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방학의 끝 무렵, 수강신청기간이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여름방학, 대학생들의 특권인 만큼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어제 방학한 것 같은데 벌써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한다니, 한숨부터 나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어학공부, 여행과 같은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방학을 뜻 깊게 보낸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여름방학을 청소년 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뜻 깊게 보낸 학생들도 있다.
사회봉사 2탄, 이번엔 ‘청소년 교육 봉사’를 소개한다.
‘청소년 공부방’ 이 봉사활동은 빈곤지역의 복지관이나 공부방에서 저소득층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교육봉사이다. 대학생들이 청소년들의 선생님이 되어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번2동 복지관에서 4년 동안 청소년 공부방을 관리한 전영애 담당선생님은 “학생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봉사활동을 온다. 학생들이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학원도 못 다니고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인데, 이렇게 대학생들이 와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줘서 학생들의 성적도 정말 많이 올랐다. 아이들 또한 대학생들의 멘토링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켜보면서 너무 흐뭇하고 좋다. 하지만 학생들이 봉사시간을 다 채우고 나면 더 이상 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달의 봉사활동이 끝나갈 무렵, 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 동안 번2동 복지관의 청소년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장종수(건설시스템, 08)학생을 인터뷰했다.
- 처음에 사회봉사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점이 안 좋아서요. 제가 학점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재수강을 해야 하는 과목이 10과목이에요. 그래서 방학 때 학점을 채우려고 신청했어요.
(청소년 공부방에 신청한 이유는요?) 제가 봉사활동을 거의 해본 적은 없는데, 가르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근데 저는 지금껏 공부한 게 저만 알고 있다는 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청소년 공부방에 봉사를 신청했어요.
-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가르쳤던 학생 중 한명이 영어 읽는 거를 잘 못했어요. 그런데 시험기간이 와서 단어 외우고, 본문 다 해석해줬어요. 그런데 그 다음 주에 영어시험점수가 30점이 올랐다는 거예요. 꼭 제 영향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아이들이 몇 번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조금씩 변하는 걸 보면서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요.
-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처음에 봉사활동 시작하기 전에 복지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이 학생은 어머니가 안계시고, 아버지가 아프시고..이런 이야기들을 해 주시면서 대화할 때 조심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다 보니까 처음에 다가가기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또 아이들도 애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아요. 말이 별로 없다던가...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그런 점이 조금 어려웠어요.
- 한 학기 동안 사회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하면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애들이 지금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애들이 지금 일주일째 하고 있거든요. 월요일에 공부를 하면 수요일에 응용을 하진 못해도 적어도 공식은 암기를 해야 하는데, 자꾸 공식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좀 답답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그래서 아이들이 꼭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줬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아이들과 수업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제 주위의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어요.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요?
제가 애들 가르치는 걸 원래 정말 하고 싶었어요. 지금 번동은 너무 멀어서 계속 못할 것 같긴 한데, VMS라는 걸 몰랐는데 이번에 봉사활동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걸 보니까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많더라구요. 그래서 이 사회봉사가 끝나고 이제는 저희 집 근처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VMS :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 시스템, 봉사기간과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너네 같은 애들이 무슨 대학에 가냐고 이야기 했다.
아이들은 서럽고 분했다. 청소년 공부방의 대학생 선생님이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줬다. 그리고 대학에 간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한 학생은 목표를 세웠다. 번 2동 복지관의 청소년 공부방에 다니는 염승현(창문여고, 1)학생의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잘 가르치느냐 못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사랑을 주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흔히 말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그 시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대학생이 되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배가 될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사랑을 주고 그 아이들을 믿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아이들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변할 수 있다.
누군가 봉사활동은 ‘하늘 바라보기’라고 말했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마음 속 사랑을 나누는 것,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