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14 미술학부 회화전공 졸업전시회, 이중환상

 

지난 3일, 국민 아트 갤러리에서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제 14회 졸업전시회 개회식이 있었다. 이번 졸업전시회의 주제는 “이중환상”이다. 전시회는 12.3-12.21 기간동안 국민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31명의 졸업생들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작품 작품마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중환상”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자신들의 철학과 생각을 덧붙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그들의 작품 세계를 감상해보자.

 

이중환상 : 한 노드에 두 링크를 두어 각각 그 노드의 선행 또는 후행의 노드를 지칭하며, 처음과 마지막 노드는 서로를 각 링크가 지칭하여 고리 모양을 이루는 연결 리스트이다. 즉, 두 노드간의 연결고리를 말한다.

 

 

특히 이번 졸업전시회 개회식에서는 무용학부 학생들의 특별 공연이 있어 더욱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미술 작품만을 전시해두고 관중들이 이를 구경하는데서 그치는 행사가 아닌 주제와 연관된 또 다른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 것이다. “이중환상”이라는 주제를 나타내는 듯 다소 몽환적인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데 끌어 모았다. 무용수들은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도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일상적인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무용 퍼포먼스가 작품들과 함께 어우러져 전시회를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다.

 

▲국민 아트 갤러리 "이중환상" 전시회 전경 

전시회는 개인 부스 형태로 이루어져 각각의 작품들이 작가의 개인 공간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른 부스에 들어설 때마다 마치 그 작가의 개인 전시회에 온 듯 한 느낌도 들었다. 빛이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의 일곱 색깔로 나뉘듯 ‘이중환상’이라는 주제도 작품들을 통해 정말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큰 나무 줄기에 작은 나뭇가지들이 여러 갈래로 뻗치듯이 모든 작품들은 '이중환상'의 큰 주제 아래에서도 자기만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었다. 똑같은 주제 안에서도 여러 색깔과 형태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을 감상하는 것은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중환상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글귀는 작가의 작품 설명에서 발췌한 것이다.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억과 이미지는 우리의 머릿 속에 자리 잡아 다시 새로운 경험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사람들이 항상 인식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기억 속의 상황들을 자신들만의 대화법으로 풀어냈다.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들의 중첩을 나타낸 이 작품들은 현실 세계가 아닌 상상 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것 같았다. 작가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약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들도 있다. 사회 속에서 개성 보다는 획일성에, 자신보다는 제3자에 치우치는 모습을 꾸짖기도 하고 sns상에서 열등감과 자기애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노출이 일상화된 모습을 꼬집어내기도 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작가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비단 비판의 내용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몰개성화되는 사람들의 모습, 타성에 젖어드는 모습들에 빠져들어가지 않기를 호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한 번 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를 권고하는 것일 것이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자아를 작품에 담아내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을 나름의 자기 방식대로 표현했다. 그 내면은 외로운 느낌의 공허한 모습이기도 하며, 영롱한 느낌의 이상적 모습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의 내면 한켠에는 외롭고 허전한 자아가 존재하는 동시에 또 다른 한켠에는 이상으로 좇으려는 이데아적 자아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들의 자아가 느껴지는 듯 했다. 작품 속 섬세한 표현들에서 작가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자아를 탐구하고 고민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자아를 표현해낸 이 작품들은 많은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말 각양각색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들의 미적 감각에 의해서 탄생되는 작품들은 어떠한 표현 방식에도 제한되지 않았다. 정말 온갖 표현 방식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회장에 즐비하게 가득 차있었다. 돼지 껍데기에 문신으로 글자를 써넣기도 하고 전기를 이용해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입체 작품도 있었다. 다양화된 미술 작품들을 즐기기에는 정말 둘도 없는 좋은 전시회이다. 작품의 종류, 소재, 재료, 표현방식에 작가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어 모든 작품들은 하나같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었다.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졸업생들의 졸업전시회 "이중환상"은 정말 유명 미술관의 여느 전시회 못지 않다. 이런 작품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31명 졸업생들에게 졸업전시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한 학생은 졸업전시회를 출생신고라 표현하였다. 출생신고, 우리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에 던진 출사표라고 할 수 있겠다. 4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이제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내던지려는 그들에게 '출생신고'라는 단어가 가장 와닿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