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는 북한산과 인접해 있는 만큼 숲과 가까운 대학교이다. 또한 에코캠퍼스 실천이나 ‘숲’이라는 교양과목이 개설되어 있듯이 친환경적인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기도 하다. 이런 캠퍼스 덕에 학생들은 늘 좋은 환경 속에서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학생들이 많이 없었던 주말동안 캠퍼스 안은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찼다. 그 소리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것도 아니었고,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의 것도 아니었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움직여보니 어느새 삼림과학대 앞에 이르렀다. 삼림과학대 학생들은 아이들과 함께 무슨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일까. 호기심을 앞세워 뒤따라가 보자.
이번 행사는 국민대학교 산림학교가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었다. 12일과 1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국민대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천보산 자연휴양림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삼림과학대 동아리인 ‘숲애’가 함께 해 프로그램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다들 처음 본 사이였기 때문에 약간의 어색함이 있을 법도 했지만, 아이들이 모인 시청각실의 분위기는 마치 담임선생님이 오시기 전의 아침조회시간처럼 밝고 활기찼다. 간단한 행사 소개를 마치고 첫 시간으로 국립산림과학관의 김순길 선생님에게 ‘나무·숲 이야기’를 들었다. 흥미로운 내용 덕에 아이들은 집중하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고, OX퀴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A반과 B반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김형진 교수님의 지도하에 이루어진 ‘나무에서 종이까지’ 와 생태공예 전문가인 하현미 선생님의 지도하에 이루어진 ‘생태공예’ 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무에서 종이까지’는 아이들이 직접 섬유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었다. 처음 해 보는 경험에 아이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담겨있었고 종이를 좀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태공예’ 에서는 꽃을 압축한 압화와 한지를 이용하여 부채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자그마한 부채 안에 각자 자신의 개성을 담아 자신만의 부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채를 다 만든 후에는 함께 온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만든 부채를 자랑하며 모두들 한 손에 부채를 꼭 쥐고 집에 돌아갔다.
맑은 가을 하늘과 코스모스가 유독 예뻤던 13일엔 다 함께 숲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었다. 고속버스에 몸을 맡기고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천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모두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버스에서 내려 각자에게 배정된 조를 따라 걸음을 맞춰 나갔다. 각 조에는 숲 해설가 선생님이 동행하여 숲 속에서의 시간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많은 식물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경사와 미끄러운 흙길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힘들다는 투정 대신 그들만의 노랫소리로 자신들의 감정을 대신 전해주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엔 ‘이은경 요들 송 악단’ 이 함께 해 숲 속에서의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흥겨운 멜로디에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얼굴까지 밝아졌고, 요들 송 악단은 나이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악단에서는 자신들이 준비한 악기를 연주 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어 이번 숲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알차게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었다.
Q. 이번 프로그램 중에 무엇이 제일 좋았나요?
은서: 친구들이랑 함께 숲 해설을 들으면서 재미있는 놀이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어요.
Q. 이번 활동으로 어떤 걸 느꼈나요?
은비: 숲에는 곤충들이랑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 느꼈고, 생각했던 것보다 나무의 키가 큰 걸 알 수 있었어요.
Q. 숲 에게 배우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은서: 숲 해설가 선생님이 칡뿌리가 다른 식물에게 많은 양보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저도 칡이 가진 양보와 타협을 배우고 싶어요.
Q. ‘숲애’ 라는 동아리는 어떤 동아리 인가요?
숲애는 2005년부터 2015년 까지 현재 1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삼림과학대학 학술 동아리입니다. 저희는 산림전공지식을 교류하면서 친목도모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숲애’는 숲의 중요성을 알고 숲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
아이들이 실제로 숲에 와서 여러 가지 활동들도 하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저도 굉장히 좋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산과 숲에 대해 친근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커서도 스스로 산과 숲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Q.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일단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 하게 되면 국민대학교의 홍보는 말할 것도 없죠. 더불어 숲과 함께 꿈꾸기는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현재 어른들보다 자연에 소외될 수 있는데 어떤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소외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런 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숲을 통해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숲은 모든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공간인데요. 생태학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생산자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즉 소비자들이 삶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들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숲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것이고 거기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숲에 오면 인간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데 숲과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그때그때 아주 깊게 느끼게 됩니다.
Q. 나무를 인간의 삶에 대입시킨다면?
나무가 오래 살 때는 5000년까지 살고 지름은 11미터, 키는 116미터 까지 성장합니다. 나무들의 삶을 보면 모두 인간들의 삶을 위해 헌신하고 있어요. 때로는 그늘을 주어 쉴 수 있도록 해주고, 많은 목재를 만들어 우리 삶 구석구석에 종이나 가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죠. 때로는 약재를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무가 인간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고 나누는 헌식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되돌아보면 갈수록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나누는 삶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숲을 통해 그리고 나무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틀간 맞이했던 아이들의 얼굴은 숲이 가지고 있는 깨끗함과 닮아있었고, 각자가 지닌 개성들은 나무 하나 하나가 갖고 있는 고유의 기능들과 닮아있었다. 각각의 나무들은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열매들을 맺는다. 모두 다른 것 같아도 전체적으로 보면 숲이 되어 옆 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우리들도 개개인은 모두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뤄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건 틀린 것이라고 간주하고 옆 사람과 똑같아 지려 하는 불필요한 노력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이 제 값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모처럼 구름마저 예쁘게 피어난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져 있는 숲에 찾아가 그 속에 숨겨진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