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8일부터 천안 리각미술관에서 국민대학교 입체미술전공 학우들의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는 8월 8일 오프닝식을 시작으로 9월 20일까지 ‘젊은 단상 2015’라는 이름으로 본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재욱 큐레이터와 입체미술 전공의 4학년 학생 17명(강지현, 김민경, 김재경, 남현우, 박해리, 심지윤, 안성준, 여환지, 이경민, 이세민, 이수현, 이우제, 이주현, 이 현, 임정현, 장해미)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8월 8일, 전시에 참여한 17명의 작가와 이재욱 큐레이터, 이웅배 지도교수, 리각미술관 부관장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 오프닝 식이 이루어졌다. 리각미술관 부관장과 기획총괄을 맡은 이웅배 지도교수의 축사가 있은 후, 리각 미술관을 세운 이종각 관장은 “이렇게 젊은 작가들을 섭외해서 전시를 하게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기회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젊은 단상전 2015'는 이십 대의 작가들이 현재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전시이다. 회화, 조각, 설치, 디자인 등의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조형물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를 통해 젊은 세대가 이야기하는 세상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은 단순히 감상만 가능한 작품에서부터 관객 참여형 작품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넓은 공간을 점유한 작품들은 대지를 거대한 사유의 장으로 구축하여, 관람객이 관조하며 사색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 준다.
본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을 전공하고(06학번), 동 대학원에 진학해서 이번 전시의 기획 및 총괄을 맡은 이재욱 씨를 만나보았다.
Q. 전시의 이름인 '젊은 단상'은 무슨 의미인가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고, 단상이라는 이름을 넣은 이유는 깊은 생각이라는 고찰이라는 단어와 젊음이라는 단어가 합쳐지면 사람들에게 괴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어?'하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좀 더 가볍게 다가가 보자는 의미로 짧은 생각이라는 뜻의 젊은 단상이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Q.어떻게 감상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조각은 대형조각과 소형조각으로 분류되는데, 대형조각은 갤러리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 없이 관객들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모두 대형조각으로서 리각미술관 야외의 잔디밭에 설치되어있습니다. 정원처럼 이루어진 잔디밭을 아래위로 오르면서 산책하듯 자유롭게 감상하시면 됩니다. 전시장에 설명문도 배치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Q. 이번 전시에 특별한 의의가 있나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작업을 해야합니다. 학교에서 작업하고 전시하는 것은 사회로 나가기 전에 거치는 시뮬레이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회로 나가게 되면 학교에서처럼 여유롭게 전시를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전국의 수만 명의 조각가들이 전시를 하기 위해 여러 공모작품을 제출하고, 경쟁률은 2~30:1을 넘어갑니다. 학생들이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직접 겪기 전에 우선으로 외부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진행하는 전시들은 학교의 지원금으로 대관해서 전시를 진행하는데, 본 전시는 학교의 지원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지원이 없는 어려움 속에서 학생들이 만든 작품만으로 전시 기회를 얻은 것이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들의 출품작에 대한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전시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 동문으로서 이 전시를 추진해서, 재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잘되기를 염원합니다.
Q. 작품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작품에 대한 주제 선정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흔히들 “낚인다”고 표현하죠. 실제와 자신이 생각하는 실제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 또한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진실이 아닌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때가 많으니까요. 보통 저는 작업을 할 때 한 가지에 빠지면 계속 그것만 생각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벽에 꽂혔어요. '공간을 규정해주는 것이 벽인데, 그 벽이라는 자체를 벽이 아닌 상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벽인 것 같은데 벽이 아닌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벽과 벽이 아닌것의 경계지점을 표현하고싶었어요. 이를테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작품 안에 들어가서 감상할 수도 있게 만들었어요.
Q. 소재가 벽이라니 특이해요. 벽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작가마다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다양한데, 저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작품의 주제를 찾는 편이에요. 사람과 깊이 친해지는 것이 어려웠는데, 마치 내가 벽을 쌓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가 나오는 THE WALL을 1학년 때 인상적으로 봤었거든요. 그 영화에 물론 여러 주제가 있었겠지만 저는 끝없이 나오는 벽을 부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람 사이의 벽은 소통의 단절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벽이라는 소재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일 잘 나타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차적으로 학교에서 야외전시를 할 때 외부에 따로 도색을 맡겼거든요. 여름의 습한 환경에 견디도록 주문했지만, 도색이 기후에 많이 상해서 재도색을 해야 했어요. 이번 전시를 하기 직전에 급하게 도색을 맡겨야 했어요. 전시는 해야 하고 작가는 있는데 작품은 없는 상태였죠. 보수가 전시전까지 진행 되지 않으면 저는 전시에 작품을 낼 수 없기도 하고 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결국, 전시 두 시간 전에 도색이 완료되었어요. 물론 이런 일이 저희에게 비일비재하지만, 워낙 걱정을 많이 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Q.이번 전시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런 작업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처럼, 이 전시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이러한 단체전을 할 때는 나보다는 남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처음에는 나 혼자만의 작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시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모두의 작업이고 전시였어요. 보통 미술 하는 사람들은 본인과 본인의 작업만을 많이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단체전을 할 수가 없어요. 나보다는 남을 생각해야 하고, 그 이후에 내가 있어요.
멀리서 데이트코스를 찾지 말고,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학우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리각 미술관에 들러보자. '젊은 단상 2015'는 9월 20일까지 진행된다. 넓은 정원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작가의 제작 의도와 주제를 추측해보서 감상한다면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