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상 속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시간이 이리도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일상을 벗어던지고 택한 여행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것만큼 반가운 일이 없다. 나는 이것을 '행복한 우연' 이라 명명 해본다. 그리고 올 겨울, 제주도로 떠난 내게 ‘행복한 우연’이 찾아 왔다.
'행복한 우연'- 제주 테디베어뮤지엄에서, 국민대를 만나다
제주여행 5일차,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테디베어 박물관을 찾았다. 1,2층 전시실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 기획전시를 보려던 참이었다. 포스터와 마주한 순간, 포스터 속의 몇 글자가 나를 웃음 짓게 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북극곰 살리기 아이디어 공모전> 본선에 오른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던 것이다.
북극곰 미용실(Polar Bear Hair Shop) /강정현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점점 더워지자 북극곰들은 자신들에게서 추위를 지켜주던 털이 필요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로인해 북극곰들이 찾은 방안은 그 털을 깎는 것. 털을 깍는 것이 북극곰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자 북극곰 전용 미용실들이 생겨 폴라베어들이 비키니나 반팔 차림으로 털을 깎아 더위를 이길 수 있게 된다.
북극곰을 살리세요! (Save The Polar Bear) /양학송
사람들이 무심코 쓰고 버리는 소비지향적인 현대문명의 산물인 쓰레기들이 직/간접적으로 자연, 생태계, 북극곰에게 미치는 영향을 볼링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쓰레기로 만들어진 볼링공이 북극곰처럼 생긴 핀들을 쓰러트려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북극곰 이주센터 (Polar Bear Removal Center)/유인식
빙하를 터전으로 삼던 북극곰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자 이를 알게 된 중국 정부가 북극곰들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우리 중국 정부가 당신들에게 땅을 마련해줄테니 온난화 때문에 멸종된 팬더를 대신해서 동물원에 들어왔으면 합니다” 북극곰들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팬더로 변신하기 위해서 페인트를 칠하여 팬더처럼 분장을 하고 팬더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북극곰을 위한 라이프 네비게이션(A Life Navigation for Polar bears) -라이피(Lifi) /김지해
북극곰들의 이동경로는 매년 얼음의 상태와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북극곰의 생존은 그들의 서식지와 관련이 깊다. 이 점에 착안해 북극곰을 위한 라이프 네비게이션을 생각해 보았다. 라이피(Lifi)는 먹이인 바다표범의 위치를 북극곰이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주변 얼음의 상태를 파악해 그들을 최대한 안전한 서식지로 이동할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생존을 위한 네비게이션이다.
공동묘지(Memorial Park) /이강산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동물들은 비석 하나에 그 흔적을 남겼다. 얼음이 녹아 살곳을 잃고 하나둘 사라진 북극곰. 마지막 한 마리의 북극곰도 결국 멸종동물의 공동묘지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출현 이후 사라진 동물의 묘지구역은 만원사태. 이미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재활용으로 태어난 북극곰인형(Polar Bear Born by Recycling)/김경국
날이 갈 수록 늘어나는 지구의 쓰레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북극곰들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수집. 빨강, 파랑, 초록 3가지의 색채를 선정하여 3가지 색의 폴라베어를 만들어보았다. 3개의 쓰레기로 만들어진 폴라 베어 덕분에 3마리의 북극곰이 살 터전이 지켜지길 바란다.
꿈꾸는, 희망하는 폴라베어(Dreaming Hoping Polar Bear)/김학식
날이 너무 따뜻하져 얼음들이 모두 녹아 버려 살 곳을 잃은 북극곰들은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해 조그마한 얼음 조각 위에 자신의 새끼들과 누워 잠에 들고 꿈을 꾼다.
그 꿈은 넒은 얼음 위에 모두들 모여 오로라 구경도 하고 눈사람도 만드는 행복한 유토피아였다.
북극곰의 방주(Polar Bear Ark)/ 이상준
지구 온난화로 더 이상 북극에서 살 수 없게 된 북극곰들이 지도자를 세워 얼음으로 방주를 만들고 북극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관심 없어하는 내용을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노아의 방주에 빗대어 유머스럽게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와 북극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미래의 자연사 박물관(Future Natural History Museum)/ 박한얼
이미 멸종된 공룡이나 맘모스 같은 동물들이 북극곰과 같이 전시되어 있다. 소멸해 버린 빙하 모형이나 공룡 발자국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북극곰의 발자국 화석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파국과 그에 따른 북극곰의 멸종을 암시해 주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북극곰이 녹고 있어요!(Polar Bear is Melting!) / 방준모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녹아내리는 북극곰 양초를 통해 표현하였다. 전구는 무붅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과 이를 자행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북극곰이 다 녹으며 전구는 땅에 떨어져 버리게 된다. 바닥에 덩그라니 떨어져서 꺼져버린 전구는 결국 인간의 멸종을 나타낸다.
행복한 우연이 더욱 뜻깊은 이유
전시실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은하 씨는 "방학이라서 애들을 데리고 테디베어 박물관을 와보고 싶었다. 오늘 와서 전시를 보니 난방을 너무 따뜻하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고, 북극곰들이 갈 곳이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도 이 전시를 보고, 북극곰들이 사라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제주도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국민인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의 '행복한 우연'을 더욱 뜻깊게 만들어 준 국민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친환경'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인들, 당신들 덕분에 더욱 행복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