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자이자 북디자이너 최남선. 그가 성취해낸 여타의 성과에 비하면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진정 시대를 앞선 그의 면모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출판인 최남선에 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대개는 문화적, 역사적 의의를 다루고 있어 기획자와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는 잘 드러나 있지 않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 우리가 즐겨 쓰는 기획자이니 디자이너이니 하는 말도 없었다. 우리는 9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기획이니 디자인이니 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니, 90년대 이전에 최남선에게서 이런 면모를 발견하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놀라운 일이다. 기획이니 디자인이니 하는 개념이 없던 100년 전에 그는 기획과 디자인에서 경이로운 ‘사건’이라 할 만한 성취를 해냈으니 말이다. 책에 대한 그의 발상은 혁신적이었고 기획의 의도는 정확했다. 디자인은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된 것이었다. 이제 그가 펼쳐낸 출판기획과 디자인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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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잡지를 만들다 <소년>이라는 잡지는 우리 근대시의 출발점인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가 실린 잡지로 유명하다. 이 잡지를 최남선이 만든
때가 1908년이니, 그의 나이 19살이었다. 18살이라는 나이에 최남선은 신문관 이라는 출판사를 세우고, 그 1년 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잡지를 출간한 것이다. 잡지를 낸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대단한 기획력과 준비가 없이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작업이다. 잡지는 그 출판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측면이 강하고, 그런 만큼 출판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단행본 책들에 미칠
파급효과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고도로 전략적인 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잡지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하나의 주제를 일관되게 전개하는 단행본들과는 달리, 잡지는 다양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탓에 여러 인사들이 참여해야만 가능한
미디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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