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에 접어든 캠퍼스, 어느 때 보다도 무더웠던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가지만 아직까지 캠퍼스로 돌아오지 못한 소녀가 있다. 행정학과 07학번 새내기 김정은 양(20)은 지난 학기 축제의 열기가 가기도 전인 6월, 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항암치료를 고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김정은 양은 평소 직장을 다니면서도 학업에 충실하였고, 학교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활발한 학생이었다. 20살의 앳된 나이, 그녀는 대학축제에 참가하고 싶은 욕심에 지난 5월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학교를 찾았다. ‘100 vs 100 미팅’이라는 행사에 참가하던 그녀는 갑자기 친구들에게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행사를 그만두고 학회실로 돌아갔다. 평소에도 어지럽다거나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하던 김정은 양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학우들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고 피로와 어지럼증의 원인을 알기위해 찾아간 병원에선 백혈병을 의심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최종적으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던 김정은 양은 그토록 즐거웠던 모든 것을 접어둔 채 고된 투병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얼마 전 2차 항암치료를 마쳤지만 계속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며, 골수 이식을 받아야만 완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김정은 양의 가족들과 김정은 양의 골수가 일치하지 않아 기약 없이 골수 공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양은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어 직접 만나볼 순 없었지만 지인들에 따르면 고통스런 항암치료에도 살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지며 학교로 돌아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20살의 꿈 많은 소녀가 살기에 병실은 너무도 좁다.
“탕수육이 먹고 싶어요”
학기 초 건강했던 김정은 양의 모습 (중앙 오른쪽)
친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인지 통화를 하면 “성적 어떡하냐, 기말고사를 못 봤는데 걱정이다” 라는 능청을 떨고 “탕수육이 먹고 싶다” 라는 소박한 얘기를 하며 병에 대한 얘기나 항암치료의 어려움은 꺼내지 않는다. 사실 20살 나이의 여학생에게 항암치료는 그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친구들이 걱정할까봐 그런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김정은 양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하루빨리 완치되기 만을 바라고 있다.
학우들의 이러한 바람이 하나로 모여 김정은 양을 돕기 위한 후원회가 결성되었다. 행정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자발적으로 결성된 ‘김정은 후원회’는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모금행사를 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일일주점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후원회가 결성되었다는 것을 아직까지 김정은 양 본인에게 조차도 알리지 않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김정은 양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미안한 마음을 갖진 않을까, 혹은 이러한 모임이 그들에게 공치사가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그들이다.
행정학과 학생들 주축, 자발적 후원회 결성
대신 아플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눠 갖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후원회는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소정의 금액을 1차적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후원회 대표인 행정학과 학생회장 임현진 씨는 행정학과 교수분들과 동문, 그리고 과내 학우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액수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금행사를 벌여 조금이나마 희망을 나눌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김정은 후원회에서는 학우 및 동문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라디고 있습니다. 작은 응원 메시지 하나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 후원회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kmuk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