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종강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 캠퍼스 건물 곳곳에는 각 과별 졸업전시회, 졸업공연, 졸업연주회 등을 알리는 포스터로 가득하다. 특별히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친구나 지인이 없다면 포스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졸업 행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이러한 준비과정과 마음가짐은 결코 녹록치 않다. 졸업전시회는 4년간 대학생활을 하며 배운 다양한 지식과 경험들을 총망라한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공식적인 첫 자리이면서 동시에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여기,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전공 학우들의 생생한 졸업전시회 이야기를 들어보자.
11월 17일 화요일 국민대학교 예술관 국민아트갤러리, 1F 로비, B1F 로비에서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전공 4학년 학우들의 졸업전시회가 열렸다. ‘가지가지하네’ 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졸업전시회에는 주제 그대로 각양각색 다양한 매력을 가진 20명의 졸업생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각자의 개성이 담긴 20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입체미술전공 졸업전시회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입체미술. 비전공자들에게는 자칫 생소하기까지 한 단어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미술 작품의 형식이 평면이 아니라 3차원적 구조, 이른바 입체 형태를 띠는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3차원적 구조? 입체 형태? 이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미술이 다 똑같은 미술이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모름지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백번 물어보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선조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졸업전시회장으로 향했다.
Q. 작품이 굉장히 특이한데요. 작품의 주제는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셨는지 궁금해요!
조금의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바쁘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의 대부분이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여 소통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고,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천편일률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런 생각의 지점을 텍스트 작업으로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차원적으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소재인 거울이라는 오브제의 성질을 작품으로 끌어들여왔고, ‘What makes your heartbeat?’ 이라는 질문을 관람객들에게 던져 제 작품을 마주하여 거울에 비친 그들의 모습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저 문장을 읽으며 짧은 순간만이라도 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탁영지 학우 작품 - 'LOVE YOURSELF'
Q.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죠(웃음). 이 작품은 폴리쉬드 스테인레스(polished stainless)라는 거울의 성질을 가진 금속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영어로 된 판 하나와 알파벳 판 하나로 레이저 컷팅이라는 공정을 거친 후, 두 번에 걸쳐 나온 판들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서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용접 자국이 보이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용접 후 깨끗하게 연마 작업을 하고 최종적으로 작품을 천장에 설치하여 완성했습니다.
Q. 이번 졸업전시회가 학생 시절 마지막 전시회가 될 텐데, 졸업전시를 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의 대학생활을 하며 열었던 전시회 중에 정점을 찍는 전시인 만큼 공도 제일 많이 들였고, 고생도 가장 많이 했기 때문에 전시회가 끝나고 작품을 철거하고 나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내내 힘들고 고된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이 일이 제가 잘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웃으며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훗날 오늘을 되돌아보면 ‘졸업전시회를 통해 제 자신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입체미술전공 졸업전시회 이외에도 캠퍼스 내 갤러리,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졸업전시회 및 졸업공연이 열리고 또 준비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아트갤러리에는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조금은 단조로울 수 있는 일반 전시회와는 달리, 다양한 재료들로 작가 각자의 생각과 개성을 자유로이 뽐낼 수 있는 입체미술의 매력에 관람객들도 푹 빠진 듯 했다. 또한 입체미술전공 졸업전시회는 작가별로 공간을 나누어 독립된 파티션 안에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 또한 관람객들의 집중도를 높여 작품에 몰입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Q1. 전시회에서 가장 감명깊게 보신 작품과 그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아무래도 사촌오빠인 이우제 학우의 작품 ‘제 1회 돌잡이 경연대회’였던 것 같아요.(웃음) 그 이유는 이 작품이 현실에서 정형화된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키울 때 자식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기보다 당신들이 바라는 자식의 모습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 작품에서 소품을 통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부모님들의 욕구가 부모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굉장히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식들이 거기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고 생각해서 작품을 감상하며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우제 학우 작품 - '제 1회 돌잡이 경연대회'
‘졸업’이라는 단어에는 단어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누군가에게는 아직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로, 누군가에게는 더 큰 발전을 위한 도약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는 졸업 전 취업을 걱정하며, 누군가는 채워야 할 학점을 고민하고, 누군가는 학기 유예를 고민한다. 이렇게 보니 여러모로 졸업은 우리에게 그닥 반가운 손님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주눅들지 말자. 우리는 아직 젊고, 세상은 넓으니까! 더 큰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입체미술전공 학우들의 앞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