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대웹진unik-스페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설은아

uniK :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다’에 대한 대표님만의 정의를 내리신다면요?
설은아 : 제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저조차도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툴과 해석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혁신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면 될 것 같네요. 예전에는 광고 매체가 TV, 라디오, 신문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이제는 인터넷, 모바일 디바이스, SNS 등 사람들이 접하는 미디어가 훨씬 다양해졌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미디어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메시지를 만들고 나누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저희가 하는 디지털 광고 일이에요.
 
uniK :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은 포스트비쥬얼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 그룹’을 표방하고 있던데요.
설은아 처음에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디자인 회사로 시작했어요. 그때는 웹사이트라는 툴을 통해 사람들이 브랜드와 소통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툴이 굉장히 많이 달라지면서 점점 더 디자인보다는 ‘인터렉션’에 포커스가 맞춰져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대화’인 거에요. 어떻게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사용자의 ‘경험’이란 툴을 통해 전달시킬 것인가, 이야기할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까 ‘아 우리가 하는 것이 결국은 광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까 점점 디지털 광고 회사 쪽으로 아이덴티티가 변화하고 있어요.
 
uniK :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을 하시기 이전에는 역사학도이셨습니다. 대학 진학 후, 전공을 디자인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설은아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웃음) 이런 깊은 생각을 못하고 그냥 대학을 갔어요. 대학생이 돼서 1년 정도 연애하고 화장하고 미팅하고,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그렇게 재미가 없는 거예요.(웃음) 우연히 친구랑 미술 학원 광고를 보고 그날로 찾아가 등록했어요. 취미로 시작한 건데 며칠 다녀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하루에 4~8시간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거에요. ‘아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잘 할 수 있구나!’ 그래서 미대를 가기로 했어요. 하하하! 그게 다예요.


 
 
uniK :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신 건 아니었네요.(웃음)
설은아 ‘역사학과를 다니는 설은아보다는, 미대 다니는 설은아가 더 멋있잖아?’ 그냥 스무 살 여자 아이들이 하는 그런 생각이었어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끌려서 미대를 다시 가게 됐어요. 누가 나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였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서도 전혀 수고스럽지 않더라고요.
 
uniK : 마침 대학 재학 당시는 PC통신이 활성화되었던 시기였었죠?
설은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채팅에 완전 푹 빠진~ 천상 죽순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인생에 참 중요한 일이었어요.(웃음) 채팅도 채팅이지만 대학 2학년 때 네스케이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그랬거든요? 그때 플래시란 프로그램을 알게 됐죠. 이후부터는 제가 돌이켜봐도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요.
 
uniK : 대학 3학년 재학 중이시던 99년, 플래시를 사용한 개인 홈페이지 ‘설은아닷컴’을 만드셨는데요.
설은아플래시는 단순히 구현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놓은 것을 다른 사람이 와서 ‘인터렉션’을 하게 되잖아요? 만들어놓은 데서 끝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무한히 확장되잖아요? 사람들이 참여한 횟수에 따라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는 거예요. 이렇게 무한히 확장 가능한 시공간 안에서 디자인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파워풀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이라는 것이 너무 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관련된 쪽을 찾아보고 공부하고 네트워크 맺고 한 거에요. 설은아닷컴을 만든 이유는 그냥 재미있어서 만든 거였어요. 내 이름을 건,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곳에? 그런 생각에서.
 
uniK : ‘설은아닷컴’으로 제1회 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반응이 그렇게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설은아 제가 플래시 프로그램에 대한 책을 썼어요. 당시에는 플래시 프로그램에 대한 책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내가 책을 직접 써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날 밤 가슴이 뛰면서 잠이 안 오는 거에요! 출판사를 찾아갔는데 당시에는 워낙 관련 분야 저자가 없었으니 단숨에 계약을 하고는, 집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단 두 정거장 만에 온 거 같았어요.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죠. 아,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너무 흥분되고 들떴던 거예요. 그 책 쓴 돈으로 제가 배낭 여행을 갔다 왔거든요? 수상 소식은 그 때 들었어요. 굉장히 열심히 정말로 흥분되게 하루하루를 살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가 내가 내 인생에서 점프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uniK
: 지금 돌이켜 생각하셨을 때 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설은아 : 기존의 웹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웹이었거든요? 제 사이트는 플래시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사이트였어요. 저는 제 모든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은 인터렉티브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존엔 보여주고 감상하고였다면 이제는 열어두고 참여하는 개념으로, 사람들이 클릭하고 마우스 오버하고 소리가 들리고 반응하면 또 바뀌고, 이런 식의 연속이잖아요? 지금은 인터렉션이 너무나 평이한 단어지만 그때만 해도 굉장히 새로운 단어였어요. 마술 같은 개념이었어요.
 
uniK : 대학 4학년 졸업 무렵에 지금의 회사 포스트비쥬얼을 차리셨죠? 초반에는 영화 쪽으로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설은아회사를 차렸는데 회사에 일이 너무 없는 거예요.(웃음) 아무도 제가 회사 차렸는지를 모르니까 아무도 저한테 일을 안 맡기는 거예요. 회사를 홍보하고 이런 것도 전혀 몰랐거든요?
 
uniK : 혼자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계셨나요?
설은아 : 그렇죠. 그냥 ‘맑은’ 여자애였어요.(웃음) 제가 치밀하고 이런 스타일도 아니고… 불안했죠. 그랬는데 영화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였는데, 아시겠지만 원작이 인터넷 소설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홈페이지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회사 창립하고 첫 일인데 절대 놓쳐선 안되잖아요? 6개월 동안 파리 날렸는데, 얼마나 절실했겠어요?(웃음) 며칠 밤을 고민해서 작업을 해서 줬는데, 연락이 왔어요. 웹이라는 것은 대화이고 반응이라는, 인터렉션에 대한 얘기들을 예시를 들어서 열정적으로 어필했었죠.
 
uniK : 국내 영화 홈페이지의 역사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후로 나뉜다는 말도 있던데요?
설은아 : 영화는 저와 잘 맞는 장르 같아요. 저는 스스로 최상급 디자이너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지 않아요.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 한다면 저는 ‘인터렉션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아주 디테일한 차이일지라도 ‘좋다, 아니다’를 딱 결정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렉션 스토리텔링에서는 제가 그걸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uniK :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의 개념을 정의해주신다면요?
설은아제가 처음 설은아닷컴을 만들면서부터 가장 최근 작업까지 일관된 것이 ‘인터렉티브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에요. 메시지를 던지면 그들이 오고 내가 다시 가고 이런 식으로 계속 대화를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내 작업 앞에서 더 매력적으로 재미있게 그리고 기분 좋고 펀(Fun)하게 즐기고 나가게끔 하는가. 한번 터치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유저의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이끌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만들 것인가, 아주 디테일하게 익스피어리언스를 짜는 거죠.
 
uniK :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하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설은아가장 평범한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제 작업의 타깃은 항상 유저이기 때문에 유저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크리에이티브라고 해서 아주 독특한 성향의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가장 일반 유저층의 시선으로 내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잃지 않는 것, 이런 노력이 중요하죠.
 
uniK : 어떻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거 같은 해답을 내놓으시네요?
설은아그게 어려워요. 대다수의 유저를 만족시키는 작업을 한다는 게 참 어려워요. 개별화된 다양한 사람들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내야 되는 거잖아요? 크리에이티브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들 좋은 건 다 좋다고 해요. 그걸 맞추고 싶은 거에요.
 
uniK :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웹이란 무엇인가요?
설은아‘우리는 모두 하나다?’ 결국 디지털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내가 생존하려면 누군가를 내리깔고 제쳐야지만 생존 가능성이 높아져요.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서로를 도와야 생존하는 세상이 될 거예요. 싸이월드 1촌들 많아지려면 다 가서 얘기 나눠주고, 나도 누굴 배려해야 ‘내 것’이 많아지잖아요? 디지털이 전체적으로 그런 패러다임이에요. 애플에서 만든 시스템을 보면, 애플 혼자 다 먹고 사는 게 아니라 플랫폼 만들고 사람들이 누구나 여기에 제작물을 올릴 수 있고 다운 받을 수 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엮어 냈잖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뭘까를 누구나 생각해서 만들어 올리면 내 몫도 떨어지죠. 개별화된 사람들 모두가 개별화된 권력을 갖게 되고 상생 공존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 그게 화두에요. 그래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못 따라가는 거예요. 후후~





uniK : 향후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설은아‘꿈’이라는 단어에는 울렁증이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단어에요. 전 할머니가 되어서도 꿈꾸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명확히 알고 가고 싶어요. 꿈이 뭔지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데 꿈이 뭔지 아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내 꿈이 뭐지? 날 가슴 뛰게 하는 그게 뭐지? 그건 남이 알려줄 수 없잖아요? 나만 아는 거잖아요?
 
uniK : 자신의 꿈을 찾느라 고민이 많을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설은아인생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라는 얘길 해주고 싶어요. 내 인생은 정말 소중하잖아요? 내가 이 세상을 나라는 캐릭터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정말 살고 싶은 인생을 살게 되는 건 굉장한 축복일 거예요. 내가 원하는 삶이 뭔지 생각해보고 즐겁게 행복하게 오늘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uniK : 트위터를 통해 받은 질문입니다. 하시는 일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설은아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을 때가 전 가장 좋은 상태라고 생각하거든요? 디지털은 아마 인류를 어마어마하게 바꾼 패러다임일 거예요! 사람의 의식 구조 자체를 바꿔내요. 예전 사람들하고 지금 사람들 굉장히 달라요. 있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구요. 자신의 목소릴 내기 시작했어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게 되고 관심이 많아진 사람들이에요. 나의 정체성에 대한…예전엔 매스(mass)였지만 이젠 개개인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중요해요. 나는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란 걸 알고, 그 사람들이 남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아가거든요? 내 블로그에 100명이 들어오면 기분 좋고 내 글에 100개의 댓글이 달리면 기분 좋은 건요, 소통하는 것의 기쁨이에요. 옛날엔 그런 소통의 툴이 없었거든요. 이젠 각자의 툴을 갖게 되면서 내가 누군지, 나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거잖아요. 그걸 최대한 많이 응용하는 게 디지털 마케팅이에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바뀌게 되면 이제는 적자생존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상생공존의 패러다임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그러게 되면서 저는 사회의 의식구조가 성장하고 진화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진화하는 사회로 가지 않을까, 거기에 있어서 핵심적인 툴이 디지털이란 툴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툴을 가지고 내가 일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런 생각? 그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 하하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설은아]
 
현 포스트 비주얼 공동대표, 최고광고책임자
2006 뉴욕 국제 광고제 심사위원
2005 웨비 어워드 최우수상 수상
2004 깐느 국제 광고제 황금사자상 수상
2004 뉴욕광고제 디자인 어워드 금상 수상
2001 계원예술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디자인 강사
2001 한국예술종합학교 멀티미디어학과 디자인 강사
2001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 학사
2000 제1회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 대상 수상
 


열정은 패러다임을 바꾼다!
국민대 동문이기도 하신 포스트비주얼 설은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후배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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