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네 딸 순이는 올해 여름에도 유럽에 간다던데. 흑흑” 집어치워라. 언제까지 순이를 부러워만 하고 있을 텐가! 여기에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젊은이들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에서 발행하는 무제한 자유 열차티켓 ‘내일로’(www.korail.com)가 있다.
단돈 54,700원으로 일주일간 KTX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니. ‘내일로’를 발견한 순간 우리는 다함께 올레!!!!!!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돈과 시간을 요만큼도 낭비하지 않을 치밀한 일정 짜기를 몇 차례(딱히 지켜지진 않았지만), 우리는 드디어 전라도로 떠난다. 광주에 도착해 한 시간 거리인 담양의 죽녹원에 도착한다. 서울 공기와는 다르다며 과다하게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대나무 숲 오르기를 십여 분. 학교 집, 학교 집- 학기 중 노화된 허리와 무릎은 이내 고통을 호소하고 땀은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따 먹기로 한 담양 떡갈비를 구호로 외치며 숲을 모두 둘러본다.
다음 행선지는 녹차수도 보성. 우린 도착하자마자 담백한 녹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녹차 밭을 오른다. 작렬하는 태양,
뺨을 타고 흐르는 육즙- 하지만 녹차 밭의 자외선은 도시 아스팔트 위의 그것과는 다르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하이힐 신은 여인을 욕하며, 우리는
신발 끈과 엄지발가락의 쪼리를 질끈 조이고 녹차 밭을 꿋꿋이 오른다.
기차 시간이 촉박하여 녹차 비빔밥의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순천만으로 향한다. 순천만은 세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습지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열 손 가락 안에 꼽히는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흙으로 구멍을 뽕뽕 뚫고 짱뚱어, 농게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환경 보호라는 것은 깨끗한 세상, 그리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어느덧 우리는 전라도 지역의 마지막 여행지인 여수로 향한다. 서울을 떠나온 지 4일째.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드디어 여행 중 처음으로 바다를 본다.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짐만을 배낭에 챙겨 떠나왔다. 높지도 않은 산을 오르며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알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면 하루를 얼마나 길게 보낼 수 있는 지도 알았다. 자연과 생명 앞에서, 우리를 골치 아프게 했던 서울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경상도, 강원도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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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의 무한 자유를 누려라! ‘내일로’ 여행기 -경상도, 강원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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