이들의 행사는 어땠을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제학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진행한 행사로, 각 나라의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들을 소개하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행사이다. 사실 2009년 이전까지는 국제학부 내부적으로 매년 진행이 되어왔던 공연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행사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올해에서야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본 행사는 각 나라의 음식과 다과를 체험하는 식문화 행사와 함께 상징성 있는 공연을 통해서 다가가기 힘든 먼 나라들의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렇다면 행사의 전반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쌈사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음식으로 행사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이었다. 페이스트리에 고기를 넣고 오븐에 구운 일종의 고로케라고 볼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그 안에 다진 양고기 속을 넣고 삼각형으로 만든 후에 달걀 물을 발라 통깨를 솔솔 뿌린 뒤, 200도의 온도의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운 과정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쁘랴니끼는 러시아의 대표 당밀 과자로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본래 속에는 꿀이 들어가 있지만, 기호에 따라 속이 노란 레몬 잼, 연유, 초코, 계피 등을 넣고 만들기도 한다. 또한 특유의 달콤함 때문에 주로 차에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월병은 중국 남송시대부터 전해지는 과자로, 음력 8월 15일에 둥근 달의 모양을 상징해서 만든다. 밤, 수박, 배, 감 등 둥근 과일과 함께 달에게 바쳤으며, 가까운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고 행복을 빌어주는 관습이 있었다. 재료로는 밀가루, 라드, 설탕, 물엿, 달걀, 팥소, 말린 과일, 둥근 나무틀이 필요하다. 싸치마는 가는 면발을 기름에 튀긴 후 물엿으로 굳혀서 만든 과자로, 식감이 좋고, 달달하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중국의 과자이다. 한 조각씩 맛을 본 많은 사람들은 중국 특유의 달콤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쿠키 류, 와사비 콩, 라면 과자들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멈춰 서게 했다. 이러한 스낵류들은 일본 특유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으로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독성을 느끼게끔 했다. 여기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와사비마베"라고 불리는 와사비콩 과자였는데, 톡 쏘는 매콤한 맛에 어떤 사람은 코를 찡긋하고 먹던 과자를 내려놓기도 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마음에 들었는지 한 컵씩 더 들고 가곤 했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는 개성 있는 맛이 이 과자의 더 큰 인기요인임을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은 성악과 08학번 강승재군이 부르는 가곡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백학"과 "돈주앙의 세레나데"를 불렀는데 모래시계 OST로 잘 알려져 있는 백학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 체첸 일대 산악지대 출신의 감자토프가 지옥 같은 전장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전우들을 '백학'에 비유하여 시를 썼고, 카프카스 민속 선율에 맞춰 노래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노래를 부른 이후 러시아 가곡과 대중가요의 차이를 설명하는 등, 깨알 같은 정보 전달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의 두 번째로 한국외대의 러시아 전통 춤 동아리의 공연을 볼 수가 있었다. 어두운 붉은 빛 조명에서 자로 잰 듯, 칼 같은 군무를 자랑한 그들은 웅장한 음악 속에서 진지한 눈빛으로 관객들에게 러시아의 전통춤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10분 가량 동안 그들에게 매료되어 넋을 놓은 채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또한 덤블링 등의 고난이도의 안무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에서는 중국 교환 학생 왕벽군양과 중국학과 14학번 이승우군의 열창으로 의미와 감동을 전했다. 첫 번째로 아리따운 미모의 왕벽군양은 기타를 치며 첨밀밀을 부른 가수로 유명한 등려군의 재수일방이라는 대중가요를 불렀다. "물가에 있네"라는 뜻을 가진 이 노래는 아름답고 편안하지만 뭔가 아련한 슬픔이 베여있는 감성을 주었다. 또한 공연을 마친 뒤, 유창한 한국말로 소감을 밝혀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 있다.
두 번째로 중국학과 14학번 이승우군은 왕펑의 춘천리로 가창력을 뽐냈다. 춘천리의 뜻은 "봄날에" 으로 누군가와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그렸다. 본인 특유의 비성을 잘 이용하여 감미로운 느낌과 동시에 애절함을 적절하게 그려내어 공연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추억을 떠올리게 한 공연이었다. 뿐더러 중국이라는 나라의 음악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본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국제학부 일본학과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안무와 함께 밴드 동아리 마젠타의 일본가요 공연으로 꽃을 피워냈다. 첫 번째 안무 공연을 담당한 일본학과 학생들은 그 동안의 노력을 증명하듯, 본인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와 SMAP의 노래와 함께, 한류의 인기에 동참한 소녀시대의 Gee 안무로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었다.
두 번째로 중앙 밴드 동아리 마젠타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유니즌이라는 행사의 취지에 맞춰 일본 대중가요와 J-ROCK을 준비한 마젠타는 한국에서 크게 히트했던 박효신의 노래 원곡인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 꽃으로 일본 고유의 소소한 겨울 감성을 전달함과 동시에, 웅장한 사운드의 밴드 음악으로 화려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선배님의 제의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 후배들이랑 같이 멋잇는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준비 기간 동안에는 주말이나 공강 시간마다 모여서 동영상을 보며 연습을 했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일단 문화교류 행사니까 세 가지 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어요. 행사를 준비하며 알게 된 다른 나라들의 지식들이 생겼죠. 뿐더러 선후배들이 모여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섰다는 점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할 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무대를 함께 하겠나 싶어요.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혹은 같이 공연을 준비한 학생들에게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국제학부의 전통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08년도까지 이어져오던 각 과의 문화 행사들이 09년도 들어서부터 전부 사라졌었다. 사실 공연만큼 서로간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것도 없고, 선배로부터 경험과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다. 학생 수가 많고 세 개의 과로 나누어지는 국제학부의 특성상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서 경험을 공유하는 전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저학년들이게는 어린 나이일 때 학교에서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었으며, 뿐더러 사회에 나가기 전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문화와 전통의 계승이라고 생각한다. 졸업한 선배님들 대부분은 국제학부 문화행사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그것들에 대해 향수를 느낀다. 국제학부만의 전통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느낀다. 물론 이제야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기 때문에 가야할 길은 많고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알 것이고, 더 좋은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국민대 학생들은 다른 어떤 학교의 학생들보다 끼가 많은 학생들이다. 학교의 분위기에 맞춰 어정쩡하게 있을 뿐이지. 적어도 국제학부 내의 그런 친구들에게는 끼를 분출하고 도전할 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앞으로 유니즌을 통해 국제학부 학생들은 물론이고 타과의 국민대 학생들도 외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알아가고, 또한 이런 행사를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했으면 좋겠다. 이번 행사에서 성악과 친구도, 마젠타도 함께했듯이 유니즌은 러시아, 중국, 일본 문화라는 틀 안에서 그 누구도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유니즌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 운영, 무대 디자인, 음향, 조명, 포스터 제작 까지 다 학생들 스스로 했다. 못할 것은 없다.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도전하길 바란다. 이러한 도전의 기회를 내년 유니즌이 만들어 줄 것이다.
가까이서 바라본 그들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남달랐다. 그 열정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의 공연을 만들었고, 뿐더러 그 과정에서 모두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무엇을 한다는 것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물론 능력도 중요하다. 또한 자본도 중요하고, 시점도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대자면 중요한 것들은 한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꼭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을 댄다면 아마도 하고자 함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열정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언제나 맘이 이끄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것에 크기를 재려 하고, 때를 기다리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정말 열정의 크기가 있을까? 도전에 정해진 시점이 있는 것일까? 저들을 보라. 당신이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