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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철학 담은 ‘신발 지식인’을 꿈꾸며… / 김영환(의상디자인학과 10) 학생

울마크 퍼포먼스 챌린지 우승 김영환씨

 

울에 전통 옻칠기법 접목한 신발 디자인
전세계 1천여명 참가 경연서 호평받아
“다양한 경험이 결국 창의력의 원천,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외국어는 필수”

 


전통 옻칠 기법을 울에 접목한 신발 디자인으로 울마크 퍼포먼스 챌린지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김영환씨는 도전과 실험정신을 가지고 신발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민대 제공

 

 어릴 때부터 일반적인 옷보다는 특이한 옷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유행에 민감해 패션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들의 시선이 디자인학과로 향해 있는 것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고1이 끝나갈 무렵 “아직도 관심 있는 거니? 그렇다면 준비해보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 학생은 10년 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데뷔 무대나 다름없는 울마크 퍼포먼스 챌린지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전통 옻칠 기법을 울에 접목한 신발 디자인으로 말이다.


서구권 사람들에겐 익숙지 않은 옻칠을 소개했음에도 기능성과 상품성을 당당히 인정받은 주인공은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영환씨다. 1천여명의 지원자들이 서너달 동안 경연을 벌인 ‘2020 울마크 퍼포먼스 챌린지’는 메리노 울을 활용해 혁신적인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디자인하는 대회로 울 관련 연구개발 및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컴퍼니에서 주최하고 있다. 카를 라거펠트, 이브 생로랑, 조르조 아르마니, 랠프 로런 등이 이 대회 출신이다.
김영환씨에게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준 작품은 메리노 울에 전통 옻칠 기법을 적용해 플라스틱 소재 없이도 방수 성능을 가진 울니트 신발이다.


“이번 챌린지의 주제가 ‘바다에 넘쳐나는 미세 플라스틱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였다. 일반적으로 울 섬유는 수분을 3배 이상 흡수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코팅 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방수가 불가능한 소재다. 특히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에서 방수 성능은 정말 중요하지 않나. 이를 고려해 직접 메리노 울에 옻칠을 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해본 끝에 만족할 만한 방수 성능을 갖춘 신발을 출품할 수 있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다가 서양의 전통 신발 제작 기법인 노르웨지언 웰트 제법에서 영감을 받아 아웃솔의 교체가 용이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동서양 전통기법이 서로 어우러져 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신발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원 졸업논문 주제로 한지에 옻칠을 적용해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연구하고 있던 차에 공고를 보고 메리노 울에도 옻칠을 접목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는 김영환씨는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재학 중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어학연수, 2014년에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의 파운데이션(일종의 영국예술대학 공통 1학년 과정)을 거쳐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신발디자인학을 전공했다. 영국에서 엘케이 베넷의 신발 디자이너로 잠시 일하며 런던패션위크에 개인 브랜드로 참여하기도 했다.

 


수능, 내신, 실기 공부도 중요하지만 김영환씨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본인만의 철학이나 영감을 받는 부차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물관을 가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이 모든 것이 디자인과 융합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하고 나만의 철학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다.


공부를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유학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를 묻자 그는 “신발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신발지식인’이 되고 싶다. 장인과는 또 다른 세계다. 지속가능한 재료로 좋은 품질을 갖추고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기능성 신발을 만들고 싶다. 더 나아가 대학에 신발디자인학과를 만드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신발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실험을 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싶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사업과 강의를 겸할 생각이다. 디자인적 측면이 강조된 브랜드보다는 특이한 신발을 개발하고 싶다. 옻칠 같은 전통기술 연구도 재미있다. 최근에는 첨단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웨어러블 패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발은 여러 가지 센서를 부착하기 쉬워 다양한 첨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자가발전 신발, 자세교정 신발 등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잘 걸을 수 있게 해주고 잘 뛰게 해주면서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친환경 기능성 신발과 일반적인 발 형태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 제작,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안내하는 컨설턴트 등 1인 다역을 겸하는 그는 신발산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의상디자인학과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선배가 한명 생긴 셈이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본인의 열정을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 분야가 공부는 재밌지만 경쟁은 몹시 치열하다.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확신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수능, 내신, 실기 공부도 중요하지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본인만의 철학이나 영감을 받는 부차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독서나 취미생활도 좋다. 박물관을 가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이 모든 것이 디자인과 융합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하고 나만의 철학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다. 김영환씨는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기타를 치면서 사운드엔지니어링까지 파고들기도 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영어 공부다. 의상 디자인은 결국 서양복식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해외 서적을 볼 수밖에 없다. 수학을 포기하더라도 영어만은 붙잡아야 한다며 웃는다. “외국어를 할 줄 알면 더 넓은 길이 보인다.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강조한다.


패션디자이너들을 모아놓고 1등을 가려내는 서바이벌 챌린지 프로그램인 ‘넥스트 인 패션’(넷플릭스)을 보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디자이너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는 기준은 한결같다. “대량생산도 중요하지만 좋은 디자인을 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필수”라며 프리 플라스틱을 패션에 녹여내려는 시도와 과감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김영환씨의 작업실에는 옻칠을 먹은 한지로 만든 구두, 본드 없이 가죽창을 넣고 감자풀과 나무못으로 고정한 부츠 등 “개성과 열정, 철학을 담은” 다양한 실험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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