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설 명절 가장 기억남는 것은 대통령과 야당 간 부동산논쟁
SNS 메시지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면 시장 정상화 어려워
다주택자 세제, 평당 3억원 등 지나친 단순화로 오해 불러
부동산은 복잡한 고차방정식 현실 왜곡 경계하고 신중해야
2026년 설 명절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부동산 정책 논쟁이 아닐까.
대통령이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 자체는 호불호를 떠나 나무랄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소통방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밤늦게, 혹은 새벽 시간에 SNS에 적은 내용이 그대로 공개될 때,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SNS라는 도구의 특성상 거두절미 핵심만 제시하게 돼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키거나 이를 지나쳐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는 오류가 생긴다. 다주택자에 혜택을 주는 것에 찬성하느냐고 물은 것이나 다주택자를 악마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다주택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준 이유는 뭘까. 마치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다주택자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그 목적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다. 임대인을 등록시켜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신고하게 하고 임대 기간과 조건, 임대료를 규제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는 대신 세제상 혜택을 준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음으로써 이 제도가 마치 부자를 위한 제도처럼 오도했고, 국민의힘을 다주택자 옹호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대통령의 성남 주택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비거주 1주택자나 ‘똘똘한 한 채’에 대해서도 중과세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에 국민의힘이 받아친 것인데, 이후 논쟁이 이어지면서 향후 재건축 이익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억지가 쏟아졌다. 귀한 지면에 길게 논의할 일이 못 되기에 더 이상 쓰지는 않겠지만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나 할 일이 그리도 없나 싶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어디는 아파트 한 채가 3억원인데, 서울은 평당 3억원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물으니 언뜻 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그것에 분노하는 사람도 많다. 현실은 어떤가. 명동 땅 한 평과 백두산간의 임야 한 평이 같은 한 평일 수 없고, 주식시장에 주당 백만원이 넘는 주식과 천원도 안 되는 주식이 있는 것처럼 뉴욕 맨해튼의 9평짜리 원룸은 와이오밍주의 저택보다 비싼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부동산 투기 세력을 근절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정책 내용을 왜곡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이후 선택지를 제한해 더 나은 대안의 논의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부동산을 팔라고 강요한 적 없다는 대통령의 주장도 그리 논리적이지 않다. 한 채라도 부동산 보유세를 계속 올려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팔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은 말장난일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다주택은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임대 목적이나 상속에 의한 다주택자도 투기 세력과는 구별돼야 한다.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이나 평형이 아닌 상황에서 민간의 임대주택 사업 기회를 없애는 것은 주택난을 더욱 가중시킨다. 고강도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도 현금 부자가 아니면 내 집 마련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신도시나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 각종 공급 정책은 바로 시작한다 해도 10~15년은 걸린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정책이 바뀌면 각자의 위치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최선의 대책을 찾는다. 부동산 정책은 전문가들과 함께 수많은 변수와 인구구조의 변화, 정책 수요자의 의견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신중하게 고려해 준비되고 시행돼야 한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던진 몇 마디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면 결코 시장은 정상화될 수 없다.
그나저나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 중 부동산만이 이처럼 중차대하고 시급한가. 관세 압력과 미국 내 달러 현금 투자 압박의 거센 쓰나미에 대통령은 관심이 별로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