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IF, IDEA, Red-dot) 모두에서 수상한 공모전의 달인이 있다?
독일의 IF, 미국의 IDEA, Red-dot 공모전은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는 디자인 공모전이다. 때문에 디자인을 현재진행형에 두고 있거나 미래형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은 언제나 그들의 꿈이고 목표이다.
아니, 디자인 분야 뿐만이 아니다. ‘공모전 수상’은 이제 많은 학생들에게 꿈과 목표가 됐다. 공모전 준비과정을 통한 경험과 노하우는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 게다가 수상하면 경력인정과 장학금이라는 보상도 따르니 이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 또 있으랴.
하지만 생각만큼, 기대만큼 공모전 수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국의 숱한 대학생들이 몇 달씩 밤을 새면서 고민하고, 준비했지만 불친절한 결과에 수없이 좌절하고 눈물을 쏟아야 했다.
그런데 국내도 아니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 공모전 3곳에서 모두 수상하며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박성우 학생. 박성우 학생은 세계 디자인 공모전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표창과 메달, 장학금을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2008)까지 거머쥐었다.
남들은 한 번 수상하기도 힘들다는 공모전에서 지금까지 수상 경력만 28번이라니 그 비결이 궁금한 국민대 학생들을 위해 박성우 학생을 인터뷰했다.
공모전의 달인에게 듣는 공모전 이야기
# 2008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IF, IDEA, Red-dot)에서 상을 휩쓴 것은 물론이고,
2008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수상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언제부터 디자인을 좋아했어요?
-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은 3학년 2학기 때 부터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화와 동양화 그리기에, 중고등학교 때는 B-boying에,
대학교 1,2,3학년 때는 웹디자인과 UI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구와 도전 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 같아요.
# ‘디자인’은 아이디어가 중요하죠? 당선작품들 보니깐 아이디어가 돋보여요.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디자인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본인만의 아이디어 발상법이 있나요?
-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아이디어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디어란 디자인 작업의 시작과 마지막에 있어 하나의 요소일 뿐이지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려는 시행착오의 한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생각들.
즉 아이디어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서 돌아갈 때 최적의 디자인 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때부터가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를 얼마나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력을 가지고 만들어 가느냐가
디자인의 과정인거죠.
# 작품들을 보니깐 ‘와, 이거 있으면 진짜 편하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도 감탄사가 나오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Voice Stick"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이 작품은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거잖아요.
'디자인'하면 일반적으로 화려하고, 부유한 이미지를 갖기 쉬운데
이 작품을 보면서 디자인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 작품의 탄생 배경 좀 들려주세요.
- 사람들은 점자를 보면 시각적으로 예쁘다고들 생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간혹 그래픽 잡지들을 보다 보면 점자를 이용한 그래픽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건 진정 ‘만질 수 있는 점자’가 아니라 ‘볼 수만 있는 점자’ 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점자 흉내를 낸 그래픽은 읽을 수 없는 것 이겠구나"라고 말이죠.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점자의 현실적 문제점들에 대해 찾아보게 됐어요.
시각장애인분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솔루션을 찾으려 한 게 ‘시각의 청각화’로 결론 지어지더라구요.
# 2008년 한 해 동안 세계 3대 디자인에 모두 참여하느라 많이 바빴을 것 같아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안타까웠던 점 혹은 공모전 준비를 할 때
제일 어려웠던 과정은 뭐였나요?
- 대부분의 다른 디자이너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작업을 마무리를 하고 나면
더 깊이 있게 끝까지 물고 늘어졌어야 하는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어요.
근데 또 사람 마음이 마무리하고 제출하게 되면 살짝 귀찮음이 몰려오기 마련이잖아요^^.
국제 공모전이다 보니까 언어적인 문제도 수월하지 못했고,
국내 공모전과 달리 참가비가 학생의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더 많은 작품을 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 지금까지 참여했던 공모전 중에서 제일 기억 남는 공모전은 뭐예요?
# 몇 달 동안이나 열심히 준비하지만 공모전 결과가 늘 좋은 건 아니잖아요.
잠도 못자고 고생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박성우씨도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좌절한 경험이 있을텐데요, 어떻게 이겨냈어요?
- 저같은 경우는 제 자신의 심리에 대해서 잘 알뿐더러 마인트 컨트롤을 잘하는거 같아요.
일종의 합리화라고나 할까요. 제 자신을 설득시키는거죠.
공모전을 준비하고 제출한 후 발표전까지
1등이다 라는 최상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작업하고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러면 나중에 발표나고 비록 떨어지더라도
발표전까지는 일등된 기분으로 지내고 설레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만약에 떨어지면 음 그냥 그러려니 해요.
에이 모야 실망인데 이러면서
수상작들 보곤 아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편이에요.
공모전에 떨어져서 좌절하거나 했던 경우는 한번도 없었던거 같아요.
#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게 뭔가요?
- 사람들의 ‘심리’요. 내 작품과 그 작품을 담고 있는 패널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무의식과
의식적 반응을 어떻게든 캐치하려고 노력해요. 모두를 만족 시키는 것은 없듯이 공모전이라는
프로젝트에 있어 심사위원은 클라이언트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 또한 작품의 본질적인 질 이상으로 중요한 거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객관성 확립이겠죠.
그래서 심사위원이 공개된 공모전 같은 경우 심사위원들의 포트폴리오와 기타 프로필
그들이 했던 말들, 사진 등을 보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나서
공모전의 성격과 방향성을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에요.
# 공모전을 준비할 때 뭐가 도움이 되는지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 다양한 경험을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
그 교류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내는 심리적인 방법론이요.
또한 일상적인 현상들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거 같아요.
인터넷에 뿌려져 있는 수많은 정보들과 잡지 등을 보며
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디자인과 인생에 있어서 닮고 싶은 사람, 존경하는 사람 있어요? 삶의 롤 모델 같은거요.
- 빈센트 반고흐를 어려서부터 정말 닮고 싶었어요.
그의 강렬한 그림처럼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런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이 못 되서 오히려 동경하는 걸지도 몰라요.^^;
# 박성우씨와 같은 꿈을 꾸며 오늘도 밤새워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을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즐기면서 한다면 뭐든 안될 게 없는 거 같아요. 물론 공모전의 가장 큰 목적은 수상이기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죠.
하지만 수상 유무를 떠나 작업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언젠가는 보상이 따라 온다고 생각해요.
천재보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노력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에게
행운의 여신은 미소를 짓는 것 같아요.
물론 노력하며 즐기는 천재가 있다면 저희들은 좌절하겠지만요 ^^ㅎ
#앞으로 박성우씨 꿈이 뭐예요?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으세요?
- 내게 디자인은 수단 이다!
디자인을 직종의 하나인 '분야'로 생각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분야든지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그 분야에 맞게 적용해 나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거죠.
예를 들어 음악을 만들 때 대중의 심리는 분석하고 트렌드를 조사하고 방향석을 확립한 다음에
그 느낌을 음표들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도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향후에도 계속 순수 디자인 분야만에 매진하기 보다는
다은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도 열어두고 있는 편이에요.
엔터테인쪽이나 유통쪽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 내 디자인은 따듯했으면 좋겠다!
사용자를 생각하는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가 있는 디자인이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바가지를 떠 주면서 체하지 말라고
나뭇잎 한장을 띄우는 그 마음씨 처럼 말이죠.
장애인, 제3세계 어린이들, 노인 등등 디자인에 소외된 계층을 위해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만약 슈바이처가 디자인을 했다면? 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그런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을 해 나아가려고 노력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