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어른이지만, 가끔 패스트푸드점에서 부끄럽게 ‘어린이 세트’를 주문할 때가 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세트에 딸려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GET’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입수해 책상 위에 진열되는 프로모션 피규어는 디자인과 질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어린이 메뉴를 꾸역꾸역 먹어가며 피규어를 모으는 건 ‘기발한 감각으로 제작된 최신 흥행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피규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며, ‘픽사’며 분명 미국에서 태어난 캐릭터들이지만, 중국에서 대량생산된 탓에 종종 코가 삐뚤어졌거나 사시인 피규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내 코가 삐뚤어지고, 눈이 돌아갈 만큼의 아쉬움이 엄습한다. ‘아,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시장이여, 애니메이션 시장이여, 피규어 시장이여!’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철없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갔다. ‘키덜트족’이라 칭해지는 그들이 피규어를 모으는 이유는 자신들을 흥분케 만든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작품 소장조차 힘든 땅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인들의 감각과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엔 내세울 만한 애니메이션도 그에 파생되는 피규어도 흔하지 않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신에서 오로지 ‘스스로를 위한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순수한 의지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제작하는 유일무이한 ‘디자인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이라 칭해지는 그들의 정체를 한 줄로 정의하기는 사실 어렵다. 2007년 결성한 이들은 | ||||||||||||||||||||
FF : 최림, 부창조, 나나. 세 명이 먼저 만났고, 후에 피규어 아티스트인 황찬석과 강인애가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키 몬스터 랩은 어떻게 결성된 것인가. | ||||||||||||||||||||
최림 : 광고 제작일을 하던 나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창조는 작업을 통해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탓에 진정한 의미의 ‘작업’을 할 수 없는 처지를 고민하던 창조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디자이너였고, 디자인 외의 영역을 담당할 멤버가 필요했다. 2004년 ‘레스페스트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던 ‘레스페스트 영화제’ 사무국의 나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2007년 경 그렇게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블록화’가 매우 활발했다. 디자이너들끼리, 영화감독들끼리 혹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크로스오버해 ‘팀’을 만들어 활동했고, 우리도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성했을 때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명확한 목표보다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이들의 단순한 고민,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의지로 뭉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셋이 모여 의견을 나누며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구체적인 작업물로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피규어 아티스트인 인애와 찬석을 만나게 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작업에 대한 추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 ||||||||||||||||||||
부창조 : 피규어 아티스트의 합류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다보니 피규어 제작 쪽으로도 욕심이 생겨, 우리가 직접 피규어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게 되었다. 인애와 찬석은 각자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피규어 산업의 메카 홍콩이라든가, 큰 업체의 작업을 하고 있던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작업을 하자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의 ‘무보수’ 작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 ||||||||||||||||||||
FF : 인애와 찬석이 흔쾌히 승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
찬석 : 스티키 몬스터 랩과 만나게 된 시점 전후가 ‘토이’라는 개념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난 시기였다. 원형사로서 클라이언트 작업이 많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스스로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데 대한 갈증이 컸다. 스티키 몬스터 랩과 약속을 잡고 만나기 전 애니메이션 영상( | ||||||||||||||||||||
인애 : 처음에는 전시에 참여하는 단발성 작업을 했는데, 함께 작업을 하고 나서 팀으로 들어가겠다고 제안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
FF : 디자인 스튜디오보다는 ‘몬스터즈’라는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알고 있다. 몬스터즈는 어떻게 태어난 것이며, 몬스터즈를 기반으로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 ||||||||||||||||||||
최림 : 열정적으로 임했던 첫 작업( | ||||||||||||||||||||
인애 : 가끔 주변에서 “너희는 무슨 회사니? 캐릭터 회사니?”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딱 잘라 정의되는 작업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연결되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 ||||||||||||||||||||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이 국내작 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으레 외국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충격을 받는다). 결성 초기부터 ‘한국의 디자인’임을 내세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
최림 : 사실 멤버들도 ‘최림, 부창조…’ 라는 본명을 쓰기 보다는, ‘FLA, BOO, NANA, INAE, C+’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출발부터 다국적으로 가고 싶었다. 솔직히 ‘견적 차이’라는 한계도 작용했다. 글로벌 작업을 추구하긴 해도 우선은 한국에서의 작업이 먼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단 작품 자체로 매우 훌륭한 평가를 받아도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작업 견적이 강등되는 문제가 있다. ‘무국적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였다. | ||||||||||||||||||||
찬석 :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무국적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영상에는 언어가 없다. 언어가 없다 보니 순수하게 디자인적인 부분이 먼저 와 닿을 수 있다. | ||||||||||||||||||||
FF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IdN: v16n3>과의 인터뷰 등을 놓고 보면, 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하는데, 스티키 몬스터 랩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나. | ||||||||||||||||||||
최림 :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모든 요소가 결합된 공동 프로젝트라는 팀의 정체성을 봤을 때 다방면에서 알려져야 하는데, 아직은 디자인이나 영상 관련 해외 커뮤니티, 해외의 DVD 매거진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글로벌 활동에서 극복해야 할 점이다. 지금처럼 계속 노력을 이어간다면 그 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 ||||||||||||||||||||
FF : 추가적으로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 ||||||||||||||||||||
나나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우리의 활동시기와도 맞물려 참여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었고, 글로벌 마케팅의 현장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우고 싶다는 의도가 강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세계적인 캐릭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고, 우리가 캐릭터 브랜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도 우리 작업 중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일반 대중들보다는 디자인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 ||||||||||||||||||||
최림 : 주로 광고나 영상 등을 다루는 | ||||||||||||||||||||
나나 : | ||||||||||||||||||||
FF : 멤버들 각자 개인적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에는 생업을 위한 다른 활동들을 모두 접고 ‘몬스터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접했다. 이렇게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나 목적이 있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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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 | ||||||||||||||||||||
나나 : 스티키 몬스터 랩의 처음 취지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특히 뮤지션들과 친하긴 하지만 멤버 모두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늘 음악과 함께 작업한다. 음악과 우리의 영상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늘 영감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 ||||||||||||||||||||
창조 : 나중에는 음악을 작업의 확장 요소로 쓰고 싶다. 3차원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어 피규어를 도입한 것처럼, 음악도 또 다른 차원의 작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션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한다든지, 같이 앨범을 만들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 ||||||||||||||||||||
FF : 글로벌 홍보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티키 몬스터 랩을 알리는 데 어떤 방식으로 주력하는가. | ||||||||||||||||||||
아직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데에 그치고 있지만, 새롭게 프로젝트가 정리되고 몰입하다 보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현재 영화제 쪽으로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상영을 통한 홍보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올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픽토플라즈마 영화제’, 이탈리아 볼로냐의 ‘퓨처 필름 페스티벌’에서 우리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전전긍긍하지 않더라도 결국에 때가 되니까 다 오는 것 같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 ||||||||||||||||||||
FF : 이렇게 발전해갈 수 있는 스티키 몬스터 랩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
최림 : 무대뽀 정신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기? 우리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팀들 많았는데, 대부분 사라졌다. | ||||||||||||||||||||
나나 : 사실 이러한 작업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만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탈자도 생겨날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존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쭉 전진할 것이다. | ||||||||||||||||||||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의 프로젝트가 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에는 어떤 방식으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 ||||||||||||||||||||
나나 : 우리는 디자인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입지가 굳어질 것이고, 경쟁자들이 등장하며 보다 작업하기 즐거워지고, 그 결과 시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
창조 : 너무 잘하는 경쟁자가 생기면 안 될 텐데. 하하. | ||||||||||||||||||||
FF : 디자인과 관련한 전방위 활동을 소화해내고 있다 보니 스티키 몬스터 랩이 도대체 뭐 하는 팀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팀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나. | ||||||||||||||||||||
최림 : 항상 받는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나? | ||||||||||||||||||||
나나 : 기존에 없었던 팀이기 때문에 한 줄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우리 스스로도 작업에 한계를 두는 것이 아니고 규정을 짓지도 않는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가 이 팀은 ‘무슨 팀이다’라고 정해주지 않을까? ‘스티키 몬스터 랩 같은 회사’로 칭해질 수 있는 대명사격의 팀이 되고 싶다. | ||||||||||||||||||||
창조 : 스스로 자기를 규정하는 것들,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종종 스스로를 ‘무슨 무슨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얘기들을 접하면 솔직히 기분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이름 자체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그저 ‘스티키 몬스터 랩’으로 칭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 ||||||||||||||||||||
FF :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을 Fast Frontier로 선정했다. 이에 동의하는가? | ||||||||||||||||||||
창조 : 노코멘트.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모두 웃음) | ||||||||||||||||||||
스티키 몬스터 랩의 작품 글 / 임유미(FF)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