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09년 야외조각전 #2> - 조각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

 

당신에게 찰흙 한덩어리가 있다.

무엇이든 만들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만들겠는가? 

 

아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그리고 아끼는 것, 지금 고민하는 것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것들을 만들 것이다.

 각자 다른 생각들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당신은 찰흙을 다듬고, 빗을 것이다. 그렇다. 무엇을 만들던 우리 모두는 조각가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 당신의 작품,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의 눈으로도. <2009년 야외조각전>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 두번째 이야기.   

 

 part 1. 조각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 :  입체미술학부 06 강유진 & 양지혜

[강유진(입체미술학과 06) - 부득이한 타협]

- 처음 야외조각전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후회 많이 했다. 하고나니 공간 고려도 잘 못한 것 같고, 처음 있는 야외조각전이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을 수 도 없었다. 스스로 재료를 알아보아야 했으며, 어떤 작품이 야외에서 좋은 작품인가? 라는 고민을 특히나 많이 했다. 그래서 인지 다른 때보다 정신없이 한학기가 흘러간 것 같다. 많이 밤샜다.
하지만 재료 선택에 있어서 상당히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당연히 실내로 가지고 들어올 수 도 있기 때문이다.

- 이 작품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개체가 발생하는가? 존재론적으로 물어본 작품이다. 좀 어렵다. 사실 사춘기가 대학 때 온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왜 이런 것을 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 자연스레 관심이 철학 쪽으로 이어졌다. 그런 물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 상당히 어렵다. 어떻게 낙지를 작품으로 사용하려고 했나?

 촌스럽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술자체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런 해답을 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아름답게 표현해보자라고. 그래서 제일 싫어하고 혐오스러워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색과 선을 통해서 아름답게 표현한 파란 낙지가 되었다.

- 독자들로 하여금 뭘 느끼게 하고 싶었나?

 살면서 나는 하나이지만,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면 내가 아닐 때가 많다. 그런 행동에 대해서 나는 부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행동들이 또 다른 나의 모습이고 결국 하나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사는 것, 세상 모든 것이 다 모호한 것 같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작품은 2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 보면 파란 덩어리로 보이나 가까이에서 보면 낙지와 또 다른 하나의 모호한 덩어리로 보인다.

- 앞으로 어떤 작가(이)가 되고 싶은가?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지 내 일에 있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얼 하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 욕심이 많을지도.

[양지혜(입체미술 06) - Woman's Hill]

- 이 작품의 주제는?

작품의 제목은 Woman's Hill 이다. 실제의 허구성과 형태의 모호성에서 오는 에로티시즘(Eroticism)을 표현한 것이다. 여성의 배에서 둔부까지를 언덕이라고 표현한다. 좀 외설적일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작품이 여성의 둔부가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언덕으로 보이길 원했다. 그 다음 또 다른 시선으로 둔부를 인식시키는 것이 내가 수용자에게 원한 fake다.

- 왜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는가?

이는 손이나 입술 등 신체의 일부를 확대, 변형, 빠르게 회전해서 에로틱하게 표현한 것이다. 본질은 손이지만 다른 각도, 다른 형태로 변형시켜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연장이 이번 야외조각전까지 미친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하는 대상의 단면을 진실이라 믿는 수용자에게, 실제 대상과 그들의 머리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그 제작목적이 있다.

- 작품의 풀은 어떤 역할인가?

 풀로 묘사된 여성의 음모는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 풀은 언덕의 이미지로 구체화 된 작품이 ‘여성의 하체’로 섣불리 인식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가?

 모호한 형태를 가진 대상을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감각기관이 일차적으로 인식하는 형태의 내면에는 또 다른 본질적 형태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에로티시즘이 표현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항상 고민한다. 내 작품을 어떻게 느낄지. 그들의 생각을 내가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가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고, 친근한 것이라면 그들과 작품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적이고 고상한 작품이 아니라 언제가 가까이 친숙한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작가(이)가 되고 싶은가?

 나는 욕심이 좀 많다. 지금은 전공 공부와 더불어 학과 내 전시 동아리 ‘cell', 학교 내 사진동아리 ’빛이랑‘, 중앙일보 대학생사진기자, 시각디자인과 복수전공 등 사진, 디자인 등 내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를 진행시키는 중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호기심이 적성에 맞는 관심 분야로 좁혀졌고, 계속 이를 개발하여 그런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어찌됐든 내 전공분야를 살려 미술계에서 더 큰 꿈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어느날 "넌 커서 뭐가 될래?" 라는 선생님의 질문을 받은 로댕.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제 가슴속은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평생을 조각에 바친 로댕의 꿈처럼 그녀들의 꿈 또한 드넓게 펼쳐지는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