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제14회 졸업영화제 KUFF가 2014년 12월 26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올해 영화제의 컨셉은 ‘조각모음’이다. 조그만 조각들이 모여 전체적인 하나의 작품을 이루듯,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이 모여 멋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착안된 컨셉이다. 졸업영화제는 연극영화학과의 일 년의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인 만큼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제의 규모는 예사롭지 않았다.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영화제의 현장을 담아보았다.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장장 6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영화제는 짧지 않은 시간 임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로 구성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제 사회를 맡았던 두 연극영화과 학생은 전문 mc 못지않게 유쾌하고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나갔고 영화관은 남는 자리가 없어 복도에도 사람들이 앉을 만큼 객석은 가득 찼다. 또한 후배들의 영화제를 매년 보러 온다는 서승만 감독은 진심 어린 코멘트로 후배들을 응원했고 영화에 직접 참여한 학생들은 무대 앞에서 소개되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10개의 작품들은 재학생 작품 5개, 기졸업생 작품 2개, 졸업 작품 3개로 되어있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영화 소개가 시작된다.
#Synopsis
은성은 소셜네트워크가 생기고 유튜브의 개인 채널이 급속도로 늘어난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방관으로만 가득 채워진 것에 불만을 갖는다. 또래 친구들이 갖는 사회적 관심에 대해서는 한심해하며,
자신은 직접 사건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간다.
과연 은성의 관심과 호의가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Synopsis
어스름한 저녁,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만든 음식들을 꺼내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Synopsis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나온 여자와 자신의 피부 관리샵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나온 여자.
이 둘은 서로 접근하기 쉬운 겉모습만을 보고 말을 건넨다.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공감을 해주는 듯 보이지만 서로의 목적이 드러나자,
말다툼이 시작된다. 이때, 우산 장수 기우가 나타나서 이 둘을 말리면서 우산을 판다.
비가 오는 줄 알고 우산을 산 두 여자는 밖으로 나가는데 햇빛이 쨍쨍하다.
#Synopsis
보고도 보지 못한 척, 듣고도 듣지 못한 척 살아가는 우리.
무관심한 사회 속에서 가장 큰 폭력자는 고요한 목격자가 아닐까.
과거에 도움을 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리던 수원.
작가가 된 그는 시나리오를 쓰던 중 사건의 목격자를 넣을지 뺄지를 놓고 대표와 갈등한다.
시나리오 속 인물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민한다.
#Synopsis
남자는 구름 솜사탕 가게의 악덕 사장 밑에서 노예처럼 일을 한다. 그는 매일 가게를 찾아오는 어여쁜 여자와 함께 탈출을 꿈꾸며 사장 몰래 설탕을 모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여자에게 설탕을 넘겨받다가 실수로 떨어뜨리게 되고 그것을 주우려던 여자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때, 남자는 그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그동안 모아둔 설탕을 기계에 모조리 부어버리게 되고 기계에서는 불꽃이 나며 솜사탕들이 하늘로 날아간다.
#Synopsis
삶은, 흔적을 남기며 그렇게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것.
내 삶의 흔적은 어떤 것인가요?
#Synopsis
동네 꽃집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자취생, 준영. 준영은 건실한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철저히 고수하는 완벽주의자이다. 그의 뜻대로 여자친구인 윤하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 준영의 삶은 눈부시게 빛난다. 그러던 어느 날, 험악한 인상의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교도소에서 갓 나온 준영의 형, 상혁이다. 결국 준영과 윤하, 그리고 상혁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후, 준영은 골목길에 쓰러져 있는 윤하를 발견하는데.
#Synopsis
이발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깎아주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Synopsis
한 평 남짓의 방.
알프레드 시슬레의 <날개를 펼친 채 죽은 왜가리> 그림과 끈에 묶인 소녀가 있다.
끈은 짧지 않다. 소녀에겐 끈을 잘라낼 커터칼도 있다. 그러나 소녀는 도망치지 못한다.
새장 안에서 태어나, 새장 문을 열어도 도망칠 생각조차 못하는 새처럼.
소녀가 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유가 맞을까.
#Synopsis
여동생 유희가 물고기를 사다 달라고 용희에게 건넨 용돈,
용희는 찬용, 우진과 노느라 유희의 돈을 다 써버리는데 유희는 자꾸 물고기에 대해 묻는다.
용희에게는 반드시 구해야 될 물고기가, 찬용과 우진에게는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용희는 찬용과 우진에게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 줄 것이라 생각한다.
Q.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픽션>이라는 영화를 가장 감명 깊게 봤어요. 입학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1학년 후배가 만든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영화의 완성도도 높고,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것이 정말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후배들도 생각보다 정말 잘 하는 것 같아 앞으로도 더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번 영화제가 기대했던 만큼 많이 만족스럽습니다.
Q.영화제를 마친 소감은?
크리스마스 날까지도 영화 작업을 했어요. 그동안 계속 밤을 새우면서 작업 하고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어서 다 찍은 것을 다시 고민하고, 편집을 다시 붙여보기도 하고 또 찍고 계속 이런 식으로 해서 잘못하면 이 영화가 정말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많았는데 이제 끝났다는 것에 대해서 속이 정말 시원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봐줬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Q.졸업하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되게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영화과니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찍고 영화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학부 생활을 하면서 능력과 소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학부생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 정도만 알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며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꼭 배워야 할 건 배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배님들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좀 구체적으로 미리 세워놓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Q.대학 영화제로 발전해나가는 KUFF를 독자들에게 홍보한다면?
KUFF는 연극영화과 한 해의 가장 마지막 행사로 1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연말에 진행됩니다. 연말에 KUFF를 보러 와주신다면 국민대학교의 영화전공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예술 활동을 펼치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KUFF 매년 발전해나가고 있는데요, 작년에 힘을 입어 올해는 좀 더 큰 규모로 대한극장에서 영화제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대학극장 측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 앞으로 대한극장에서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KUFF가 될 것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졸업 영화제라는 것이 조금 이색적인 자리일 수 있다. 재학생에게는 선배들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보며 앞으로의 학부 생활에 대한 포부를 다시금 다지는 자리이며, 졸업생에게는 후배들의 기특한 열정과 노력들을 보면서 그간에 자신의 학부 생활을 돌이켜보며 마지막 학부 생활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각모음이라는 영화제의 컨셉처럼 이번 영화제도 그들의 인생에 한 조각으로 끼워 맞춰졌을 것이다. 그렇게 한 조각씩 끼워 맞추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있는 멋진 조각 작품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